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퇴행적인 종북논쟁이 한창입니다. 보수진영에서 복지 프레임을 끌어안고 나서는 반면 진보진영은 아직도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과 금융 부실을 해결하고 조세와 재정을 아우르는 경제 정의 어젠더를 누가 선점하고 선도하느냐가 정치 판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명박 정부 5년의 공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 등을 지낸 김수현 교수를 만납니다. <편집자 주>

①부동산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고통스러워도 집값이 빠져야 사람 값이 오른다”>

김수현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설계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도 그의 작품이다. ‘이론과 실무에 능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그 이지만, 임기 내 집값을 잡지 못했던 ‘죄과’는 그에게도 보이지 않는 멍에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여름,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공과를 담담히 짚어 내려가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묵직한’ 평가를 담았다.

4일 오후 세종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부동산 가격 급락 내지는 폭락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저절로 연착륙이 될 거라는 접근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일까. 김 교수는 ‘연착륙’을 고민해야 한다며 동시에 “지난 40년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으로부터 우리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부양책’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근래에 겪어보지 못했던 일일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올라가면 억제책을 쓰고, 너무 내려가면 부양하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억제하고 너무 내려가면 부양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필요한 경제정책이다. 그걸 안 하는 정권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가 너무 떨어지면 일반적인 의미의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의 사이클상 억제책이나 부양책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건 일종의 정상적 경제정책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억제책과 부양책은 특별히 더 논쟁적이고 쟁점이 많지 않나. 부동산이라는 물건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의미가 있다. 이건 우리만 특수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부양책을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부양책은 당연히 써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부양책이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부동산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는 부양책이 될지, 아니면 과거의 그런 문제를 계속 유지시키는 부양책이 될지 그런 차원의 문제다. 노무현 정부가 지금 있었어도 아마 상당한 정도는 부양책을 썼을 거다. 어쩔 수 없다.”

“건설경기 살아나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 된다?”

-정부는 DTI 폐지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대책들을 조금씩 흘리고 있다. 그게 효과가 있을 거냐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있는 것 아닌가.
“그것 역시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우선 정책 효과라는 점에서 보면, 부동산 정책은 유독 정책 시차가 크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게 집값을 잡고 싶어 했는데 바로 효과가 안 나타나지 않았나. 의도한 시기에 의도한 정책이 딱 먹혀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이라는 물건 자체가 생산과 소비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부양책을 쓰는데 왜 효과가 없냐’거나 혹은 ‘부양책을 쓰면 금방 불길이 확 살아날 것 같냐’는 식의 질문은 적절치 않다. 이게 큰 항공모함 같아서 한 번 방향을 선회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지금 부동산 경기 침체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고 그 이전에 누적된 다른 요소들이 반영되어 영향을 주고 있는 거다. 첫째, 이미 상당한 정도 공급이 되어 있었다. 두 번째, 너무 가격이 높다. 세 번째, 앞으로 미래 방향에 대해서 예측하지 못하겠다, 낙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부양책을 펴더라도 이게 바로 효과를 줄 수가 없다. 예를 들면 DTI (폐지)같은 경우는 이 불안한 와중에 돈을 더 빌려줄 테니까 집을 사라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될 리가 없지 않나. 마찬가지로 집값이 폭등하는데 DTI를 한다고 바로 잡을 수 있나. 그것만 해서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부양책을 두 가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그 부양책을 펴서 효과를 볼 거냐 말 거냐의 문제가 있다. 즉, 부동산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걸 만약 정부가 막으려고 한다면, 지금 정책들이 효과를 거둘 거냐의 문제다. DTI 같은 경우 효과는 못 거두고 아마 가계부채만 늘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기 보다는 집을 담보로 생업자금을 빌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DTI를 풀어 놓으면 집 사려는 부채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부채 조정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의 부채를 키우는 효과가 발생하는 거다.

그 다음에 양도세 중과도 그렇다. 그건 늘 해왔던 거다. 경기가 나빠지면 풀어주고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묶고 했다. 그런데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주겠다는 건 집을 더 사서 세를 놓되, 나중에 팔더라도 세금은 중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지금 집을 더 사봐야 운용수익이 기대가 잘 안 된다. 집값이 오를 전망이 보여야 집을 더 산다. 그러니까 이것 역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더라도 소기의 정책, 만약 그 정책 목적이 옳다고 치면, 정부가 생각하는 효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오히려 세제 구조만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반대하는 거다.

