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이만수 감독에게 사과 안 하나
동아일보, 이만수 감독에게 사과 안 하나
[김창룡의 미디어창] 오보에 우는 사람들

오보는 기자와 언론사 모두에게 불명예이며 신뢰감 상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 생명인 언론사의 입장에서 오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문제는 오보에도 종류가 있고 그 정도와 성격에 따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법적인 논란을 떠나 저널리즘 차원에서 어떤 오보는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으며 어떤 오보는 곤란할까.

동아닷컴의 한 보도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2년 7월 20일 저녁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매치 2012 식전 행사에서 김성근 감독이 시타를 마친 뒤 주전 포수를 맡았던 이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이만수 감독이 이를 무시하고 덕 아웃으로 걸어갔다는 게 동아닷컴의 보도였다.

동아닷컴은 “이 감독이 시타를 마친 후 악수를 청하는 듯한 김 감독을 무시한 채 덕 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면서 “이에 김 감독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굳은 얼굴을 한 채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체로 이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살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기다, 동아닷컴은 “이 감독이 자신이 세운 기록에 비해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야구팬의 빈축을 샀다”고 지적한데 이어 ‘프로답지 못한 행동’, ‘악수 한 번 하는 게 뭐 어렵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누리꾼들 반응을 자세하게 전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닌 오보였다. 누리꾼들이 동아닷컴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고 동아닷컴은 결국 하루만인 21일 정정보도를 냈다. 이런 오보로 인해 이 감독이 받았을 팬들의 항의와 욕설 등은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보도가 나가면 이 감독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한데, 동아닷컴은 어떻게 이렇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 동아닷컴은 정정 기사에서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기사를 게재한 점에 대해 야구 팬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향후 기사 작성에 있어 보다 신중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스스로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오보를 낸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미디어오늘은 “김 감독과 이 감독이 평소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닷컴의 기사는 단순히 사진 한 장과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묶어서 쓴 가십성 기사였고 몇 장의 사진만 교차 확인했어도 피할 수 있는 오보였다”고 분석했다.

피할 수 있는 오보였다는 지적, 정확히 알아보지 않았다는 고백…저널리즘 차원에서 ‘취재성실의 의무’를 회피한 셈이다. 더구나 보도로 인해 그 대상자가 사회적 어려움에 처할 때는 두 번 세 번 확인하도록 하고 ‘프로답지 못한 행동’ 등의 비난하는 취재원의 신원까지도 공개하도록 보도준칙은 권고하고 있다. 사회 통합은 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의 내용으로 언론사가 궁극적으로 꾀하는 것인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조선일보는 7월 19일자 1면에서 18일 오후 태풍 ‘카눈’ 상륙시기에 맞춰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험한 파도 사진을 내보냈다. 그러나 그 사진은 2009년 사진으로 역시 오보였다.

조선일보는 즉각 사과문을 냈다. 조선은 20일자 2면에 사과문을 내고 “본지 19일자 1면에 실린 ‘해운대의 성난 파도’ 태풍 카눈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3년 전 사진을 조선일보 본사에 송고한 김아무개 사진기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3년 전 찍은 사진이 맞다”고 시인하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김 기자는 “(3년 전 찍은 사진의) 화상 상태가 좋아서 노트북에 있던 것을 빼서 서울(본사)에 보냈다”며 “(본사에서) 어제 찍은 사진의 상태가 안 좋아서 그 사진을 쓴 모양”이라 전했다.

조선은 사과문에서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프리랜서이며, 해당 기자는 18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태풍 취재에 나섰지만 사진의 상태가 좋지 않자 자신이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찍었던 사진을 본사에 전송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사과내용만 봐도 사진기자가 3년전 사진을 보내 실리도록 한 고의성이 인정된다. 고의성있는 오보는 독자를 속이는 행위로 저널리스트가 가장 피해야 할 대목이다. 사과문에서조차 정확한 사실관계를 짚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태풍 취재에 나섰지만 사진의 상태가 좋지않아서…’라고 하는데, 그 당시 태풍 카눈은 부산지역을 비껴서 호남, 서해안쪽으로 갔기 때문에 해운대는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별 문제가 없었다. 말하자면 태풍에 어울리는 그림을 찍을 수가 없었지, 사진 상태가 좋지않은 상황은 아니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테니스를 치는 등 야외활동 하는데도 아무 지장이 없을만큼 태풍은 조용히 사라졌다.

태풍을 실감나게 보도해야 할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파도치는 멋진 장면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진실은 언론사의 예상과 다를 수 있어 밋밋하다. 기사를 만들려는 욕심, 키우려는 오만 독자를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장된 몸짓, 부실한 오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포털의 기능…저널리스트가 과거보다 더욱 신중해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현실이다.

조선과 동아일보같이 영향력이 막대한 신문사의 보도는 오보 역시 정보와 같은 파급효과를 갖게 된다. 고의성이 있든 없든 오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과 신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불성실한 오보, 고의성있는 오보가 특정의 후보에게 부당하게 유리 혹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송, 신문 등 미디어 선거의 주역들은 형식적인 ‘선거보도 가이드라인’ 아닌 구속력있는 자율규제기구를 자발적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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