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친일·친미, 언론 ‘마사지’도 안 먹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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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일 군사협정 ‘MB 불똥’ 막고자 이중·삼중 프레임 전환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대형 사고를 쳤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은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이라며 ‘군사’라는 단어를 빼고 여론의 비판을 벗어나려 했지만, 속 보이는 꼼수라는 비판만 자초했다. 한일 군사협정 파문의 불똥이 대통령으로 튀자 청와대와 정부가 이중, 삼중의 프레임 전환을 통한 보호막 설정에 나섰다. / 편집자 주

정치에서 여론을 이끄는 비법 중 하나가 ‘논란의 단순화’다. 일반인이 쉽게 아는 언어로 논란을 간명하게 정리할 때 여론도 움직이게 마련이다.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이 일부 보수언론의 배를 채워주는 잘못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을 때 야권에서는 ‘조중동 방송법’이라는 용어 하나로 여론을 선점했다.

민주당은 복잡하게 법안을 설명하기 이전에 한나라당이 조중동에 방송사를 주고자 ‘조중동 방송법’을 만들려고 한다는 간명한 설명으로 국민의 비판 정서를 유도했다. 논란이 단순한지, 복잡한지는 대선의 승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했던 중요한 원인에는 아들의 병역문제가 있다.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점, 병역면제를 받는 과정에서 부정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 그의 대선행보에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선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간명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병역면제 과정에 부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게 초점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던 ‘BBK 사건’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우선 영어로 된 사건이고 ‘㈜다스’ ‘도곡동 땅’ ‘김경준’ 등 핵심 키워드를 꿰고 있어야 논란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악재에도 임기 말까지 극심한 레임덕을 겪지 않는 이유는 악재가 불거져도 논란의 초점을 분산시키고자 이중 삼중으로 꼬는 비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프레임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쏠쏠한 반사이익을 맛보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핵심 현안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도 그 대표적 예다. 정부의 첫 번째 프레임은 ‘용어’의 생략과 변환이다.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군사’라는 용어를 빼고 한일 정보보호협정이라 이름을 붙었다. 정부 공식 용어만 놓고 보면 ‘군사 협정’과 어떤 관계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정부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협정 명칭에서 ‘군사’를 빼기로 했고, 주관 부처를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옮기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협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조약’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변호사 출신인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한일 양국이 북한을 주적으로 보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헌법 60조의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해당돼 국회가 동의권을 가지는 조약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프레임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튈 불똥을 차단하는 ‘역공’ 프레임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라고 질책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올리는 것에는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주장을 거들었다.

대통령은 책임이 없으며 정부 당국자의 책임이라는 쪽으로 몰아가는 행위인데 이는 ‘외통수’를 자초한 선택이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았다’면 국가원수의 재가 없이 조약 서명식을 진행한 책임을 물어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을 해임해야 한다”면서 “반대로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조약체결절차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지고 직접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프레임은 내용이 아닌 절차의 문제가 논란의 본질인 것처럼 몰아가는 방법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무회의를 비공개로 한 것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도 중국과의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면서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3일자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정보협정을 러시아와 체결했고, 중국과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데, 전형적인 엠비식 사후약방문”이라며 “상황을 호도하려는 교묘한 언술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언론 프레임 전환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전문이 공개되면서 독소조항 문제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협정문을 보면 안보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군사기밀정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고 돼 있어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 협정’이라는 정부 해명과는 차이가 크다.

의혹은 양파 껍질 벗겨지듯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미 지난 5월 1일 한일 군사협정을 가서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은폐했는지, 여당의 누구에게까지 보고가 됐는지 등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협정문 전문이 이미 공개됐고,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재추진을 강행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65%가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70%가 ‘추진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을 위해 국민의 명령을 거부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총리 등 관계자의 인책이 필요하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은 ‘연기’가 아니라 ‘폐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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