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파보도’를 넘어 ‘뉴스사유화’ 비판을 받고 있는 MBC뉴스가 얼마 전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을 ‘정조준’했다. MBC는 16일부터 3일 간 뉴스를 통해 신 의원이 막말을 했다고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막말 파문’을 내보낸 곳은 방송 3사 가운데 MBC뿐이었다.

신경민 의원은 1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MBC가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의해 뉴스 판단을 하고 있다”, “뉴스를 사유화해서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며 ‘뉴스의 흉기화’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 지난 18일 MBC 정보보고 내용이 새누리당으로 유출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과 17일 ‘신경민 막말 파문’을 보도했다. 신 의원이 16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정감사 파행 당시 방송사 간부 품평을 하며 막말을 쏟아냈다는 것. MBC는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며 “OOO, OOO은 허우대는 멀쩡한데 또라이다” “OOO국장은 경북대학을 나왔어 충청도 출신인데 경북대를…마산고 나온 애도 있고…”라는 신 의원 발언을 전했다.

MBC는 “신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문방위가 열렸을 당시에도 위원회가 끝난 뒤 회의장 밖에서 출석한 증인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사만 보면 신 의원이 전부터 막말이 심했고, MBC 간부들에게 인신공격을 한 것으로 비춰졌다.

신 의원이 말한 상황은 이랬다. 당시 의원 넷이서 <뉴스데스크>가 시간대를 8시로 옮긴다는 얘기를 나눴고, 의원들은 MBC기자 출신인 신 의원에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김재철(MBC 사장) 밑에서 일하냐”고 물었다. 최재천 야당 간사는 전에 황헌 전 보도국장을 만났다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 물었다. MBC사정을 잘 아는 신 의원은 “아주 인기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이어 황 전 보도국장이 경상북도·동국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황용구 현 보도국장 얘기도 나왔다. 신경민 의원은 “충청도인데 경북대를 나온 특이한 케이스다”라며 황 국장을 평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품평도 했다. 권재홍 본부장은 인천 제물포고를 나왔고 서울대 후배라고 답했다. 김장겸 정치부장의 경우 마산고에 고려대를 나왔다고 설명해줬다.

이후 박영일 MBC기자가 의원실을 찾아왔다. 신경민 의원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인사하겠다고 찾아온 뒤 국감장에서 한 얘기를 꺼내며 왜 그런 얘기 하셨냐고 묻더라. 그래서 잘못한 게 뭐 있느냐, 뉴스 망치고 있는 사람들 고향과 대학과 촌평을 의원들이 물어봐서 답한 건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말했다. 그날 밤 박영일 기자는 ‘막말파문’ 기사를 내보냈다.

신 의원은 “기자의 자질도 의심스럽지만, 이 내용을 뉴스로 결정한 데스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MBC 논리대로라면 (언급한) 서울대·고려대·경북대·동국대와 인천·경상도·충청도를 모두 비하한 걸로 뽑아야 한다. 그럼 전국 각지를 비하한 셈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지난 7월에도 막말을 했다는 내용에도 핵심이 빠졌다며 반박했다.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연임 논란이 불거졌던 7월 26일 당시 MBC 여야 국회 출입기자들이 우루루 와서 ‘신 선배, 잘 봐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몰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날에도 몰려오더라. 해서 후배들에게 ‘MBC가 회장님 힘내세요하는 회사냐’고 했다.”

신 의원은 공정방송을 위한 MBC노조의 장기파업 기간 내내 사태를 방관했던 김재우 이사장이 당시 국회의원들 앞에서 보여준 철면피 같은 모습에도, 그를 두둔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던 당시의 상황배경이 기사에는 완전히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잘못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악마의 편집과 왜곡보도로 비수를 꽂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MBC보도가 이미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했다. 신 의원은 “김재철보다 김재철에 부역하는 기자들이 더 나쁘다. 보도를 흉기로 쓰고 있다. 부역자가 없으면 이렇게까지 뉴스가 나빠지지 않는다”며 개탄했다.

그에 따르면 MBC가 뉴스를 ‘흉기’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신 의원은 “파업 기간 중 민주당 의원들이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MBC 임원들을 만나러 갔을 때도 (사측은) 10층 임원실로 올려 보낸 다음 임원실 입구를 막고 CCTV화면을 써서 우리를 편의점 강도처럼 묘사했다. 아주 악의적인 편집이었다”고 밝혔다.

MBC뉴스는 최근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모의 건에 대한 한겨레 보도에 대응하며 뉴스를 사유화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MBC보도는 중요한 팩트는 놔두고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 논란만 부각시키고 있다. 한겨레보도의 경우 도청의혹을 부추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MBC뉴스는 최근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 관계자 간에 수시로 오고간 전화통화 내역을 공개한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을 두고 “도촬 행위”라며 공세적 보도에 나서며 정작 전화통화 내역의 배경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경민 의원은 지난 18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국정감사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MBC보도에 따르면”이라며 신 의원의 ‘막말’ 발언을 비판하고 나선 것. 그런데 김을동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는 신 의원이 언급한 MBC 보도국 간부들의 이름이 일일이 나열돼 있었다. MBC 보도에는 실명이 나가지 않았다. 더욱이 김 의원의 자료에 적힌 문구들은 구체적이었다.

신경민 의원은 이를 두고 “MBC와 새누리당이 정보교류를 하는 것이다. 정보보고 내용이 새누리당으로 그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정보를 함부로 굴리면 언론으로서 자질과 소양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김을동 의원에게 정보 출처를 추궁했고 김 의원은 뚜렷한 답을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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