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크게 불거져 결국 낙마하는 등 고위공직자들의 불투명한 재산형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공직자의 부동산을 국가에 맡기자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부동산백지신탁제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공직에 취임할 경우, 본인과 직계가족이 실제 살고 있는 '실수요 부동산'을 제외하고 공직자가 실수요임을 입증할 수 없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수탁기관에 백지신탁(대리인에게 맡기고 절대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공직자는 퇴임 후에도 부동산이 아닌 신탁 당시 시세 또는 최초 취득가격의 원리금 중 낮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고위공직자가 임기 중 지위를 활용해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에 투기하는 등 부당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으로, 고위 공직 취임 후 직무 수행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지난 18대 대선 때 안철후 대선후보가 관련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도의 경우 공직후보자가 취임 시 실수요 외 부동산 백지신탁 의무뿐만 아니라, 퇴임 후 2년 동안은 실수요 목적 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해 재임 시 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김용준 전 국무충리 지명자는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여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고 결국 사퇴했다. 한겨레 29일자 5면.
 

최근 청문회 등 일련의 사건 이후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을 다시 펼치고 있는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안철수식 백지신탁제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백지신탁)해당자의 범위가 좁고 실수요 범위는 넓어서 신탁자를 상당히 배려한 안”이라며 “과잉금지에 대한 공격 등 이론의 시비를 빗겨 갔다”고 평가했다.

이 처장은 이어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아주 가혹하게 말하면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실수요 외 불로소득은 반납하라는 말”이라며 “고위공직자 후보치고 부동산 투기 안 한 사람이 없는데 취임 후에라도 직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해 이후 후보군에게도 미약하나마 경계 효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부동산 백지신탁이 공무원들의 합리적인 경제활동조차 불가능하게 해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주장이다.

하창우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공직 재직 중 부동산 담보 대출 등 합법적으로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막아 공무원의 재산권을 제약한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를 막기 때문에 위헌적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대신 “공무원 부동산 취득 자체를 어렵게 만들도록 철저히 심사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두고 사돈의 8촌까지는 부동산 취득을 반드시 신고케 해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만일 퇴임 후라도 제3자를 이용한 명의신탁이 밝혀지면 가중처벌함으로써 백지신탁이 아니고라도 얼마든지 악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동산 백지신탁은 재산권의 제한이 아니라 공직자를 할지 말지에 대한 전적인 본인의 선택”이라며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재산권 제한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직자의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해서도 “신탁이 돼 있어도 등기부상으로는 본인의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처분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며 “신탁 부동산에 대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데 어느 은행에서 돈을 안 빌려주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불법성만 없으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는 게 우리 국민들의 도덕감정”이라며 “부동산 이익은 생산 이익이 아닌데 누군가 땀 흘려 생산한 거를 가져가는 행위는 나쁘게 말하면 강도와 같다”고 힐난했다. 고위공직자 할 거면 부동산으로 투기성 돈을 벌지 말라는 얘기다.

한편 고위공직자가 부동산을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원리금과 함께 임대료는 가져갈 수 있다. 공직을 맡기 이전에 위법이 아닌 투기 이력이 있더라도 백지신탁을 통해 과거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 준다면 고위 공직자의 인재 풀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탁 시점 이후의 부동산 값 상승 등에 따른 운용 수익은 국고에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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