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적인 총선 패배 이후 참담했다. ‘일어설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MBC와 KBS 언론인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각 파업 99일, 63일째인 7일 MBC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KBS새노조(KBS본부)가 땅바닥에 눌러 앉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한편에 1~4인용 텐트 50여 동을 치고 기한없는 노숙투쟁, ‘희망캠프’를 시작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그저 돈이나 벌 요량이었다면 파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희망캠프는 싸움의 또 다른 시작을 선포하기 위해서고 언론자유를 향한 우리들의 열망”이라고 밝혔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은 “시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몸뚱이 하나 들고 다시는 이런 투쟁을 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KBS노조 위원장은 “노숙투쟁을 처음 하는 거라 두렵겠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하자”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이들은 서울 한복판 노숙의 이유에 대해 △단기간에 손을 들지 않고 △MBC·KBS를 벗어나 시민과 연대를 호소하며 △싸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언론사 파업을 다른 이슈로 묻으며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형국을 뚫고 나가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KBS에서 해고를 당한 최경영 기자(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인터뷰에서 “긴 싸움으로 지치고 전망도 잘 안 보이지만 이곳을 보루로 삼아 더 긴 싸움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업 언론인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파업 장기화를 대비하며 사회적 연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MBC 아나운서들은 9일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파업기금 마련 주점을 열고, 주말인 12~13일 낮에는 여의도광장에서 KBS와 MBC 언론인들이 예비언론인을 대상으로 ‘방송대학’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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