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종북이냐 아니냐 답변 강요하는 것은 폭력”
“종북이냐 아니냐 답변 강요하는 것은 폭력”
[인터뷰] 김기협 역사학자 “종북 희화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옥죄는 것”

이상규 통합진보당 관악을 국회의원 당선자의 이념이 종북이냐 아니냐를 따져물은 MBC 100분토론의 시민논객과 패널들의 토론내용이 이른바 우리 사회의 ‘종북주의자’를 희화화하는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인사라 알려진 이들조차 이 당선자에게 종북주의자인지 아닌지를 만천하에 고백하라며 답하지 못하겠으면 공직에 나서지 말라고까지 몰아세웠다.

스스로 종북주의자로 커밍아웃했다는 한 역사학자는 이를 두고 남북관계라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손쉬운 해답만 찾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념을 밝히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역사학자 김기협씨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왼쪽에 있는 사람들조차 마녀사냥에 나서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

앞서 김씨는 22일 프레시안에 ‘진짜 '종북주의자'여, 이제 '커밍아웃'하자!’라는 글을 실어 북한을 배려하는 사람들(종북주의자)이 많아져야 하며, 북한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려들지 않으면서 북한을 비난해선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왜 자신이 종북주의자인지를 쓴 글이다.

100분토론 방송에서 시민논객과 진중권씨 등의 이상규 종북검증을 두고 김씨는 “‘백인의 짐(white man's burden)’과 같은 착한자의 오만”이라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개인의 믿음에 그치지 않고, 남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폭력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종북주의자들(통합진보당 내 이른바 당권파)에 대해서는 뭐라 얘기할 것은 없지만, 자기 믿음을 남에게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폭력적인 태도”라며 “이는 비양심적인 수구집단의 특징이다. 그런 특징을 이들과 싸우면서 배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인이면 몰라도 공직에 나가려면 종북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진중권씨의 주장에 대해 김씨는 “공인이 개인과 다른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얘기인 것 같지만 책임지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며 “진씨의 주장은 답변을 권유하는 근거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런 주장으로 답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100분토론에서 이상규 당선자가 ‘종북이냐를 따지는 질문이 더 문제’, ‘동포애적 관점에서 북한은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며 비판할 것은 비판할 수 있다’고 답한 내용이 현재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종북 답변을 거부한 것이 곧 시인한 것이라며 조롱과 냉소를 퍼붓는 글들이 많이 떠돈다. 종북주의자들이 희화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기협씨는 “나 역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종북주의자 커밍아웃’ 글을 쓰고도 비난과 폭격을 받았다”면서도 “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에 마주쳤을 때 손쉬운 대답을 찾으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일반인들에게는 종북주의라는 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신비한 인상을 받는다”라며 “하지만 여러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조건 때문에 남북관계에 대해 편하게 밝히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남북관계를 접근하는 것이 복잡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있는 관점이 없는 사람들은 (‘종북은 나쁜 것’이라는) 균형이 잡히지 않은 의견에 쉽게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종북주의자임을 선언하는 글을 쓴 이유도 이런 여론의 정서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주더라도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그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마녀사냥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2일 밤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시민논객 홍지영씨는 이상규 당선자를 상대로 ‘북한의 세습체제, 북핵,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는 식으로 말돌리지 말라’고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검증과 양심의 자유를 옥죄어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문제’라며 ‘대해 동포애적 관점, 통일의 상대방으로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초 속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중권씨와 사회자는 왜 입장을 밝히지 못하냐며 답변을 요구했었다. 이 시민논객은 '100분토론 돌직구녀'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각종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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