나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급락 내지는 폭락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폭락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면, 즉 폭락을 저지하는 선에서 연착륙을 시킬 수 있다면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걸 왜 막냐, 더 떨어지게 놔두자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이건 당연히 연착륙 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연착륙 대책인지, 아니면 이거라도 해보자는 것인지(가 문제다). 나는 후자라고 본다. 연착륙 대책이라는 것은 그걸 부양시키는 방식이 아니고 가계부채나 이런 쪽을 수습하는 방향이어야지,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저절로 연착륙이 될 거라는 접근법은 잘못됐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인데. 방법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많이 올랐던 곳들이 실제로 고점대비 20%가 내려갔다. 거기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30% 이상이 내렸다. 이게 한 해에 30%가 떨어지면 이건 경제위기다. 근데 4~5년에 걸쳐서 30%가 내려가면 이건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거품이 빠지는 것이다. 외국의 그래프를 보면 수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우리는 조금 내려가거나 횡보하고 있다. 그보다 더 떨어지길 바란다고 하면 후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건 ‘화끈하게’ 갈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자산이 우리 가계 자산의 80%다. 일부에서는 거품이 더 빠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주장이야 말로 너무나 무책임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실제로 확 떨어질 거냐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가격이) 한꺼번에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우리는 주택구입 자금 중에 은행 대출이 평균적으로 40%가 안 된다. 전세제도 때문에 그렇다. 이건 외국에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집값이 폭락하는 나라들은 모기지(mortgage: 주택담보대출)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집값의) 80%를 빌려서 산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때 90% 이상을 빌렸다. 이런 경우 집값이 떨어지면 그걸 다달이 갚아나가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걸 지탱할 이유도 없고 방법도 없다. 그러니까 바로 경매로 나와 버린다. 경매로 나온 물건은 시장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게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집값이 급락하는 것이다. 올해 초에 미국의 모기지 연체율이 약 9% 가까이 됐다. 우리는 연체율이 아직 1%가 안 된다. 시카고에서 거래된 주택의 약 3분의 1 정도가 은행에서 차압해 경매에 내놓은 물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폭락 안 하면 비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폭락하지 않는 금융 구조가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동시에 많은 가정들이 가계부채 때문에 죽겠다고 한다. 우리식 딜레마가 있다. 우리나라 은행은 (주택대출 부실로) 망하지 않는다. 은행은 담보가치인 집값이 여간 떨어져도 대출금 이상이다. 대출 비율이 평균 40%니까. 예외적으로 70%씩 빌린 곳들이 있겠지만, 그게 순전히 집 사려는 돈 때문인지 아니면 집을 담보로 생계자금을 빌려서 그런지는 다시 봐야 하는 문제다. 어쨌든 그런 것들이 경매에 들어가는 것 아니겠나. 지금 그런 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적어도 외국처럼 금융기관 스스로가 이걸 회수 안 하면 위험해져서 연쇄 가격하락을 일으키는 단계까지는 안 가있다는 거다. 우리는 그렇게 가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집값이 폭락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게 되지도 않을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계가 안전하냐는 문제가 있다. 은행은 안전하지만, 우리 구조는 가계가 불안할 수 있다. 집값이 워낙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40%만 빌려도 이게 큰 부담이 된다. 그럼 왜 연체율이 아직 1% 미만이냐. 그건 온 가족이 그 집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게 우리 경제의 소비를 대단히 억제시키고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게 폭력적으로 조정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그렇지도 않을 거다, 그렇게 본다. 거품이 있다면 거품은 빠지게 되어 있다. 그게 한꺼번에 빠지느냐, 천천히 빠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우리는 천천히 빠지는 길로 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본다.”

“임대차 등록제 실시해서 민간임대 활용하자”

