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임태희·김태호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당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여당 대통령 선출 일정이 파행을 빚고 있다. 어차피 박근혜 후보 원톱경선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 관심사는 낮았지만, 비박 3인의 경선불참은 박근혜 후보에게도 치명상이다.

한겨레는 1면 <공천헌금에 경선 깨질 판…박근혜 이중의 위기>제하 기사에서 “박 후보는 대선주자로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며 “실질적인 당 주인이자 유력 대선주자로서 당내 경선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을 보이콧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일”이라며 “당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그의 불편한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당시 선거 최고책임자로 쏠리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정치공세’로 치부하려는 의도도 읽혀진다.

당장 새누리당은 공천헌금과 연루된 현기환·현영희을 내보내며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하고 있으나, 이미 비박 후보 3인방이 당 경선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둠으로서, 이미 책임의 화살은 박 후보에게로 향한 상태다.

공천헌금이라는 대형 스캔들, 게다가 당시 선거의 총 책임자이기였고, 가장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 전 위원장으로 화살이 향했기에 이날 주요 조간은 일제히 관련보도를 주요하게 전했다. 또한 사설을 통해 진상규명과 박 전 위원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23면 <새누리 ‘돈 공천’ 파문 미봉책으로 수습 어렵다> 제하 사설에서 “새누리당은 공천헌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듯하다”며 “새누리당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다 경선이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탈당 권유 방침을 밝혔으나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박근혜 의원의 태도”라며 “새누리당의 총선을 지휘한 자로서 온당한 자세라 할 수 없다”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 전이라 해도 불미스러운 잡음이 빚어진 만큼 최소한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겨레도 23면 사설 <박근혜 의원, 공천헌금 파동 대응 실망스럽다> 사설에서 “공천헌금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19대 총선을 이끈 최고책임자가 남의 말 하듯이 공을 검찰에 넘기는 태도는 썩 유쾌하지 않다”며 “공천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박 의원의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도 19면 <공천 뒷거래, 친박계의 도덕성을 묻는다>제하 사설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이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고, 서울신문도 27면 <탈당·제명보다 ‘돈 공천’진실부터 캐내야>제하 사설에서 “정치적 책임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이날 관련 사설이 없다. 여당 대선 경선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상황에 대한 ‘입장’이 없는 것이다. 전날에는 일제히 관련사설을 낸 세 신문이었지만 이날 사설도 ‘책임자’인 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고 보기 어렵다.

3일 동아일보는 <박근혜 발등에서 터진 공천비리 헌금>제하 사설에서 “친박인사들이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면 박 의원의 대선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조선일보는 <‘공천 장사’하면 정치생명 확실히 끝나게 해야> 사설에서 “새누리당의 쇄신약속은 단순히 국민을 속이는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말이 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아직도 공천을 돈으로 사고파나> 사설에서 “박 의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도덕성 관리, 반부패 시스템 구축 능력 등이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강조한 타 언론과는 거리감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런 기존의 입장과, 4일 일제히 세 신문이 사설이 내지 않았다는 점은 사태의 화살이 박근혜 후보로 향하는 것이 불편함을 보여준 것 아닐까. 새누리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흘리는 형태로 전해지는 속칭 ‘음모론’에 대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 등은 그 ‘불편함’을 뒷받침 한다.

중앙일보는 4면 <“정씨, 거액 포상금 노리고 고발 미리 준비”>제하 기사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선 야당과의 연계설도 제기한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제2의 김대업 사건…뒤에 모 정당 있는 듯”> 기사에서 돈을 전달한 조기문씨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개입설’을 전했다.

조선일보 5면 황대진 기자의 기자수첩은 그 불편함의 절정이다. 황 기자는 <한달 전 자신들의 ‘공천 헌금 부정’은 기억 못하는 민주> 기자수첩을 통해 “민주당은 호재를 만난 듯 총공세를 펴고 있으나 (중략)불과 한 달 전 자기 당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을 비판할 수 있으나 자신과 남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달라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과거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의미인지, 앞으로 민주당도 자기 당 내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똑같이 자기비판하라는 주장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치 불신은 ‘공천헌금 비판’ 때문이 아니라 ‘공천헌금’ 때문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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