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기간 중 방송 메인뉴스의 60% 이상이 올림픽 보도로만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행사 때마다 이슈의 심각한 쏠림현상이 일어나 유권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주요한 사회적 의제가 실종되고 있어 문제다.

미디어오늘이 런던 올림픽 개막날인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10일간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뉴스>의 보도내용과 올림픽 아이템 편성비율을 분석한 결과 방송3사가 하루 평균 61.6%의 비율로 올림픽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MB 측근비리 △SJM 컨택터스 폭력사태 △강의 녹조현상 △새누리당 공천헌금 논란 등 주요 이슈들이 단신으로 처리되거나 사안의 핵심을 비껴갔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0일간 283개의 아이템을 보도했으며 이 중 190개 아이템이 올림픽 관련으로 나타나 올림픽 보도 비율이 67.1%를 기록, 심각한 아이템 쏠림현상을 보였다. 7월 29일 방송에선 26개 아이템 중 22개가 올림픽 이슈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8강전에서 영국을 이긴 날인 지난 5일의 경우에는 머리기사부터 22번째 아이템까지 연속으로 올림픽 이슈가 채워졌다.

SBS <8뉴스>도 지난 10일 간 239개의 아이템 중 154개 아이템이 올림픽 관련으로 나타나 64.4%의 올림픽 보도비율을 보였다. <8뉴스>는 7월 31일 보도에서 ‘윤세영 SBS 명예회장 일행 로게 위원장 회동’ 아이템을 보도하기도 했다.

KBS <뉴스9>의 경우 10일 간 총 302개 아이템을 다루며 올림픽 관련 보도가 161개를 차지해 올림픽 이슈 보도비율은 53.3%로 3사중 제일 낮았다. 그러나 지난 5일 뉴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축구대표팀을 격려했다는 보도를 내보내는 등 보도 내용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방송 3사가 올림픽 외의 이슈를 다룬 아이템 역시 폭염과 태풍 등 날씨보도나 사건사고 보도가 상당수였다. 정치이슈는 박지원 검찰 출두와 안철수 검증 보도에 맞추다가 공천헌금 파문을 다뤘으나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파문이 불거진 지난 2일 12번째 꼭지에 관련기사 2개를 배치하고 3일에는 11번째 꼭지, 5일에는 27번째 꼭지에 배치하며 사안을 스트레이트로 처리했다.

KBS <뉴스9>의 경우 지난 4일 보도에서 공천헌금파문에 의한 비박주자들의 경선보이콧 논란을 주요하게 다루며 “반쪽경선이 우려된다”, “비박 3인이 일방적으로 불참해 KBS TV토론이 무산되었다”는 내용을 전했다. 5일 보도에선 경선이 정상화되었다는 소식만 다루고 공천헌금파문의 정치적 파장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SBS <8뉴스>만 유일하게 지난 2일 공천헌금 파문을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총선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후보에게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이슈에 대한 심층보도가 사라진 것 외에도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SJM노조원 폭력사태에 대한 언론보도 또한 부족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7일 새벽 폭력사태 발생 이후 4일이 지난 1일에서야 31번째 꼭지로 사태를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3일 뉴스에선 마지막 꼭지로 다뤘고, 6일 뉴스에선 경찰의 폭력사태 방조만을 비판하며 컨택터스와 이명박 정부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조명하지 않았다.

3사 중에선 SBS <8뉴스>만이 7월 31일 보도에서 “문제의 용역업체가 권력층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치이슈로 비화할 조짐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KBS <뉴스9>의 경우 사건 발생 이후 6일 뉴스까지 단 2건의 단신보도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측근비리 파문은 방송3사 뉴스에서 완전히 실종됐다.

유독성 녹조로 식수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 대해서는 3사 모두 비교적 관심 있게 다뤘으나 대부분 폭염에만 원인을 두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일 보도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식수원이 녹조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4일 보도에선 “고인 물에서 주로 번식하는 남조류가 낙동강 중류까지 올라온데 대해 환경단체는 4대강 보가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6일 보도에선 “한강물을 식수로 먹어도 괜찮은지 상당히 꺼림칙하다”고만 리포트 하는데 그쳐 녹조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확장을 전혀 못했다. KBS <뉴스9> 역시 더위에 의한 녹조현상만 지적했으며, SBS <8뉴스>도 “폭염이 제일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언론이 올림픽에 올인하면서 한강까지 ‘녹차라떼’가 된 4대강 사업의 폐해는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계속 문제제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보도에 대해서도 “공권력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한 사건인데 심층보도를 하는 언론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언론계에선 올림픽 보도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박중석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보도가 뉴스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며 “방송3사는 지금 시청률지상주의로 모든 뉴스가 스포츠화 됐다”고 비판했다. 박중석 민실위원장은 “공천헌금 비리나 컨택터스 용역업체의 노조원 폭력과 같은 사회 이슈들이 뉴스에서 제외되고 스포츠 이슈만 나간다면 종합편성이란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밝힌 뒤 “언론인이라면 어떤 뉴스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지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 <가디언>이 최근 신선한 방안을 내놓아 주목 받고 있다. <가디언>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Hide(숨김) 올림픽’ 기능이 있어 독자의 클릭 한 번으로 올림픽 기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가능하다. 이는  올림픽 보도 수요를 만족시키며 언론의 제 기능을 하는 방법으로서 언론인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한국 언론도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행사 때마다 유권자에게 주요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현실의 반복을 막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