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처리의 구체적 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지난 6월 17~27일) 중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국무회의 의결(26일) 등 국내 절차를 거쳐 29일쯤 (서명) 처리할 것’이란 보고를 했으나 차관회의 생략과 국무회의 긴급 안건 처리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자신은 구체적 절차를 몰랐다며 졸속 논란에서 한발 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19대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각’ 개원을 했다. 이날 열린 국회개원식에는 최근 ‘종북 논란’으로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석기 의원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반국가 인사’라는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따라서 이날 이들이 개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지 안하는지, 애국가를 부르는지 안 부르는지 여부가 다음날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됐다. 소모적인 ‘종북’ 논란으로 언론에서 우리사회의 주요 정책·사회 전반 이슈가 잠식된 상황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음은 3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 “MB, 협정 처리 과정 보고 못 받았다”>
-국민일보 <‘한·일 정보협정’ 5월1일 가서명했다>
-동아일보 <‘의원특권 내려놓기’가 정쟁도구로>
-서울신문 <인청공항 매각·FX사업 차기정부로>
-세계일보 <대통령도 모른 國事…국정 ‘펑크’>
-조선일보 <한국의 결혼 돈거래…‘예단 공식’까지 생겼다>
-중앙일보 <충청, 대선 승률 100%의 힘>
-한겨레 <‘한-일협정’ 사과·인책 없이…아랫사람 탓만 한 대통령>
-한국일보

‘하나회 출신’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 ‘굴욕 득표율’

2일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강창희 의장이 총 283표 가운데 195표를 얻는 데 그친 것을 두고,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넘어 ‘예고된 굴욕’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강 의장의 득표(찬성률 68.9%)는 전임 의장들이 90%이상의 찬성률을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문민정부 이후 14대 때 민자당 출신 황낙주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황 전 의장은 1993년 부의장 시절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가 이듬해 의장 선거에서 62.6%를 얻은 바 있다.

한겨레는 “강 의장이 1979년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하나회’ 출신이라는 점과, 2009년 낸 자신의 책 <열정이 시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정치적인 멘토’로, 5·16 쿠데타를 ‘군사 혁명’으로 표현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이 강 의장의 신군부·5공 전력을 문제 삼은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쁜 것부터 배우나…새누리 초선의원들, 박 독주체제서 ‘구태·줄서기·과잉충성’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이 초선의원다운 패기나 문제의식은 없이 줄서기나 과잉충성 등 기존 정치인과 같은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의 독주 체제가 초선들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경향신문은 <구태·줄서기·과잉충성…새누리 초선들 ‘자질부족’>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초선 의원들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과잉 충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첫 초선모임에서 상당수가 박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비박(근혜)계 대선주자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자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다.

국회 쇄신 대책을 둘러싼 논의에서 초선의원들의 이중적 충성 태도가 드러나기도 했다. 원내지도부가 주도한 ‘무노동 무임금’ 정책에 일부 의원이 반발하자 초선들은 앞장서서 해당 정책에 적극 동의하며 지도부를 옹호했다. 반면 지난달 국회의원 겸직금지안을 토론한 의총에서는 초선들이 국무위원 겸직 금지안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누리당 소속 의원 149명 중 74명이 초선의원이다. 경향은 “초선의 자질이 기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만한 인물이 드물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 친박계 의원은 “대다수 초선의원들은 시키면 일하는 일꾼들일 뿐”이라고 말한 것을 전했다.

19대 국회 개원일, 언론의 포커스는 ‘이석기·김재연’

3일 상당수 일간지가 1면에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나 지각해 자리가 빈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장식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이 1면에 이 같은 사진을 실었으며,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각각 6면에 해당 사진을 실었다.

동아는 6면 <이석기-김재연, 개원식 지각…‘국기 경례’ 빠뜨려> 기사에서 두 의원의 일거수일투족 묘사했다. 동아는 해당 기사에서 “통진당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 몇 분 늦게 도착해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지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함께 짧게 세 번 박수를 쳤지만, 이 의원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6면 관련 기사에서 이들이 개원식에 늦은 데 대해 “종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어정쩡한 행동이 아니냐”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이 의원 측이 “평소처럼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도 이날 따라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몰렸다. 결국 계단을 통해 내려왔는데도 늦은 것일 뿐 별 뜻은 없다”고 밝힌 것을 전했다.

