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지금 어느 누구도 후보단일화를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바뀌어야 단일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단일화를 한다는 것일까 안한다는 것일까?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기 위해서? 그럼 둘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린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가? 대선이 불과 2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우리들은 문재인이, 안철수가 후보가 되면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후보들은 똑같이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경제민주화는 무엇일까? 재벌들을 혼내주겠다는 것일까?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것일까? 그러면 어디까지 재벌을 혼내고 어디까지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것인가? 지금 새 정권 탄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우린 이를 정확히 모른다.

정치학자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이를 ‘정치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정치계절에 정작 정치가 사라진 셈이다. 박 대표는 “지금 단일화하더라도 차기 정부 대안을 논의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 하면 이긴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빨리 단일화 해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오전 후마니타스 북카페에서 진행됐다.

“안철수 효과, 기존 정당의 붕괴”

- 정치학자로서, 최근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안철수 현상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안철수 씨가 정치를 해 온 방법은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 일단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충분히 지지받지 못한 결과다. 그럼 왜 지지받지 못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당은 사회의 갈등과 요구를 대표한다. 그런데 지금 정당들은 대표하는 범위가 좁다.”

“본인들은 진보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중하층의 정치통로는 거의 없다. 노조가 잘 조직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약자들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스스로 조직해 정치로 수렴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유권자 앞에 있고, 그 유권자 바로 앞에 언론이 매개되어 있다. 시민사회 조직자라는 정당 본연의 기능이 사라지고 민주적 정당은 사실상 해체 됐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정당은 미디어 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민과 시민사회와 유리된 체 두 개의 정당은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그렇게 내용 없이 싸우는 것이 싫은 사람들, 이 경쟁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공허함을 안철수 씨가 반영했다고 본다.”

“지금 붕괴하는 정당정치의 한 축은 호남이다. 지금 친노라는 그룹이 당 운영의 중심에 서면서 이들이 표방하지 못하는 지지기반들이 있는데 특히 호남의 경우 원심력에서 이탈하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그 틈새를 안철수 씨가 받아들인 것이 최근의 현상이다. 전체적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정당체제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 안철수 현상이라 보여진다.”

“다만 안철수 개인의 정치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란 정치가가 대안을 말하고 시민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평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 씨처럼 ‘나를 봐달라’는 것은 귀족정이나 군주정의 형태다. 사실 안 후보는 긴 시간 동안 정치를 해왔다. 이제 출마했다고 정치를 시작했다는 정의는 이상하다.”

“안철수의 방식은 군주정-귀족정 형태”

“그러나 이런 늦은 출마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라는 사람이 차기정부 적임자인지 평가할 시간 기회가 없어졌다. 그리고 늦은 출마는 결과적으로는 정권교체 전망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야권의 분열 가능성을 훨씬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안철수의 출마선언은 정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계층은 아니다. 지금 안철수 캠프에 법률가, 전문가, 엘리트는 보이는데 그가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안철수 후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정당은 당원이 있고, 지지하는 노조가 있고,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있다. 그 안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데 안철수 후보는 다르다. 기반이 없고 기대할 수 있는 건 개인의 선의 뿐이다.”

“통치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체제가 군주정이다. 아직까지 안 후보는 군주정과 엘리트 중심의 귀족정 원리가 결합해 있는 형태로 밖에 안보인다. 여야가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계층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붕 떠 있는 정치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지금 안 후보를 지지하는 계급적 기반은 무정형에 가깝다.”

- ‘안철수의 생각’에는 계급적 접근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출마선언문에는 ‘통합’이 우선됐다.
“그게 전형적인 문제로 보이는데, 통합이라는 것이 차이가 전제돼야 성립되는 말이다. 그 차이의 성격이 먼저 규정되어야 하는데, 그것 없이 사회전체를 끌어안겠다는 표현은 차별화된 요구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을 받겠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잘해보겠다. 내가 가진 비전에 맡겨 달라’ 그렇게 위임받고자 하는 것이다.”

- 이헌재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통합’을 말하는데, ‘어떤 통합인가’는 가늠하기 어렵다.
“만약 이헌재의 경제적 비전을 차기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라고 결정한 것이라면, 차라리 문제가 덜할 것이다. 문제는 큰 의식 없이 이헌재 씨를 캠프에 합류시킨 경우다. 만약 이헌재가 경제정책을 대표했다면 시민들은 나름의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후보가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지, 시민사회를 만들 것인지의 문제다.”

“이헌재와 거리두기? 경제정책 없단 의미”

“이헌재의 경제관념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면 그건 어쨌거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아마 이헌재와 거리를 둬서 비판을 무마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아직 경제정책에 대해 아무 결정을 못내렸다는 반증이다. 지금 대선이 세 달도 안남았다. 그런데 지금 사람을 구성해 캠프를 만들고 정책을 만든다는 건 졸속에 가깝다.”

- 뭐 하나 명확하지 않았던 것은 지난 17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은 민주당의 붕괴, 진보의 붕괴에서 나온 것이다. 안철수 씨는 기존 정당과 진보정당에 실망한 사람, 정치를 버릴 수 없어서 귀를 쫑긋하고 정치권을 보고 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 후보가 단순히 그 부분만을 받아서는 안된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말 할 필요가 있다.”

