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지식인인 서해성 작가가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한 ‘종북주사파’ 논란에 대해 “진보진영에 속해 있는 개별에 대한 겁박이며 이로 인해 진보적 의제 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며 “이는 언론이 만든 공안정국이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진보도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성 작가는 2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수·진보진영을 막론하고 벌이는 마녀사냥식 사상검열, ‘당신은 종북주의자인가’를 따지는 분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언론이 이런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지금 시기는 역사상 보수언론이 진보정치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 비이성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때이다. 진보정당을 말살하려는 기도가 있는 것 같다. 과거 진보정당이 좋은 정책을 내놓았을 때 언급이나 한 적이 있나.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공격적인 언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 작가는 “진보정당의 내부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진보를 가치있게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지, 말살하는 쪽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종북논쟁의 책임이 진보언론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프레임의 문제”라며 “친북과 종북의 문제에 대해 진보라고 말하는 언론도 매카시즘의 틀에 의해 작용되는 것을 많이 봤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종북주사파’ 논쟁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는 일종의 “낙인찍기”라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서 작가는 “친북이냐, 종북이냐는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 스스로 말한 것이 아니다”며 “낙인이다. 나는 모든 낙인 제도에 대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87년 제정된 헌법은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고 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한 굳이 친북 종북을 말할 필요가 없다”며 “사상의 자유는 타인에 의해 규정당하지 않을 자유”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검찰이 당원명부 서버를 압수하고 ‘종북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서 작가는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가 “신보도연맹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심각하게 바라봤다. ‘보도연맹’은 좌익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1949년 조직된 반공단체로 한때 30만 명에 달하는 조직이었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정권이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집단학살했다.

“공정해야할 검찰이 왜 진보정당의 당원명부를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나. 가장 많은 당원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당원명부를 확보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나. 일정한 구상이 있다고 확신한다. 처음이었으면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겠지만 쭉 집요한 관심을 가져왔다.”

예전과 같은 학살은 일어나지 않지만 통합진보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차별과 겁박이 일어나 진보적 활동 자체가 거세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 작가는 “정당참여 자유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을 수 있고 취업이나 사회 활동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위험한 ‘나쁜 이름’ 달기”라고 명명했다.

검찰 수사는 진보진영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진보진영에 있는 개별에 대한 겁박이며 이로 인해 진보적 의제 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며 “대선에서 중요한 어젠더가 생성할 수 없고 이는 국민에게 손해”라고 했다.

서 작가는 이석기 당선인이 운영하는 CN커뮤니케이션즈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수사 성격을 “별건수사인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진보의 어려운 점을 폭로하겠다는 것이 수사의 전제인 것 같다”며 “조사할 것을 명확하게 밝혀야지 모든 것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법률을 다루는 자의 언행이 아니다. 참으로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 작가는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에 외부인사로서 참여할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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