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란 앵커 ‘뉴스타파’ 데뷔, “저 지금 잘하고 있나요?”
김일란 앵커 ‘뉴스타파’ 데뷔, “저 지금 잘하고 있나요?”
[현장] 우여곡절 끝에 시즌2 첫 녹화…“월 1만원 회원 3400명,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간다”

“안녕하십니까, 김일란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 한 귀퉁이에선 <두개의 문> 김일란 감독이 대본연습에 한창이었다. ‘뉴스타파’ 시즌2 첫 녹화 날을 맞아 언론노조 소속 KBS 아나운서 조합원이 찾아와 김 감독에게 스피치 훈련을 시켰다. 난생 처음 앵커를 하게 된 김 감독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자신감을 갖고 발음하세요.” 짧은 교육이 끝나고 김일란 감독은 청심환을 찾았다.

김일란 감독의 발탁은 ‘극적’이었다. 시즌2를 준비하며 여러 앵커를 수소문했지만 노종면 앵커(YTN해직기자)를 대신할 이는 없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함께하는 이근행 MBC 해직PD는 “최승호 PD에게도 제안했지만 여러모로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던 중 시즌1에서 영화 <두개의 문> 인터뷰로 만났던 김일란 감독의 좋은 인상이 떠올랐다. “노종면이 강하고 날카로운 멘트를 했다면,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여성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뉴스타파’ 시즌2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사무실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제작진은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 이근행 PD는 17일까지 제작을 마치겠다는 마음에 조금 급해보였지만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근행 PD는 소년처럼 웃으며 뉴스타파의 새 오프닝화면을 보여줬다. 재능기부를 받아 제작한 오프닝 영상은 MBC <뉴스데스크> 수준으로, 제법 정규시사프로그램의 티가 났다.

“경황이 없어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김일란 감독이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오후 5시. 이윽고 프롬프트가 뜨고 조명이 켜졌다. 노종면 앵커가 앉았던 청와대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김일란 감독이 앉았다. 녹화가 시작됐다. PD는 연신 “다시 갈게요”를 외쳤다. 시즌2 응원하기 위해 도너츠 두 상자를 들고 녹화 현장을 찾은 노종면 앵커는 “틀리는 거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연한 거에요”라며 김 감독을 응원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아요.” 김 감독의 실수는 계속되었다. 혀가 꼬이고 발음이 씹혔다. 얼굴은 점점 경직되었다. 그럴수록 이근행 PD는 노련하게 “좋아요”를 외치며 긴장을 풀어줬다. 그러자 김 감독은 “저 지금 잘하고 있나요?”라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두 시간여 만에 녹화가 끝났다. 녹화가 끝나고서는 노종면 앵커가 “뉴스타파는 뉴스데스크가 아닌 PD수첩 진행자가 필요하다”며 김 감독에게 앵커로서 알아야 할 ‘비법’을 전수했다.

다음 녹화는 최용익 전 MBC 논설위원의 논평이었다. 그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해 논평했다. 최용익 위원은 뉴스타파 시즌2 참여 이유를 묻자 “오라고 해서 왔지”라며 짧게 웃었다. 그는 “후배들이 다시 논평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했다. 최 전 위원은 올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에겐 오랜만의 논평이었다. 2년 전 논설위원 시절 ‘족벌 언론’과 ‘강부자 정권’과 같은 표현을 써가며 정부 실정을 비판했던 그는 2010년 5월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이후 비제작 부서(편성부 MD)로 쫓겨난 뒤 2년 1개월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눈앞에 있는 프롬프트를 보며 “변상욱은 이거(프롬프트) 없이 했단 말이야?”라며 혀를 내둘렀다. 프롬프트는 제작진이 시즌2를 맞아 구입했다.

“현실적 어려움 있지만 한국형 프로퍼블리카 이뤄낸다”

‘뉴스타파’ 시즌2 제작진은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약 40분 전후의 분량으로 한 편을 업로드 할 예정이며, 스페셜방송 제작도 계획 중에 있다. 애초 뉴스타파의 방향으로 탐사저널리즘의 상징인 ‘프로퍼블리카’를 잡았던 만큼,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탐사보도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근행PD는 올해까지 신변의 변화가 없는 한 시즌2를 책임질 생각이다.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뉴스타파는 생존할 수 있다. 시즌1은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시즌2는 독자적인 시각과 특종이 요구된다.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한국형 프로퍼블리카란 목표를 포기할 순 없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뉴스타파’ 시즌2의 최대 화두는 사실 취재인력보강이었다. 노종면 앵커와 변상욱 칼럼이란 축을 잃은 상황에서 해직언론인을 주축으로 한 파견인력은 유동적이어서 상시적 인력이 필요했다. 이근행 PD는 “시즌1의 경우 숙련된 지상파 인력이 음양으로 도와주었지만 지금은 (전보다) 역량의 저하가 심각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수준의 인력보강은 어려웠다. 처음에는 순수 취재인력만 6명을 모으려 했지만 현재는 메인 취재 3명, 촬영 2명, 기술 1명, 행정 1명, 앵커 1명, 논설 1명 등 총 9명만이 제작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 초에는 당장 성과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력자 위주로 채용에 나서고 내년까지 성공적으로 법인화를 완료한 뒤에는 신입 공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6일부터 회원 수 1만 명을 목표로 정기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정기회원을 통한 수익 안정 속에 비영리 독립 언론을 지향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회원을 모집한지 40여일 만에 월 1만원 정액회원 3400명이 채워졌다. 현재 후원수준은 팀을 구성할 최소비용을 확보하는 정도다. 목표 회원 수는 1만 명이다. 정기회원이 늘어야 안정적 운영 속에 추가인력보강도 가능해 보인다. 

뉴스타파는 1984년 말지의 탄생이나 1988년 한겨레 창간과 비교될 만큼 획기적인 시도였다. 거대언론사에서 면피성 보도를 만들고 있는 내부 언론인들은 뉴스타파에 놀랐고, KBS와 MBC가 권력에 순치되며 내부복원이 어려울 것이란 회의 속에 뉴스타파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후원 회비를 받기 시작하며 회원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제작진의 스트레스도 늘어났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7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소 변경 의혹을 다뤘던 1회에서 조회수 90만을 기록했고, 지난 6월 30일 시즌1의 마지막회였던 21회까지 총 조회 수 550만 건(8월 16일 현재)을 넘겼다. 지난 4월에는 한국PD연합회가 시상하는 ‘이 달의 PD상’을 받기도 했다. 이근행 PD는 “KBS와 MBC 안에 있었다면 결코 시도하지 못했을 취재방식을 경험하며 뉴스타파는 언론인의 야성을 보여줬고,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2 역시 현직 언론인을 부끄럽게 만드는 뉴스,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뉴스가 나갈 예정이다. 17일 오후 9시 첫 방송.

“새롭게 시작되는 뉴스타파는 그동안 노력해왔던 것처럼 권력과 차별에 맞서 왜곡되고 감춰진 사실에 대해선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배제되고 소외된 목소리에는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가진 자들의 분노는 법과 제도로서 보장되지만, 약자들의 분노는 폭력과 불법으로 취급됩니다. 세상의 관심이 올림픽과 폭염에 쏠려 있을 때,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가 국가와 용역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사례가 있었습니다….”(김일란 감독의 뉴스타파 시즌2 첫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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