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공약, ‘국민연금 논쟁’ 촉발
기초노령연금 공약, ‘국민연금 논쟁’ 촉발
증세는 한목소리… 정승일 “국민연금은 준조세” vs 오건호 “세대갈등 소지있어”

새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위해 국민연금 적립금을 사용하자는 논란이 일어난 후 진보진영 내에서 엇갈린 분석과 입장이 나왔다.

경제·복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을 위한 증세를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이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을 허물어야 한다는 의견과 안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389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금의 축적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기초노령연금에 사용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오 실장은 "기금이 쌓이는 건 위험하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금 운용을 잘 하는 것이 정공법이지, 지금 부담이라고 터는 건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부과식인 외국의 사례를 들며 "경제가 어렵자 지급액을 줄이고 지급시기를 늦추고 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지급에 대한 위험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실장은 세대별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대간 연대'는 앞선 세대와 미래세대 간 부담비용이 공평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낸 것 보다 많이 받지만, 미래세대는 낸 것 보다 적게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세대에게도 (세금을 더) 걷지 못하면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넘기려고 한다"며 기초연금의 재원 마련은 증세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도 "지금 우리나라 재정이 건전한 편이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국민연금 적립금 보다 증세를 통한 재정 마련을 제안했다. 그는 "부자증세와 더불어 비과세·감면 축소, 금융정보분석기관(FIU)법 개정을 한 후 그래도 안되면 서민 증세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기초연금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쟁이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열린 경북 예천군노인복지관 '2013년 노인교실' 개강식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준조세"… "노인빈곤층 위해 당장 써야"
 
그러나 국민연금 적립금은 '준조세'이기 때문에 노인 빈곤층 복지를 위해 당장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연금을 민간 보험과 같이 받아들이는 인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준비위원은 국민연금은 '준조세'라며 민간 보험처럼 내가 낸 돈을 노후에 되찾는 개념과는 다르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 "사각지대에 있어 국민연금을 못 받는 노인들이 많다"며 "한 쪽에선 사람들이 굶고 있는데, 한 쪽에선 강제 저축(국민연금)을 시키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을 빨리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립금이 고갈되면 세금으로 메꾸게 되어 있다"며 증세를 전제했다. 
 
정 위원은 이어 "진보 정신의 핵심은 '연대'"라며 "내 부모, 남의 부모를 생각말고 (노인세대를) 부양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이 자식(미래세대)들을 부양했는데, 일부에선 노인들이 국민연금을 안냈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내 부모라면 그런 말을 못한다. 남의 부모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 적립금의 일부를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금 망국론'은 과장된 주장이라며 향후에도 유럽 국가들의 연금 지출 대비 후세대의 연금 부담은 결코 과중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노인을 부양하는 '부모세대'에 비해 '자식세대'는 국민연금으로 인해 사적부양(용돈)의 책임을 덜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 세대의 연금보험료 부담은 후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의무이며 이것이 바로 세대간 연대"라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의 연령 인구집단별 1인당 수급부담 구조와 수익성.(2008년 기준)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실 제공.
 
한편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민연금 논란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나 부의장은 "일부에서 기초연금 재원 중 상당부분을 젊은 사람들이 납부한 국민연금적립금에서 갖다 쓸 것이라고 하며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금의 재원은 국고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이며, 일부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아닌 당해 연도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여전히 세대갈등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80세 노인의 국민연금 수익비가 20세 청년 보다 5배 이상 높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홍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80세의 수익비(10.79배)는 20세(2.05배) 보다 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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