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사장이 아시아 태평양 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북한에 다녀온 뒤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김 사장은 북한 주민들도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끔 북한의 방송중계권 부여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특사자격으로 남북관계변화를 위해 일정 역할을 하고 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인규 사장은 26일 오후 KBS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포츠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북한에 여러 지원을 하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며 방북 결과를 알렸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ABU는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중앙방송위원회(KRT)에 런던올림픽 중계권을 부여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KRT측은 올림픽에 6명의 현지 방송단을 파견했으며 ABU는 방송제작 및 송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KRT는 올림픽기간 중 주요 관심경기를 중심으로 최소 200시간 이상 중계할 수 있으며 3000시간이 넘는 라이브와 녹화방송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존 바튼 ABU 스포츠국장은 이날 “북한 방송단 참여는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을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김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김 사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런던올림픽 이슈 외에 한국정부의 입장을 전한 것들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실제로 김 사장은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양에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고 말해 궁금증을 낳았다.

김인규 사장은 그러나 “이번 방문은 ABU 회장으로서 회원사인 KRT의 스포츠중계를 비롯한 협력사항을 위해 갔다 온 것이다. 이른바 특사라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힌다”며 ‘특사설’을 일축했다. 김 사장은 “첫날은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엔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차승수 위원장과 KRT부위원장인 조선중앙TV 이철 사장 등 스포츠 담당자들을 만났다”고 말한 뒤 “제가 아는 한은 모두 KRT와 관계된 인사였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번에 경험한 북한의 인상을 묻자 “21년 전 다녀오고 처음이었다. 건물은 좀 늘어난 것 같고 21년 전 봤던 체제홍보현수막도 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한 뒤 “21년 전에는 길 가던 여성 중 한복 입은 여성이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 간편 복장을 입은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BU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대회의 주관연맹 협상에서 ABU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단체다. 북한(KRT)은 정회원인 한국의 추가 정회원(정회원 소속국가의 전국권 지상파 방송사)자격으로 1991년 가입했다. 북한은 ABU를 통해 지금껏 유럽축구와 월드컵 등을 중계해왔으며 소정의 중계권료를 납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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