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퇴진에 맞서 163일이라는 사상 최장 기간 파업을 벌여온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 MBC 경영진과 협상없이 파업을 잠정중단하는 방안을 구성원과 협의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성원의 의견수렴 결과 업무복귀 동의를 얻을 경우 노조는 이르면 이달 중순(16일께) 전격 파업 잠정중단을 선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겨울부터 세 계절을 거친 최장기 방송사 파업 사태가 6개월 만에 마무리될 상황을 앞두게 됐다.

MBC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집행부를 비롯해 부문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파업 중단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다. 노조의 간담회는 확대집행부 구성원(9일)에 이어 10일 경영부문과 편성·제작부문 조합원 대상, 11일 영상미술부문과 보도부문, 기술부문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10일 “오는 8월 새 방문진 이사진이 들어오면 경영판단과 법상식, 순리 등에 따라 김재철 사장의 거취문제를 결정한다고 여야 개원 합의문이 나왔다”며 “새 방문진이 김 사장의 각종 의혹에 진상조사를 하게 되면 해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끝까지 가자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어차피 김 사장은 나가는 사장이기 때문에 그 뒤를 준비하고, 망가진 MBC를 조속히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복귀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승리의 복귀이자 국민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철 사장에 의해 해고당한 최승호 전 MBC PD수첩 PD도 “여야 합의문 가운데 ‘법상식’과 ‘순리’에 따르자면, 김 사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라며 “국민적 합의를 뜻하는 여야 합의안에 우리도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께 해고당했던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은 “이번 복귀하는 방식은 협상없이 일방적으로 복귀하는 것인데 ‘올림픽방송’, ‘무한도전’, ‘뉴스정상화’ 등의 명분만을 갖고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공감대와 호소력을 줄 수도 있는 하나의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위원장은 “들어가서 싸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올라가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의 선택”이라며 “승리를 위해 올라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160여 일 동안 어떤 성과를 얻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고차원 전주MBC 기자는 “죽은 권력이든 살아있는 권력이든 다 한 통속임이 분명한데 160일 이상 파업한 상황에서 ‘제2의 김재철’이 아닌 인사가 올 것이냐는 확신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김재철이 망가뜨린 시스템, 공정방송, 제작환경을 복원시켜야 하는데, 여전히 남아있는 김재철의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이번이든 연말이든 이 파업을 정리할 때 우리가 무언가를 일궈냈으며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성과를 갖고 올라간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2년 전 졌다고 생각하고 올라가니 현장 투쟁도 잘 안됐다. 정리를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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