최근 전남대학교 신입생 두 명이 군대식 대학 엠티(MT) 문화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후 게시한 선전물이 강제로 제거되면서 대학 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올해 인문대 철학과와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한 두 학생은 ‘2013 대학문화운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인문대 건물 앞에서 하루에 길게는 2시간에 걸쳐 ‘오늘날 대학의 MT 문화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최근 전대 내 대학 104개 학과 중 77곳이 엠티에서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주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한 것이다.

문제는 퍼포먼스 후 학생들이 건물 앞 벤치 기둥에 게시한 선전물을 단과대 학생회 간부가 임의로 떼어 내자 이를 게시한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대자보 등 교내 게시물에 대한 ‘검열’ 논란이 빚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이 팸플릿과 함께 제작한 포스터에 독일 나치즘과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와 욱일승천기를 사용하면서 일부 학생들의 비판을 샀기 때문이다.

이에 인문대 학생회는 포스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내포돼 있다는 학생들의 주장과 인문대 내 허가받은 게시 공간 외에는 게시물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선전물 부착을 금지했다. 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인문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인문대 벤치의 게시 공간 이외에는 게시물을 붙이면 안 된다”며 “자신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면 합리적인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 여파로 부정적인 인식이 함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2013 대학문화운동 프로젝트' 퍼포먼스를 진행한 전남대 학생들이 제작한 포스터와 팸플릿. (사진출처=2013 대학문화운동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그러자 프로젝트 진행 학생들을 비롯한 인문대 학생들과 대학원생까지 가세해 학생회의 검열 기준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설전이 이어졌다. 소중한 전대신문 인터넷팀장은 인문대 페이스북에 “상식적 차원에서 해당 게시물은 MT 문화와 더불어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를 조롱하기에 충분했다”며 “만약 전혀 내용의 검토도 없이 학생의 항의 하나로 그 광고물을 떼어 냈다면 이는 떼어 낸 주체인 학생회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광고물을 제외하곤 이번 사례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게시물’은 그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며 “이번 일은 학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학생회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페이스북 항의 글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용이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학내 게시물을 뚜렷한 기준 없이 제거한 점 사과한다”며 “앞으로는 내용을 불문하고 벤치에 부착된 게시물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은 학생회가 주장하는 게시물 부착과 제거 기준이 학생의 민주적인 논의를 거쳐서 합의한 것이 아닌, 학생회의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철학과 1학년 백선경 학생은 “학생회 도장을 받는 것은 광고성 게시물을 규제하려는 목적인데 그동안 동아리 홍보 포스터 등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다가 이번 퍼포먼스 이후에 모든 학생의 게시물을 불허하겠다는 것은 검열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인문대 행정실을 찾아가 문의한 결과 학교 교칙에는 게시물과 부착과 관련된 규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대 총학생회 측에도 “학내 게시물 부착 관련 학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 미관상의 이유로 관리하고 있다”며 “총학생회에서도 이를 존중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지정된 공간에만 게시물을 걸고 있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주현명(09학번) 인문대 학생회장은 “인문대 벤치 게시물 관리는 행정실과 학생회에서 공동으로 하고 있다”며 “관리의 주체는 우리에게 있기에 지정된 게시 공간이 아니라고 해서 게시물을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포스터의 표현 방법에 문제가 있어 학생회에 요청이 들어왔고 받아들이는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며 “원칙을 위배해서 뗀 것이지 내용을 검열해서 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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