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안철수가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신문들의 해석이 미묘하다. “안의 문 지지, 한 발짝도 더 안 나갔다”, “안, 문 지지보다 독자 행보에 무게”, “안, 끝이 아닌 시작, 차차기 출정식?” 등 소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우파 신문들은 문재인에 대한 안철수의 지지가 불확실하거나 미지근하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한겨레는 “문재인 후보 ‘성원해 달라’ 재차 당부”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성원’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 가지 발표를 두고 신문들의 해석이 이처럼 다른 것은 신문들의 정치 편향성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문의 그러한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안철수의 지지 여부가 대선의 향방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태도는 노골적인 정치적 편들기다.

이에 비해 방송은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신문과는 차이를 보여 왔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은 방송저널리즘의 핵심적 가치이다. 특히 KBS와 MBC 등은 소유구조 측면에서도 개인 사주가 있는 여타의 매체와 달라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각별한 주의와 책임을 요구받아 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양대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면서 방송은 극도의 정권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공식화된 시점에서 TV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V토론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매체의 개입 없이 유권자에게 직접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언론지형에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거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TV토론은 언론이나 선거캠프를 통해 포장된 후보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를 직접 연결하여 후보를 평가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단이며 유권자의 민주주의 인식을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의 기본절차로 자리매김 되었다.

18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공식화된 가운데 어제 최초로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자격과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토론의 방식과 진행 측면에서 모호하고 답답한 느낌만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우선 선거관리위원회가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후보들에게 배포하고 후보들은 준비된 답안을 들고 읽어나가는 토론방식부터가 문제다. 이런 방식으로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철학과 리더십, 정책의지와 도덕성 등 후보들의 자격과 능력을 비교 평가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의 대통령후보 TV토론이라기보다는 짜여진 각본에 의한 ‘질의응답’으로 평가절하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100분 정도의 제한된 시간, 제한된 주제, 1분의 질문과 1분30초의 답변, 재반론 금지 등의 토론형식은 후보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했고 과연 토론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목적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거기에 사회자는 토론방식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낭비했다.

따라서 이번 TV토론은 지난달 있었던 박근혜 후보의 ‘대국민 면접’과 함께 TV토론의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TV토론은 그 취지에 맞도록 포맷과 진행을 선진화 할 필요가 있다.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쟁점이 되는 의제를 통해 토론의 마당을 활짝 열어주어야 하고 매체는 가급적 토론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TV토론에 대한 역사가 깊은 미국의 경우에도 패널의 질문을 최소화하고 사회자는 될 수 있는 한 중재자의 역할과 토론 진행자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발전해 왔다.

또한 방송사는 적극적으로 토론 프로를 편성해야 하고 후보들은 국민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 토론에 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의 유력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는 선관위가 정해 놓은 세 차례의 토론뿐 아니라 많은 유권자가 요구하고 있는 여야 양자 토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유리한 언론지형에 숨어 매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기대는 것은 떳떳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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