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최태원 공동투자? “탄원서 제출과 무관”
안철수와 최태원 공동투자? “탄원서 제출과 무관”
정치권 안철수 검증 시작…“최태원 개인이 아니라 SK 합작투자, 탄원서 낸 직후 대표이사 사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책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고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안 원장에 대한 검증도 시작된 모양새다. 첫번째 검증 이슈는 안 원장이 내세우는 주요 공약인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이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자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은 지난 31일 국회 정무위에서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기업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범죄가 된다, 경제계 리더를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1조 5천억 원의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원장은 재벌 2·3세와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V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2003년 당시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을 위한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사실이 확산되자 안 원장 측은 30일 보도 자료를 내고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이 일(탄원서 제출)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런 안 원장의 태도를 두고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두고 공세를 시작했다. 조원진 의원은 이날 정무위에서 “(안철수 원장은) 말로는 국민을 호도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사업동업자를 구원해주는 이중잣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연구소와 SK그룹은 2000년 무선보안회사 ‘IA시큐리티’ 설립 당시 각각 45%와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안 원장은 ‘IA시큐리티’ 대표이사 당시 탄원서를 썼다는 게 조 의원 측 설명이다.

조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안 원장의 탄원서 서명 시점은 2003년 4월 18일인데, 그는 2003년 4월 29일까지 회사 대표이사였다. 때문에 동업자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일자 신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안 원장이 과연 대기업의 횡포를 개선하고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경제민주화를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1일자 2면 기사에서 조 의원의 발언을 인용, “안 원장은 탄원서를 낸 같은 해 7월 안랩 홈페이지에 ‘이중 잣대와 위선이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썼다”며 “본인이야말로 이중 잣대의 표준을 보여준다. 이런 사람을 뽑아 놓으면 또 재벌을 모아 V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새로운 부패권력을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일자 6면 기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중앙은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 발언을 인용하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 CEO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 CEO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은 정치를 할 수 없다. 그것(습성)은 속이고 사기를 치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이 같은 발언은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안철수 원장을 같은 부류로 묶어 안 원장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원장 측은 SK의 ‘IA시큐리티’ 투자와 최태원 탄원서 제출은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미 검증의 닻은 올랐다.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주의 전횡을) 행정부·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평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썼다. 이 같은 주장과 ‘최태원 구명’은 분명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안 원장의 적극적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안철수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대선 후보로 나온 이상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거친 다음에 유지되는 지지율이야말로 거품을 뺀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가 검증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검증이 검증이 아닌 ‘때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겨레는 1일자 4면 기사에서 “IA시큐리티(현 유비웨어랩)는 무선보안시스템 개발을 위해 여러 기업이 손을 맞잡고 2000년에 세운 합작법인으로 투자 주체는 최태원 회장 개인이 아니라 SK법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에 대한 안 원장의 탄원서가 사업동업자 관계에 따른 것이란 새누리당 측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안 원장은 탄원서를 낸 직후 ‘IA시큐리티’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고, 이후 회사 경영이 악화돼 ‘IA시큐리티’는 2005년 20억원이던 자본금을 6억원으로 감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2006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한겨레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안 원장이 IA시큐리티 때문에 최 회장 탄원서에 서명했다면 그 이후 회사 경영이 악화된 것은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이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 시작한 만큼 언론은 안 원장의 과거 발언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가 책에서 밝힌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보편증세’ 등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오랜 논쟁이 되어온 재벌개혁론이나 주주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논의도 ‘안철수’를 중심으로 촉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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