- 정치적 정통성이 없다면, 민주당과의 단일화 혹은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안철수 후보의 인기와 민주당이 잘 결합될 수 있다면 최선이라고 본다. 정권교체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전제가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이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가나 지식인들도 이에 기반 해 말하는데, 그런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우선,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이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론조사를 통해? 그렇다면 그 항목은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여론조사가 공직후보를 결정하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눈앞에 놓여있다.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 서울시장 식 양보 모델인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에 좌우되는 정치, 그건 정치 주식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민주정치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담판을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해도 안철수 후보가 갖고 있는 것은 사회적 영향력이지 정치적 정당성이라 보기 어렵다. 그런데 국가기관과 공적자산이 분배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그럼 정작 100만 신도를 거느린 조용기도 공적자산 분배를 받을 수 있나?”

“시민들이 대안 논의할 기회가 없다”

“어떻게 하더라도 단일화는 정당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이 좀 있었다면 정치적 대안이 형성되는 결과를 보고 단일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 안에 시민들은 대안을 논의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또 하나, 그렇게 단일화한다고 해서 산술적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멀리갈 필요도 없이 심상정 씨가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를 하고 만만치 않은 일들을 겪었다. 이제 안 후보가 출마했으니 지지집단이 생길 것이다. 지지집단은 열정이 있다. 그들은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양보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 왜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인지 말하려면 문재인을 비판해야 한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각자 뛰어서 합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권교체가 절박하다면, 빨리 단일화의 길을 열고 의제들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각자 뛰면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는 더 커진다. 87년도 다 그랬다. 막판가면 단일화된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도덕적 선의의 문제로 단일화를 바라보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민주당 경선도 바로 그 점을 보여줬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지지집단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건 문재인 후보의 실수다. 경선이 끝나면 무조건 승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경선 이후 메시지를 안철수 후보에게만 보냈다. 이제 만나긴 했지만 경선 이후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당장 만났어야지, 의제도 없이 밥 먹는다고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을 이길 경우, 그 차이는 2%p안팎이다. 야권은 모든 세력을 다 합쳐야 한다. 한 축만 무너지면 진다. 호남이 빠지건, 손학규가 빠지건, 김두관이 빠지건, 정세균이 빠져도 진다. 차이를 놓고 선한 조합을 생각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박근혜가 꿈꾸는 나라’ 보다 더 ‘좋은 나라’ 보여줘야

- 야권 세력의 결집을 반박근혜 정서에 의존하고 있다. ‘박근혜는 안되니까, 야권을 찍을 거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 전제를 하면 안 된다. 그건 시민이 판단할 일이다. 그것이 민주정치의 위대함이다. 이정희 전 대표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어쨌거나 정당한 절차에 따라 후보가 됐고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시민적 명령에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보다 뛰어난 정국운영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만 안된다면, 새누리당의 집권만 안된다’면, 이런 의식은 내전에 가깝다. 민주주의의 형태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런 의식이 크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차기정부의 상을 보여주는 것이 민주주의고 야권이 해야 할 일이다.”

- 야권의 축인 민주당이 저렇게 사분오열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래된 갈등이 있다. 그것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이해찬-박지원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을 후보를 만들기로 했고, 그 내용으로 당을 운영했다. 박지원은 그 과정에서 박근혜만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자기역할을 축소시켰다. 야당의 원내대표면 차기의 정책을 준비하고 역량도 구축해야 한다.”
 

- 민주당도 그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후보에게 모든 것을 맡긴 상태다. 문재인이라는 개인이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문재인 후보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 문제는 있었지만 이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경선에서 완승했다. 탈 많았던 경선과정에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건 문재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의 후보가 됐고, 인사권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해찬의 책임은 문재인의 책임이 될 것이다. 이 분열의 상처를 재통합하는 건 문재인의 능력에 달려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 대로 첫 반응이 실망스러웠다. 안철수를 향해 달려간 것이 아니라 당을 먼저 다졌어야 했다. 그리고 안철수를 대처해야 했는데, 당의 통합을 너무 경시했다. 지금 다시 당을 다잡으려고 노력하는데, 잘돼야 할 것이다. 그게 실패해 민주당이 무너지면 이번 선거 이후가 더 문제다.”

“문재인보다 집권당이 중요하다”

- 문재인이 된다고 해도, 그가 참여정부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97년 정권교체 이후 더 심해졌다.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잘못을 했다면 정권을 바꾸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에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문재인이 된다고 해도 새누리당 정부와는 다른 신세계를 열어준다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집권당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청와대의 전횡을 줄이고 정책책임성을 넓혀야 한다.”

