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천안함 증인들 “우리 목 달려있어, 못 나간다”
천안함 증인들 “우리 목 달려있어, 못 나간다”
[천안함 2주기 인터뷰] 변호인단 “천안함 격추시키고 ㄷ자로 도주? 국민들이 그걸 믿겠나”

천안함 2주기를 맞아 현재 법정에서 천안함 사건 실체 규명에 나서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의 변호인단이 국방부 합조단의 결론 가운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연어급 잠수정이 ‘ㄷ’자 형으로 도주했다”는 주장을 지목했다.

군이 사고 직후 서풍1호, 대잠경계령 발동을 통해 북한 잠수함(정)의 예상 퇴로 차단까지 했지만 발견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도 ‘ㄷ’자형으로 도주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변호인단은 피고측 주요 증인들이 ‘우리 목이 달려있다’며 극구 재판 출석을 꺼려,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천안함 변호인단의 주된 실무역할을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와 김남주 변호사(법률사무소 지산)는 지난 2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2년 여에 걸친 재판의 소회와 향후 법정에서 규명해야 할 과제 등을 밝혔다. 천안함 변호인단은 이덕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심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정평), 김형태,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김철호 변호사(법무법인 로텍),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등 민변 출신으로 짜여져있다.

이강훈 변호사는 심승섭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현 준장)이 지난해 9월 19일 2차 공판에 출석해서 진술한 내용을 들어 “심 전 처장은 당시 어떤 규모의 작전이 실행됐는지 설명했다”며 “당시 추적 작업이 있었지만 실패했다는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김남주 변호사도 “‘좌초’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45분 ‘서풍 1호’, 57분 ‘대잠경계태세 A’가 발동되고, 추적을 위해 속초함 뿐 아니라 청주함·왕건함 출동에 이어, 링스헬기 투입했다”며 “이들은 NLL 인근까지 신속히 도착해 퇴로를 차단했으나 식별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군은 연어급 잠수정이 ‘ㄷ자’로 도주했다고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는 잠수정의 수중 최대 속도가 10노트이지만 당시엔 조류가 남쪽으로 2.8노트로 흐르고 있어 이를 감안해 퇴로를 차단했지만 아무 것도 잡힌 것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강훈 변호사는 “군의 설명대로라면 연어급 잠수정이 평소 천안함 기동경로 뿐 아니라 당일 상황까지 사전에 완벽하게 파악한 뒤 침투해서 작전을 완수하고 돌아간 것이어야 한다”며 “이것이 과연 가능성이 있는 추론인가.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지난해 8월 이후 이뤄진 7차례의 증인신문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이 피고인(신상철 대표) 측 증인을 출석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피고인 측 증인들이 피고인을 위해 출석하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며 “정성철 88수중개발 대표의 경우 ‘우리 목이 달려있다, 못나간다’고 통사정을 했다. 출석일을 앞두고 입원하기도 했다. 두려워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피고측 증인으로 나올 분들이 편하게 나오려면 정권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입장에 배치되는 주장을 펴면 어떻게 되는지 신 대표가 본보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차례 증인 신문 결과에 대해 이 변호사는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금까지 변두리 얘기만 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나 검찰측 등 재판 주체에 모두 학습과 환기의 효과를 준 재판이었다는 것.

이 변호사는 향후 재판에서 “최원일 함장, 선체검증도 남아있고, 백색물질 확인도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자료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국민들과 신 대표가 갖고 있는 의문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되짚어보는 것이 주된 방향”이라며 “수중폭발과 관련된 증거가 충분한 것인지, 어뢰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의 실체에 대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이들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완전한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대대적으로 재조사를 해야 하지만, 적어도 재판을 통해 국민들이 조금씩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재판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김남주 변호사는 “정부 해명이 명쾌하지 않았고, 실체가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며 “조선소에서 6개월 근무한 경험도 있어 지난 2010년 9월부터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조용환 변호사의 사례를 들어 나도 이제 헌법재판관은 못되겠구나 하는 우스개 소리를 하게 된다”며 “사건에 대해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 것이야말로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엉겹결에 신 대표의 피의자신문조서 때 입회하러 갔다가 ‘중요한 사건’으로 판단해 계속 맡게 됐다”며 “기소된 다음에 변호사가 뛰어들면 감당하기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계속 맡아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을 보는 언론계와 정치권·사회적 시각에 대해 이 변호사는 “2주기가 됐지만, 현재는 진보적인 언론들도 무관심한 상태라 아쉽다”면서도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남주 변호사는 “여전히 국민들의 의혹이 남아 있는 사건인데도, 정말 북한에 의한 공격으로 확신했다면 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며 “장관은 즉각 해임되고,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조사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아직까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