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선정 과정을 둘러싼 추태와 잡음으로 지자제가 시작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않다. 정당간 정쟁이나 스캔들만 부각시키는 등 지자제 선거를 대선이나 총선의 축소판으로 전락시킨 주범은 바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싫든 좋든 지자제의 앞날은 지역언론의 자질에 달려있다. 정치인들은 언론을 의식하고 행동한다. 언론이 중앙정치 무대의 틀에 따라 보도한다면 지역대표들 역시 기성 정치인의 식상한 행태나 모방할 것이다. 지역선출 대표가 기성 정객들과는 다른 자질을 가져야 하듯이 지역언론 역시 지역실정에 맞는 보도잣대를 가져야 한다.

지역에는 중앙무대에서처럼 극적인 요소들이 없다.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는 중앙무대에 비해 훨씬 시시하고 공직자들의 언론감각이나 보도자료의 수준 역시 뒤진다. 쓰레기 처리, 교통문제, 지방세 같은 ‘시시콜콜’한 소재를 갖고 좋은 기사거리를 만들어 내려면 치밀하고 전문적인 취재력을 갖춘 기자들을 키워야 한다. 지역언론은 당연히 지역화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화가 곧 폐쇄적인 지역이기주의는 아니다. 지자제시대에도 언론은 비판과 고발정신을 유지해야 살 수 있다. 가령 미국에서 지역신문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지역발전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도 동시에 지역사회의 비리를 캐내 고발하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독자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과 장은 지역사회의 유지로서 자신의 이권과 연관된 사안에 개입할 경우도 적잖을 것이다. 언론이 이들의 독직과 비리를 견제해야만 지자제는 정착될 수 있다. 물론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에 얽혀있는 갖가지 연줄을 끊고 원칙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용기가 없이는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앞으로 치열한 경쟁속에서 지역언론이 설 땅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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