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 SJM 공장에 진입해 농성하던 조합원 수십명을 폭행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과 일간 신문들이 철저히 이를 외면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폭행 사태는 지난 28일자 한 신문에서 보도된 뒤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폭행해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폭행 사태 당시 한 여성 노동자가 112신고를 통해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폭력 사태가 벌어진 현장에 들어오지도 않아 폭력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한 컨택터스 직원들이 파업 사업장에 위장 취업한 증언이 나오고, 컨택터스 문성호 회장이 지난 2008년부터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 등 주요당직을 맡는 등(한겨레 보도)  컨택터스가 여권 인사와 인연을 맺으려는 시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다. 특히 컨택터스가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경호까지 맡았다고 홍보해오면서 정권의 비호 아래 급성장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에서는 컨택터스 업체 진상조사단을 꾸리면서 정치권으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폭행 사태의 본질은 노사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폭행 사태를 방관한 공권력과 용역업체의 성장 뒤에 정치권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 등 '더러운 커넥션'이 폭행 사태의 배경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언론은 하지만 철저히 이 같은 뉴스를 외면했다.

주요 일간지 신문 중 '컨택터스'를 보도한 일간지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유일하다. 30일자 한겨레는 컨택터스 업체의 폭행 상황과 수수방관하는 경찰 행태를 지적하는 기사와 최대 3천명을 동원할 수 있는 민간 군사기업으로 컨택터스를 분석하는 등 3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31일 신문에서 <물대포차까지 갖춘 무장진압 업체>라는 제하의 기사와 컨택터스가 이명박 대선 후보 당시 개인경호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31일 신문에서 <민주노조 무너진 곳 컨택터스 투입 있었다> <폭력진압 경비업체 직원 "SJM 회사가 지시“> 등을 보도했고, 1일에는 한국일보가 컨택터스가 한국쓰리엠 노조원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다음에도 임원, 주소지만 바꿔 허가 취소 뒤 보름만에 다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2일에는 한겨레가 칼럼을 포함해 5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일간지에서는 어떤 관련 기사도 찾아볼 수 없다.

지상파 방송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벌어진 뒤 한참 뒤에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MBC는 지난 1일 뉴스데스크에서 31번째로 리포트로 <경찰, SJM 용역업체 폭행 방관 논란 감사>를 뉴스로 내보냈지만 전형적인 뒷북 보도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MBC는 "닷새 전 새벽, 경비용역들은 노조원들의 파업 현장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던지거나 몽둥이를 휘둘러 노조원 30여명이 크게 다쳤다"면서 부상당한 노조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어 "현장 경찰은 폭력사태를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경기경찰청은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개인경호를 했던 업체"(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라며 정권 비호 가능성까지 나온 상황에서 뒷북 보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재훈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사실상 최소한의 수준도 못 미치는 보도"라며 "실체적인 진실을 보여주는데 부족한 상황이고 후속 보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시청률이 따라오는 올림픽 보도만 하겠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국내적으로 여러 가지 현안들이 터지고 있는데 올림픽 이슈를 핑계로 다루지 않고 있는 행태의 연장선상"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관련 뉴스를 내보내고도 프라임 시간대인 9시 뉴스에 내보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BS는 31일 뉴스광장에서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이 투입돼 폭력을 행사하면서 노조원 30여 명이 다쳤다"며 컨택터스 업체의 폭력성을 보도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KBS는 "노사 분규 중인 한 자동차부품업체 공장"이라며 폭력 사태 현장을 보도하고 "용역 경비업체가 경비 업무를 벗어나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당시 경찰은 공장 밖에 있었지만 폭력 사태를 막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BS는 하지만 이 같은 리포트를 9시 뉴스에 내보내지 않았다.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최경영 간사는 "편집국 수뇌부들이 일례로 데모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돼 경찰이 맞았거나 기물이 파손된다면 과도할 정도로 크게 보도하는 반면, 노동자가 구사대에 맞거나 경찰한테 두들겨 맞은 것은 축소하고 생각지도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비교적 잘 보도된 리포트가 있었는데 가치관이 경도된 편집국 수뇌부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업체가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정권 비도덕성 논란으로 확대되자 결국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SBS는 상대적으로 관련 뉴스를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SBS는 지난 31일 8시 뉴스에서 "파업 중인 SJM사 자동차 부품 공장에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어가서 근로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며 "문제의 용역업체가 권력층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치이슈로 비화할 조짐까지 번지고 있다. 경찰 수사에 이어 정치권까지 개입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클로징 멘트에서도 "신나는 올림픽 축제 중이지만 드릴 말씀은 드려야겠다"며 "파업 중인 SJM사의 용역업체 폭력 사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아직도 폭력으로 근로자들을 두드려 패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양재일 대표는 국가주의적 공권력의 폭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언론들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사기업의 폭력에 대해서도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대표는 "정부가 과거 용사참사나 쌍용자동차 진압 당시 공권력의 폭력을 합리하면서 문제가 심각한데도 언론들이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폭력 사태도 언론이 내버려뒀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점을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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