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생수’ 영업하라는 신문사는 어디?
기자에게 ‘생수’ 영업하라는 신문사는 어디?
경북일보, 사주 계열사 생수 판매 요구 … “실적 떨어지면 집합시켜 훈계”

경상북도 포항 소재의 한 종합일간지가 기자를 비롯한 전 직원에게 사주기업이 생산하는 생수의 판매 영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일보(사장 정정화)는 지난 1월부터 사주인 대아그룹(회장 황인찬)계열사인 (주)울릉심층수의 해양심층수 ‘청○○’를 직급별로 판매할당량을 부여해 직원들에게 영업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현재 사장은 45계좌, 부장급 이상은 20~25계좌, 차장급은 15계좌, 차장급 이하는 10계좌 등의 할당량이 부여됐다. 1계좌는 2000원(1.8리터 기준)짜리 생수 12통을 한 박스로 한 생수 상품을 6개월 이상 먹으면 인정되는 것으로, 14만4천원에 해당한다. 차장급이라면 매달 36만원(24000원×15계좌)의 매출 실적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매달 15계좌 판매를 유지해야 한다.  

할당량을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는게 내부 기자들의 증언이다. 기자들의 경우 출입처에 생수를 팔기도 했다. 한 기자는 "출입처에서 물을 팔게 될 경우에는 이후 기사를 작성할 때 잘 써야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과 같은 출입처가 없는 차장급 이하 기자들이나 내근 직원들은 실적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 10월 11일자 경북일보 임직원의 생수판매 개인 실적자료에 따르면 차장 이하 직원 대부분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 기자는 “황 회장은 직접 사원들 앞에서 서운하다, 계열사끼리 도와줘야 하지 않나라며 실적을 요구했다”고 말한 뒤 “하지만 기자들은 물을 팔기 위해 입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쥐꼬리 만 한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면서 이렇게 비싼 물을 사먹으라고 강요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사내에서는 보험회사 등에서나 등장하는 실적 그래프가 생겼고, 할당량을 못 채운 직원들은 사내 광고국장이나 총무국장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자는 “황인찬 회장은 판매량을 채우지 못한 직원들을 자신이 소유한 칠포 파인비치호텔로 집합시켜 훈계하며 판매를 강요했다”며 “11월에도 관련 교육 일정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아그룹과 경북일보 경영진은 생수 판매요구 사실을 시인했으나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아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경북일보가 울릉심층수와 같은 대아그룹 계열사여서 사원들에게 도와달라는 입장이었다. 옛날에도 직원들이 판촉으로 도와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만영 경북일보 총무국장은 “같은 계열사이고 신생사인데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 반박했다. 정만영 총무국장은 “(생수판매량이 저조해도) 문제 삼은 적 없다. 판매를 강요한 적도 없고 칠포파인비치호텔에 참석한 경북일보 직원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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