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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편집국장 기습경질에 ‘뒤숭숭’
한국일보 편집국장 기습경질에 ‘뒤숭숭’
사측 “경영수지 최악의 상황”에 내부 구성원들 반발… 기자들 “광고 위한 신문 만들 수 없어”

한국일보가 지난달 30일, 이충재 편집국장을 사실상 ‘기습 경질’해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경영실적 부진”이라는 이상석 사장의 설명도 설명이지만 내부 사내게시판도 거치지 않고 연합뉴스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해 내부 구성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은 30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회사는 최근 아주 우려스러울 정도의 경영수지상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광고매출의 점진적 감소와 협찬 증대 추세 속에서 편집국장 역할에 대한 논의가 가열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구원투수의 등단 필요성이 고조되는 시점”이라며 “내 거취를 포함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장재구)회장에게 특단의 대책을 건의했고 (장 회장은)새로운 진용의 조기 등장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사장은 당분간 유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편집국장이 사임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일보 지면의 질을 높였다는 내외 평가를 받는 편집국장이 부임 10개월만에 경질되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경영상의 이유라면 사장과 광고국장 등 경영진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문을 만드는 편집국장을 경질해야 하는 이유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충재 국장은 그동안 기업 광고를 위한 지면제작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이 한국일보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편집국장은 신문 만드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해와 업계나 광고국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보면, 결국 수익악화의 책임을 편집국장에 덤터기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측도 이번 편집국장 교체가 ‘징계’가 아닌 ‘분위기 쇄신’이라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이 사장도 “이충재 국장은 길지 않은 임기 동안 ‘정도를 걷는 신문’이라는 한국일보의 위상을 크게 업그레이드시켰다”며 “이 업적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며 그가 이룬 성과는 후임자들이 더욱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내달 창간 58주년과 지령 2만호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광고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광고유치에 편집국장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대내외적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기업 눈치 보는 신문을 만들라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기자는 “편집국장 한 명이 지면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며 “이충재 국장이 신문의 질을 높이는 데만 신경 썼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기자들의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는데 이제 광고를 위한 신문을 만든다면 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우선 30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를 “지난 1년간 편집국이 힘겹게 추구해 온 모든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경영 난맥의 책임을 편집국장 개인에게 묻는 이번 인사에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편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행위”라며 강재구 회장과 이상석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영난으로 기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사측의 ‘경영상의 이유’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노조는 편집국장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27일 사측으로부터 이미 인사통보를 받았지만 “당시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단도 애초 이번 인사조치에 대한 성명을 내는 것을 검토했으나 이 역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 내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실위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민실위는 30일 오후 회의를 열고 1일부터 이틀간, 사장 퇴진시 까지 임명동의안 잠정유보와 즉각적 인사 철회를 놓고 조합원투표에 돌입키로 했다. 두 가지 안만 제출한 것은 일단은 사측의 이번 인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은 분명히 한 것이다. 아울러 이날 65기, 67~68기 기자들이 잇따라 기수별 성명을 발표, 사측을 강하게 성토했다.

최윤필 노조위원장은 “기자들로 이루어진 민실위 회의에서는 노조 대의원대회보다 분위기가 격앙되었고 성토 분위기가 더욱 높았다”며 “후배 기수들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기수 성명도 내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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