한편 조선은 6면에 두 의원이 애국가를 부르는 사진을 싣고 사진에 ‘국기에 대한 경례 땐 빠지고…애국가는 우물쭈물 따라 불러’라는 제목을 붙였다.

MB, 또 유체이탈화법 시리즈?

한일 정보보호협정 비공개 처리 파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국회 보고 후 협정 체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 중국과의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협정을 조만간 다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혀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긴급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며 “도대체 긴급 안건 상정은 누구의 발상이냐”고 거듭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사태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 양상을 보인 데 대해서도 역정을 내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게 최대 책임을 물을 사안을 두고 또다시 '남일인 듯' 말하는 화법이 발동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일본과의 협정이라는 민감성을 정말 몰랐다는 것인지, 상황을 호도하려는 교묘한 언술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은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문책할 일이 있으면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한일 군사협정) 절차와 과정에 유감”…민주당 “폐기해야”

이제 시선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태도에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그의 외교안보관, 대일본 외교 노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의원은 2일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해당 협정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총리 해임, 국회 청문회 등을 요구하며 대여공세에 날을 세웠다. 또 이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사전에 협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이 사전에 협정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당정협의를 안 했다면 여당까지 무시한 채 비밀리에 처리한 것이고, 당정협의를 했다면 새누리당은 그때 왜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되려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2010년 핵무기 대량 생산 지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북한의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대내외에 밝혀온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해당신문이 자체입수한 북한 조선노동당 내부 문서에 “김정일 전 위원장은 2010년 11월 미국 과학자 등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 기술에 대해 ‘우라늄 농축 기술은 민수공업에 이용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을 전했다. 또 문서에는 김 전 위원장이 “(우라늄 농축이) 군사적 측면에서 원자폭탄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며, 대량의 핵무기를 생산하도록 지시했다”고 적혀있다.

북한은 그동안 일관되게 우라늄 농축활동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며, 핵에너지의 평화이용 권리는 국가의 자주권 문제이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문서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시사항도 상세히 기술돼 눈길을 끈다. 문서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일본과이 관계에 대해 “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선 시종일관 강경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적의 늑대 같은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 결코 환상을 갖지 말고 적대의식을 견지하라고 말했다”고 적시했다. 국가 지도부가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외부 ‘가상의 적’에 대한 적대감을 강조하는 시도는 꾸준함을 보여준다.

오원춘 예방 가능할까…범죄 전과 외국인 한국 입국 제한

내달부터 범죄 경력이 있거나 감염 질병을 앓는 외국인의 입국 심사가 한층 강화된다. 법무부는 2일 ‘해외 범죄 경력 및 건강상태 확인 강화 방안’을 발표해 비자 심사에서 해외 범죄 경력 확인 대상과 건강상태 확인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미성년자를 가르치는 회화 강사, 위장·사기 결혼 사례가 많은 일부 국가 출신 결혼이민자들만 해외범죄경력증명서를 내도록 했으나, 오는 8월부턴 단순 노무 종사자, 선원 취업, 방문 취업자 등과 영주권신청자도 전과 여부를 증빙해야 한다.

감염질병 여부 확인 대상자도 기존에 회화강사, 유흥업소 종사자, 단순 노무 종사자에서 방문취업동포까지 확대된다. 확인 질병은 결핵, B형 간염, 매독 등과 마약복용 경험, 정신질환 전력 등이다. 이는 최근 오원춘 살인사건 등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로, 법무부 관계자

변호사들 ‘쌍용차’ 해고노동자 위해 나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해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서울변호사회(회장 오욱환)는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 사태 특별조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9년 2464명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노동자와 가족 22명이 사망했음에도 쌍용차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더 이상 해고 노동자와 가족의 죽음이 없게 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노사가 합의를 통해 해결할 지점이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이해에 함몰돼 3년 이상 사태를 방치해왔다”며 “22명이라는 무고한 사람의 죽음 앞에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상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에서 특별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쌍용차 TF(태스크포스)에는 10여명의 소속 변호사가 참여할 예정이며 내달 15일까지 1차 조사기간에 관련 법령과 자료조사,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과 동시에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경향이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