-큰 틀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늘리고 거래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참여정부때도 그렇게 했다. 우리는 20년 이상 그게 정답인줄 알았다. 근데 그 방향은 옳지만, 이것 역시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왜곡된 구조가 있다. 세제가 누진세 구조다. 서민들이 사는 주택은 보유세가 아주 낮게 책정이 되어 있고, 반면 고가 주택은 비교적 보유세 현실화율이 높은 편이다. 물론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 방향은 옳은데 속도에 대해서는 욕심 부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본다. 이 누진구조 하에서 지나치게 전체 목표를 올리려고 하다보니까 (문제가 있었다). 우리 생각에는 10억 이상 20억 이상 주택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왕창 때리자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제도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 따라서 비교적 합리적이되 동시에 장기적인, 그리고 꾸준한 목표설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유세를 늘려서 마련된 재원을 복지에 쓰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나는 안 된다고 보는 거다. 우리가 그것만으로 복지재원이 해결된다고 단순 계산할지 모르지만, 역시 우리 보유세제가 누진구조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이 사는 주택이나 농지라든가 이런 경우에는 0.01%정도다.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만약 우리가 평균 1%를 올린다고 했을 때는 이걸 올려줘야 한다. (그건) 불가능 하다. 상위층 세금을 올리면 심각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보유세를 올려서 복지재원으로 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전체적인 세금제도의 틀을 해칠 수 있다?
“그렇다. 물론 이제 어느 정도는 보완을 해서 조금 조정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걸 마치 복지의 확실한 재원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야당은 부동산 주요 대책 중 하나로 공공임대 주택 확충을 꼽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너무 낮은 현실도 이유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그건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새누리당 4·11 총선 공약의 주택분야 1번 공약이 공공임대 확대였다. 여야 할 것 없이 이걸 늘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재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하고 있는 거다. 지금 LH공사 부채의 큰 이유가 바로 이 문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를 늘리자는 건 거의 사회적 합의인 것 같다. 문제는 그걸 늘리려면 사회가 희생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는 점이다. 재원을 포함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대책이 없는 건 문제다.”

-대안으로 민간임대를 활성화를 제시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공공임대를 짓지 말자는 게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지금 10%가 목표치다. 지금 4.5%수준인데 지금보다 약 두 배로 늘리자는 거다. 이것만 해도 국가재원이 100조 이상이 들어간다. 작은 사업이 아니다. 돈도 돈이지만 지금 땅이 많지 않다. 그리고 민간주택이 서서히 남아돌기 시작할 거다. 그러면 결국 민간 부문을 활용해야 한다. 민간임대부문에 대해서 우리는 늘 이건 그냥 나쁜 것, 이건 그냥 버려야 될 것, 이런 식으로만 자꾸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역시 우리 제도 내로 포함 시켜야 한다. 우리보다 나은 복지국가라는 곳도 공공임대도 있지만 민간임대도 활용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활용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당장 시행하기에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조건이 복잡한 건 없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 중에 ‘전월세 상한제’나 ‘임대료 보조제’가 있다.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임대차 등록제’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걸 하는 나라는 없다.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차 등록제를 하자는 이야기다.

근데 이걸 하자고 하면 등록 받아서 세금 받을 거 아니냐는 얘기가 당장 나온다. 또 그걸 등록하게 되면 일종의 불로소득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니까 엄청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저항을 ‘전세금이 올라갈 거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또는 할머니들 집 몇 채 세 놔서 월세 받아 사는데 (세금을 걷어갈 거냐) 하는 얘기도 나올 거다. 그런 문제는 예를 들어 월세 수입이 150만원 이하는 면세로 하는 식으로 일종의 경과조치를 두면 된다. 이걸 안 하니까 수억원짜리 전세를 여러 채 놓고 있는 사람들도 아무런 장치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임대차 등록제라는 게 정치적으로는 누구나 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나 이걸 안 하고는 우리 시민단체나 이런 데서 요구하는 전월세 상한제 같은 걸 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민간임대주택을 누가 누구에게 얼마에 세놓는지 모른 채, 그냥 집주인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나.”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의 공통점은?

-뉴타운이 골칫덩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그렇다. 출구전략에는 어떤 게 있을까.
“간단하다. 출구전략을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고 사업이 안 된다. 한 때는 되는 줄 알았다. 전 세계가 부동산 거품에 빠져 있을 때. 그때는 그냥 지금 있는 집을 내주고 크고 비싸게 지으면 다 되는 줄로, 어떻게 보면 우리사회 전체가 착각을 했다. 또 그렇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표를 줬다. 일종의 욕망의 정치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안 된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이 꼴사나워서 안 하겠다’가 아니고, 주민들이 못 한다. 그래서 달리 거창한 이름의 출구전략이 아니고 사업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출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재개발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이른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재개발이 될 거라고 믿어 왔다. 이제는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지역이 계속 쇠락해갈 거다. 그럼 결국 공공이 일정수준 개입을 해줘야 한다. 어떤 개입을 할 거냐는 건 논쟁거리가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공공이 재정지원을 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 도로나 주차장 같은) 기간시설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민간에 의해서 하게 하더라도. 이런 식의 새로운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건 이미 서울시가 발표를 하기도 했고. 오세훈 시장이 막판에 휴먼타운이라고 내놓은 것도 그런 얘기다, 사실은.”

