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꼼수? 요양보호사 임금 핑계로 요양서비스 줄여
복지부의 꼼수? 요양보호사 임금 핑계로 요양서비스 줄여
요양서비스 이용시간 줄어 이용자 불안… 요양보호사, 실질 임금 오히려 삭감돼 불만

치매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노인장기요양제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안이 오히려 요양서비스를 저해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보험공단 직원이 이용자 댁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왜 월 한도 시간이 줄어들었냐고 보호자가 물으니까 ‘요양보호사들 월급 올려 주려고 시간을 줄였다’고 말했어요. 보호자와 어르신이 제 얼굴을 쳐다봤을 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요”(ㄷ재가센터 요양보호사)

“현재 제 할머니가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월 한도 이용시간이 적어서 늘 불만이었어요. 할머니가 치매라서 보호자가 늘 붙어 있어야 사고가 안 나는데 월 이용한도 시간마저 줄이면 어떡합니까”(재가요양 서비스 이용자)

현재 하루 4시간 재가요양보호사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한 환자의 보호자는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노인장기요양제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중증 3등급인 할머니를 위해 매달 13만 원정도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지금까지는 주 5회, 월 22회까지 요양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제는 20회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 차원에서 시간당 수가는 올렸지만 월 한도액은 작년과 동일하게 적용해 오히려 이용 시간이 줄어들게 생겼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요양보호사에게 월 160시간 기준으로 최대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월 급여에서 추가로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이용자의 집으로 방문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시간당 625원 인상된 수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요양보호사가 받을 수 있는 월 한도액이 지난해와 똑같이 87만8900원으로 고정되면서 오히려 방문요양 서비스 시간이 축소되고 요양보호사들의 실질 임금이 삭감됐다는 비판이 많다.

예를 들어 3등급의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작년까지는 87만8900원의 정부 급여를 받고 최대 88시간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올해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82시간으로 줄어든다. 시간당 수가가 인상됐다고 하지만 줄어든 시간을 계산해 볼 때 평균 임금 인상분은 9000원 남짓이다.

   
30일 오후 노인장개요양보험법 전면개정 공동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가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안 개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노인장개요양보험법 전면개정 공동대책위원회
 

노인장기요양법 전면개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는(돌봄지부)는 3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를 개선 한다더니 정작 노인요양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현재 장기요양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장기요양시설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160시간 이상 일하는 상황인데 복지부가 이런 실상을 알면서도 초과노동에 대한 수가를 10만원으로 한정하겠다는 얘기”라며 “야간에 근무할 경우 노동법상 150%를 받는 게 맞지만 요양보호사들은 20~30% 할증밖에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분회장은 이어 “재가요양보호사의 처지는 이보다 더 심각한데 정부에서 비영리뿐만 아니라 영리 노인요양기관을 무분별하게 허가해 과당 경쟁을 부추겼다”며 “보다 엄격한 자격 요건으로 제한을 두지 않으면 요양 서비스의 질 저하로 어르신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75세의 중증 1등급의 아내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 김대순(남·78)씨는 “복지부에서 나오는 급여액에 맞추려니 이용시간과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래대로 22회 서비스 받으려면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5~6만원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상자 대부분이 기초수급자거나 차상위계층인데 월 한도 초과 시 100% 비급여로 전환되는 본인부담금을 누가 내겠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관계자는 “수가 인상과 달리 월 한도액은 인상되지 않아 수급자의 급여 이용 일수가 줄기는 했지만 이는 주·야간보호(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며 “수급자가 더 많은 서비스가 필요하면, 주·야간보호를 적극 활용해 월 한도액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대위에서 제공한 재가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요양 이용자가 81.4%이고 주·야간보호시설 이용률은 6.8%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주·야간보호시설로 옮기면 한도액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본인부담금도 함께 늘어나기에 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늘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방문요양 수요를 대체할 만큼 주·야간보호시설이 충분치 않다는 게 공대위의 설명이다.

공대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1~3등급에 들어가는 중증 노인에 한해 요양 인정을 하고 있어 방문요양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이러한 대상자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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