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이트’와 ‘뉴스데스크’의 결정적 차이
‘뉴스나이트’와 ‘뉴스데스크’의 결정적 차이
[기자수첩] 저널리스트 분투 담은 ‘뉴스룸’, 한국 기자들을 부끄럽게 만든 드라마

매회 전 세계 기자들을 부끄럽게 만들던 드라마가 지난주 시즌1을 마쳤다. 정치드라마의 역사를 쓴 <웨스트윙>의 작가 애런 소킨이 시나리오를 쓰고 HBO가 제작한 <뉴스룸>이다. <뉴스룸>은 민영방송 ACN의 오후 9시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를 만드는 앵커와 PD, 기자들이 주인공이다. 애런 소킨은 ‘뉴스룸’에서 이상적인 보도국과 뉴스의 모습을 담았다.

‘뉴스나이트’의 저널리스트는 힘겹게 편집권을 쟁취하며 사회에 꼭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CP, 평기자가 한 마음이 되어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기득권과 ‘각’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뉴스나이트’ 성원들은 하루하루 시청률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가십보도와 자극적 보도, 홍보성 보도와 날씨 보도를 지양하기 위해 싸웠다.

‘뉴스나이트’는 대신 인종차별, 감세, 복지, 총기규제, 낙태, 기독교, 참정권, 민주주의 등 미국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성역 없이 건드렸다. 미국 내 수구 보수파인 ‘티파티’를 두고서는 앵커 겸 보도국장인 윌 맥커보이가 직접 “아메리칸 탈레반”이라 주장했다. 그는 살해 위협 속에서도 ‘돈키호테’로 나섰다.

‘뉴스나이트’에 주어진 편성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됐다. 성원들은 1분이라도 낭비하지 않으려 밤을 새우며 토론했다. 자신의 노동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타사와 마찬가지로 가십성 보도를 내보내게 됐을 때는 다들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뉴스가 가져야 할 본연의 의무는 잊지 않았다.

보도본부장은 ‘뉴스나이트’의 성공적인 제작을 위해 사주의 압력을 막아냈다. 사주는 ‘뉴스나이트’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앵커를 내보내려 했고, 앵커의 휴대전화를 감청했다. 보도본부장은 감청 증거를 사주에게 내밀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Let's do the news.”(뉴스를 하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사주와 싸우며 뉴스 아이템을 지켜내는 모습은 한국 언론인 대부분에겐 낯선 장면이다.

얼마 전 국회 정론관에서 어느 기자가 일은 안 하고 노트북으로 <뉴스룸>을 보는 모습을 봤다. ‘뉴스나이트’의 저널리스트를 바라보던 그 기자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한국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드라마로만 ‘갈증’을 해결해야 하는 걸까.

더욱이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에도 불구, 170일 이전과 사정이 달라지지 않은 MBC ‘뉴스데스크’의 모습을 떠올리면 한국의 언론현실은 더욱 비극적이다. 권재홍 ‘뉴스데스크’ 앵커 겸 보도본부장은 기자들의 아이템을 지켜주는 대신 기자들을 파업현장으로 내몰고 급기야는 후배들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 ‘뉴스데스크’에서 성역 없는 비판을 원했던 보도국 기자와 아나운서, PD들은 신사옥 건설단이나 용인 드라미아개발단 같은 비제작부서로 쫓겨나거나 ‘브런치 만들기’ 같은 황당한 재교육을 받고 있다.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파업 전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열정 많았던 기자들의 빈자리는 파업 기간 중 채용된 기자들에 의해 채워졌다. 한국 언론인 모두에게 비극적인 장면이다. 한국판 ‘뉴스나이트’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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