-지금까지는 재개발을 하면 대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
“그건 외지인들이 들어오면 돈을 버니까 가능했는데, 이제는 외지인들이 들어와 봐야 돈을 못 버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기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는 나름대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도 그렇고 뉴타운도 그렇고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이 여론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정책 제일 하기 어려운 게 교육정책하고 부동산이다. 모두가 이해관계자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가 모두 다 다르다. 한 마디로 ‘국론’이 한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당연히 없다. 결국 뭔가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고,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명백히 부자들의 입장을 선택했다고 본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집 부자들에 대해서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걸 명백한 싸움거리로 잡기도 했고…. 불편부당한 정책은 있기 어렵다. 어떤 정책이든 자신들을 좀 더 지지하는 집단들의 속성을 어느 정도는 반영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우리 부동산 정책은 그 힘의 균형상 대개 이른바 중산층 이상의 여론이 전체 부동산 시장의 여론으로 반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드시 2%(에 해당하는) 집부자들 뿐만이 아니고, 어느 정도 아파트라도 좀 사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여론이 부동산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실제 지금 우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현안은 월세다. 조사를 해보면 자기 소득의 3분의1 이상을 월세로 내는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서민들이 사는 임대차 방식이 급격히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70% 내지 80%가 월세로 전환됐다. 그런데 신문에는 그런 월세살이의 문제나 고시원에 사는 독신거주자들의 문제보다는, ‘3억하던 전세가 4억이 됐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나’ 하는 문제가 주로 더 부각이 되고 그게 우리 주택 시장의 최대 이슈인 것처럼 되어 있다. 대개 그 3억 전세 사는 사람들이 화이트칼라에 신문독자들이고 이런 사람들이다. 우리 부동산 정책 역시 그런 점에서는 좀 왜곡된 중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사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그런 분들은 시장에 맡겨도 될 분들이다. 그럼 정부가 무엇을 할 거냐. 일종의 주거복지 내지는 서민층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그 때는 전월세문제나 공공임대, 그런 게 중심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집값을 잡으려고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여러 정책을 썼는데도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어떻게 평가하나.
“첫째는 그 당시에 가격 상승 압력의 진원이 사실 전 세계적인 거품이었다. 그래서 만약 이 거품의 수준이 정말 전 세계적이고 뿌리가 너무나 센 거였다면 좀 더 특단의 대책을 조기에 펼쳤어야 하는데, 그건 우리만 모른 게 아니고 전 세계가 몰랐다. 물론 이 ‘몰랐다’는 표현이 좀 부적절 하다. 우리는 옛날 패러다임에서 그 위기의 강도를 진단했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하는 게 뭐냐면 자기들도 이게 이 정도의 거품일 줄 몰랐다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해서 모든 나라들이. 그래서…. 변명거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게 납득이 안 된다. 우선 내가 받는 고통들이 너무나 끔찍했으니까. 그래서 어쨌든 참여정부 기간 중에 그 문제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도 최선을 다 했다. 조금은 그래도 가상하게 봐줄 측면은 있다고 본다. 어쨌든 몸부림을 친 결과 외국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은 좀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위기가 올 거다 말 거다 하지만,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등이 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거기에 비춰보면 욕은 먹었지만, 어느 정도 최악의 상황은 막는 조치는 했지 않나, 그렇게 본다.

“주택정책 ‘판’이 달라졌다…새 패러다임으로 옮겨가야”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고, 지금도 진보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나 후분양제가 대안이 아니라고 책에 쓰셨다.
“후분양은 본질이 아니다. 그건 좀 잘못 알려진 점이 있는 것 같다. 분양가 상한제는 지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다. 그럴(논란을 벌일) 바에야 그냥 놔두자는 입장이다. 그것 때문에 목숨 걸지는 않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 상당 부분, 예를 들어 생애최초구입자금대출을 늘리자는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당장 찬성했을 거다. 그러나 이념적으로 자꾸 가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 한다.

