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양국의 현직 언론인 2백7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이 오는 22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개최된다. 해방 50주년을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형모)과 일본의 신문노동조합연맹(위원장 후지모리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해방 50년 ―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은 양국 국민간의 상호 이해 증진과 두나라의 관계 발전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일선 현직 언론인들이 함께 논의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이 최근 일본 정가와 각료들의 식민지 정당화 발언이 계속되고 부전결의가 불발되는등 일본사회의 보수 우경화 경향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양국의 역사 인식의 차이에 관해 집중적으로 토론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사 간부를 중심으로 한 적은 규모의 모임은 여러번 있었으나 이처럼 일선 현직 언론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심포지엄은 처음이다.

한편 공동 심포지엄의 우리나라쪽 발제자인 정구종씨(동아일보 출판국장·전도쿄 지사장)는 발제문을 통해 한일 관계의 갈등 요인의 핵심을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역사 인식의 격차’로 진단하고 양국의 언론이 ‘상호 이해를 저해하고 건전한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 관행’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정국장은 21세기를 맞는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양국의 언론이 △국가주의적 내셔널리즘이나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탈피하고 △양국 언론인들의 신뢰 구축과 젊은 기자들의 교류폭을 확대하며 △양국 언론에 의한 다양한 국민 여론 공동 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주문했다.

그는 또 양국 언론이 한일관계를 아시아와 세계속에서 조망할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쪽 발제자인 하라 토시오 전교도통신편집국장은 발제문서 ‘일본은 가해자의식이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양국의 내셔널리즘 증폭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서로 다른 양국간 역사 이해의 괴리를 좁혀나가기 위해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거나 전쟁자료를 공개하는 등 민중차원의 연대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일 언론인이 앞장서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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