- 박근혜 후보 얘기를 해보면, 어쨌건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그걸 보면서 그래도 민주정치의 선한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판을 무시하면 표에 영향을 받으니까 자기 내면의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제어하고 그런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정치가 경쟁구도만 잘 이루어지면 많은 것을 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다만 박근혜 개인에 대해 말하면, 두 가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사실 전태일 재단을 찾아간 것이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좋게 평가하고 싶다. 이번 사과도, 그런데. 본인이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면 안에 들어가려는 상징만 보여주려고 하지, 주변에서 박 후보를 막은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쌍용차 노동자들, 이 사람들이 살아있는 전태일이다. 본인이 당당하면 이 사람들의 손도 잡아주고 하면 좋았을 텐데, 그런 담대함이 없다.”

- 사과를 하건 하지 않건, 우리가 받아들이건 아니건 박근혜 후보의 고정지지층은 단단하다. 그 힘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분단되어 있고, 구조적으로 그렇다. 그걸 무시할 수 없다. 전쟁을 치렀고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고도성장을 한 기초가 있다. 때문에 한 번에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해체되고 무너진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보수는 대략 50%는 확고하게 갖고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남은 50%는? 진보·민주파에게도 그런 지지가 있다. 이걸 응집해내는 것이 숙제다. 보수를 모욕하고 분열시키려는 생각은 본인의 무능함을 다른 방법으로 화내는 것 밖에 안 된다. 보수와의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 미래지향적이고, 구체적이고, 실체적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 백해무익”

-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공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공포는 과거에 3공·5공 세력들의 정치적 복원에 대한 것도 있다.
“난 그런 걱정은 안한다. 박근혜가 3공으로 가서 정치할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촛불도 들 수 있고 희망버스도 간다. 어느 보수정권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기반이 탄탄하다. 두려움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권을 저지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라는 열망에서는 이해하지만 백해무익하다고 본다.”

-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미 민주주의의 반동현상을 목격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적절히 견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도 확인 한 것이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는 식물정권에 가까웠다. 4대강을 했지만 김영삼·노무현 정권과 정책의 실패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하려는 것은 더 잘할 수 있는 실력이다. 통합진보당을 깬 것이 백골단이었나?”
 

- 통합진보당이 탄생하면서 오히려 진보정치세력이 와르르 무너졌다.
“본인들의 무능력이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 300만표 가까이 진보정당에 밀어줬다. 그런데 당을 두 번이나 유지 못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당권파는 분명 잘못된 신념으로 정치윤리에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실 그 정도 잘못은 다른 정당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진보라서 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정희 씨는 국민의 판단을 받을 것이고,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시민들, 유권자들의 평결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나마 통합진보당은 후보를 냈지만, 다른 진보세력들은 잘 모르겠다. 통합진보당에서 분당해 나온 사람들은 더 이상 통진당을 비난하는 걸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들도 당을 만들고 후보를 내는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이정희 전 대표의 출마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진보의 혹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보자는 몇 년 전부터 이어지는 진보정치의 경향이다. 이런 행동을 어떻게 보는가?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지만 이는 진보답지도, 정당답지도 않은 것이다. 야권연대는 결과적인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당을 잘 운영하고 약자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게 잘 운영해 오면서 얻어낸 선물이다. 애초에 본인이 허당인데, 야권연대를 통해 뭘 기대한다는 것은 선후관계가 바뀐 것이고, 그것이 진보를 붕괴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노-심, 왜 문재인·안철수에 소리 못 치나”

“진보도 자신의 독자적 기반을 다지는데 노력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사실 안철수 후보가 가진 기회를 진보도 가질 수 있었다. 경력만 봐도 문재인은 초선 4개월이고 안철수 원장은 이제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다. 이쪽을 보면 심상정·노회찬은 재선의원에 당 대표를 2~3번씩이나 했다. 내부에서 경쟁력있는 지도자인데, 왜 이 사람들이 기백있게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지 못하는가?”

“야권연대의 눈치를 보면서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가 가진 부족함을 비판도 못하고 이쪽저쪽 기울이고 있으니까 진보진영 지지자들은 모욕감을 갖게 된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정치는 선거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그것이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 다시 대선 정국으로 돌아가면, 뭔가 장기비전이 안보이고 있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만 말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정책인가? 아니다. 경제민주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지금의 경제민주화 담론은 다 권위주의식이다. ‘내가 되면 재벌들 혼내줄게, 내가 되면 일자리 줄게’ 이런 형태다. 노동자들이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협동조합, 독일식 공동결정제도, 노사정 모델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이런 얘기가 안 나오고 있다.”

“선한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자신이 당선돼서 재벌들을 야단치고 서민들을 보듬어주겠다는 온정주의, 그것은 또 다른 모습이 권위주의 체제다. 경제민주화는 그냥 좋은 말인 것 같다. 정책이 아니다. 어떻게 여야가 같은 정책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는가? 그건 결국 경제민주화라는 구호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 있다면, 테이블 빨리 열어야”

-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을 전망하자면?
“비관적이다. 야권은 넓은 연대의 통합을 이룰 기회가 줄고 있다. 추석연휴가 지나고 나면, 안철수와 문재인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빨리 협상테이블은 열어야 한다. 그걸 어떻게 할지는 지식인들이 지식을 모아야 한다. 지금 ‘양 후보들이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권력 욕심이 없어서 결국 단일화 할 것이다’ 이런 전망은 정치현실을 미혹해 헛된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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