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과 지역MBC 등 27개 노조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공동의장 정대균 김대환)가 3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SBS민영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와 지역민방 사장단 간의 광고매출 배분협약에 대한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거센 저항을 예고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이번 협약으로 광고의 공정 배분 요건인 SBS와 지역민방 간 ‘평균 배분비율에 따른 정률제’가 사라졌고 그 결과 SBS의 입맛대로 각 지역민방의 배분율을 조정할 수 있는 불평등 독소조항이 삽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코바코 체제에서 SBS미디어렙에 포함되어 있던 지역민방들은 SBS와 ‘75대25’의 정해진 비율로 광고를 배분받았다. 그러나 이번 협약에 따르면 배분율은 직전 5년간의 평균 배분율로 결정되며, 지역민방 매출총액이 목표치의 97~100% 사이일 경우 지역사에서 이의제기를 할 수 없게 됐다.

지역방송들은 협약에 나오는 ‘97%’에 SBS의 꼼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환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SBS는 97%만 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올해도 내년에도 매출목표치의 97%만 주는 식으로 지역방송에 대한 광고배분을 줄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방송은 과거처럼 75:25의 정률 배분을 주장하고 있지만 SBS는 이번 협약이 사실상의 정률제라는 입장이다.

논란은 또 있다. 지역방송의 매출목표치는 평균 97%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각 사별로는 최소 92%까지 집행이 가능하다. 김대환 의장은 “SBS 입장에선 어떤 곳은 92%의 광고를 주고 어떤 곳은 100% 이상을 주는 식으로 97% 비율만 맞추면 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방송은 향후 광고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광고를 더 받기 위해 SBS에 충성경쟁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광고를 볼모로 편성권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방송협의회에 따르면 SBS는 협약 체결 과정에서 지역민방의 주시청시간대 편성권까지 가져가려했으나 이번 협약에서는 관련 조항이 빠졌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편성권마저 가져가려 할 것이란 얘기가 지역민방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방송협의회는 3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SBS가 최대출자자인 민영 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는 명실상부한 지역민방 약탈의 도구이자 자사 이익만을 앞세우는 탐욕의 도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하며 “방통위는 SBS에게 불평등한 협약의 즉각적인 수정과 지역민방과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성실한 지원의 계획을 적극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이어 “SBS는 중소방송 보호라는 미디어렙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지만 감독기관인 방통위는 눈과 귀를 닫았다”고 비판한 뒤 “이 같은 상황에선 미디어크리에이트의 방통위 허가 저지와 미디어렙법 개정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NN․대구방송․광주방송 등 9개 지역민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SBS는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자신들의 판매자회사 정도로 생각하고 기본적인 공공성과 독립성마저 박탈하고자 하고 있다. SBS가 미디어렙을 사영화하고 지역민방을 종속화하지 못하도록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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