한편으로는 자꾸 급락, 장기대세하락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얼마나 무서운 얘긴가. 우리 건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 거기에 차지하는 고용, 건설업뿐인가. 부동산 관련 산업이 굉장히 넓다. 중개업소만 해도 개업한 것만 8만5천이다. 먹고 사는 사람까지 하면 수십만이 걸린 거다. 그 다음에 도배, 인테리어, 이사…. 다 서민들이 일하는 곳이다. 여기가 지금 안 돌아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자꾸 교과서적인 얘기로 흘려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정책이 이념논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사실 교육 분야도 이념 논쟁의 아주 좋은 영역이다. 왜냐면 이건 기술 영역이 아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극히 좋은 이념논쟁의 소재다. 여기에는 공공성과 민간이라는 양 모델이 있다. 공공 중심으로 가는 나라가 있는 반면 아예 시장에 맡기는 나라가 있는 것처럼 이 논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균형 잡힌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누가 볼 때는 뭐…. 누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전향’을 했다고…. 참여정부때 제가 하도 많이 데였다.”

-아까 말씀하신 내용도 최근 주로 보수·경제 신문에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 풀어야 한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죽어서 서민들이 다 죽어 나간다’고 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부동산이 우리 가계 자산의 80%라는 엄연한 현실을 자꾸 남 얘기처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한 달에 이자만 100만원씩 내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못한다. 누가 나쁜 사람이고 누가 투기꾼이고 이런 식의 이념적 표현을 써서 갈 문제가 아니다.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좋아서 어느 부분은 인정해주자는 게 아니고,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미워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막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안타깝게도 해도 효과도 없는 정책을 자꾸 하고 있다.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자기들도 답답하니까.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거다. 오히려 문제가 생길 때 수습할 수 있는 안전망을 쳐둬야지, 마치 경기가 살아나면 이 문제가 다 풀릴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경기 살리는데 퍼붓지 말고, 경기는 안 살아날 거라고 보고 그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망 이탈자들에 대한 대책, 안정화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더 급하다.”

-젊은 층을 위한 부동산 대책으로는 뭐가 있을까.
“공공임대주택이 하나의 대안이 될 거고, 그 다음에 민간임대를 안정화 시키는 도리밖에 없다. 특히 젊은 층이 갈 곳이 대부분 월세이지 않나. 장기적으로 (민간임대 부문에서) 월세를 안정화시키고 임대료 보조 제도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도 똑같이 고민하는 게 젊은 층 주택문제다. 우리 주택 정책의 영역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아파트 값 오르고 내리고, 또 뭐 큰 집 지을래 작은집 지을래, 보유세를 높이냐 낮추냐 이런 거였다면, 이제는 전선이 달라졌다. ‘소리 없는 사람들’의 전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저는 종부세 때문에 죽다 살아난 사람이지만. (웃음) 그런 거에 대해서 제가 별로 집착하지 않는 이유가 틀이 바뀌었다는 거다. 옮겨 가자는 이야기다.”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에서 '한국형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하셨다. 차기 정부가 꼭 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부동산은 끝났다’고 하니까 무슨 제목이 이러냐고…. 저도 좀 민망한 제목이었다. 근데 책을 읽어 보면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거란 얘기는 전혀 없다. ‘끝났다’고 하는 건 우리 부동산 정책의 기본 공식이 끝났다는 이야기다. 우리 부동산 정책은 지난 40년간의 공식에 갇혀 있었다. 언제나 집값은 올라왔고, 오르면 정부는 억제하려고 했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부양하려고 했다.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은 어떻게든 많이 지어야 되고, 큰 집을 지어야 되고, 집을 사면 돈을 벌고,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규제하거나 부양하거나 해왔다. 이런 악순환의 전쟁터를 겪어 왔다.

그런데 이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저출산 고령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또 이제는 오히려 주택이 남아도는 단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거의 질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아졌다. 이런 몇 가지 점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려스러운 변화는 젊은 층들이 집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고시원 같은 형태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현상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지난 40년 동안 고도성장, 급격한 도시화, 그리고 만성적 주택부족이라는 이 세 개에 기반했던 틀. 바로 여기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고 본다. 지난 40년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으로부터 우리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변화 방향은 뭐냐. 상당수는 이제 시장에서 해결이 가능하게 됐고. 반면 적지 않은 계층은 여전히 시장에서 해결을 못하기 때문에 주거복지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더 이상 거품이 생겨서는 안 되고, 동시에 거품을 연착륙 시키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 연착륙 방향에 있어서는 가계부채에 대해서 케이스 별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과다부채를 보유한 사람들은 갚는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연착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그런 식의 대응을 해야 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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