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학과 신입생들은 지금 담임 교수가 안 계서서 아무것도 모르고 혼란스러워 해요. 담임 교수가 이끌어 줘야 과도 성장하는데 어린 학생들끼리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어려움이 많죠”

지난 2010년 사학분쟁위원회의 이사 선임 문제로 몸살을 겪었던 상지대학교가 올해도 이사회 갈등으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학생들이다.

현재 상지대는 새 학기를 맞았지만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못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이사회에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측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참석을 거부해 정족수 미달로 총장 선임과 신규교수 채용, 예산안 의결 등 안건이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 신설된 학과의 수업 편성 등 학사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신설된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과학대학에는 신임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학생들이 대체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등 교육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치료학과의 경우 원래 <일반생물학>, <일반물리학실험>, <의학용어> 세 과목이 신임 교수 담당이었지만 임용이 미뤄지면서 현재 타과 교수가 대신 강의하고 있다.

정민지 상지대 보건과학대 회장은 “일단은 지금 예정된 교수님이 못 와서 다른 교수님이 과목을 대신 맡았지만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겐 더 전문성을 가진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게 우리의 권리”라며 “신입생에게도 보과대 안에서 다른 교수님과 학생회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담임 교수가 없다는 건 분명한 교육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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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보다 못한 교육시민단체는 교과부가 나서서 학사운영 파행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와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총동문회, 직원노동조합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상지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와 구 비리재단 측의 횡포 근절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상지대의 학사운영 파행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라”며 “끝없이 갈등을 야기하고 대학을 반 교육적인 사태로 몰아가고 있는 구 재단 측 추천 이사들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상지대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교수의 80%, 학생의 60%, 교직원의 60% 이상이 지금의 학사운영 파행 사태를 교육부가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사분위와 교과부가 2010년 당시 상지대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구 재단 측의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만든 원죄가 있다는 이유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이사들이 지속해서 학교 정상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나서서 반 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사들의 승인을 취소하고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 이사를 새로 임명하든지, 정이사 전체를 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들이 이사회에 집단으로 빠지는 이유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인 김길남 이사를 이사장으로 앉혀 이사회를 장악하고 총장도 측근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학사 운영을 위한 예산이 집행 안 되면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도 학습 기본권을 침해받는 등 교수들과 교직원도 이중삼중의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수업권 침해뿐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등 자치단체에서도 교비 지원이 늦어져 학생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박경원 상지대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신설 학과에 새 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기존 교수들이 시간을 쪼개 들어가면서 수업 시간표도 빡빡하고 그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생회비도 집행이 안 돼 학교 행사를 할 때도 회비를 더 걷는 등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선애 동아리연합회장도 “동연 출범식도 해야 하는데 예산 지원을 못 받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기 초 동아리 홍보 기간에도 각 동아리에서 사비를 털어 홍보 비품을 사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0년 8월 사분위는 90년대에 비리로 물러났던 김 전 이사장 측이 추천한 인사 4명과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 교과부가 추천한 인사 2명 등 8명의 정이사와 1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키로 결정하자 교과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작년 9월 임시이사를 다시 선임한 뒤, 김 전 이사장 측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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