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 양봉수씨의 분신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고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한다. 먼저 분신사태의 간단한 개요를 밝히면, 지난 12일 오후 4시 50분경 현대자동차 노조 대의원의 자격을 갖고 있는 해고노동자 양봉수씨가 공장내의 행사에 참가하려는 과정에서 사측이 경비를 동원하여 이를 가로막자 주변의 신나를 몸에 뿌리고 분신했다.

이 일로 그는 현재 중화상을 입고 대구 동산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자 그와 같이 일했던 승용2공장의 동료들은 12일 야간부터 작업을 중지, 회사측의 처사를 규탄하고 있으며 13일 낮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총련소속 노동자 3천5백여명이 항의집회를 갖는 등 그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 사태는 누가봐도 명백한 기사거리다. 해고노동자 한사람이 회사내 출입을 가로막는다고 스스로 분신한 것이 뭔 기사거리냐고 한다면 분노를 삼키고 그건 그렇다 치자. 재벌언론과 언론재벌들의 눈에는 한 노동자가 자본측의 노동탄압에 항의, 분신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한 노동자의 분신에 대한 항의로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공장에서 자연스럽게 작업이 중지돼 마르샤, 소나타, 그랜저 등의 자동차생산이 중단된 것은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가? 93년 8월 이영복 현 노조집행부의 등장이후 노사화합의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보도됐던 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이번 일로 흔들리는 것은 또 어떤가?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우려’와 ‘비난’의 관점에서라도 보도할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한겨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은 1단의 지면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철저히 숨죽이고 있다. 그 속내는 무엇인가? 사실보도를 기본으로 하는 ‘언론’이라고 한다면 분신사태의 배경이나 그 파장에 대한 보도는 고사하고 최소한 사실만이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캠페인성 기사를 내보낸다고 한들 노사관계의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불신과 분노만 양산하여 악화만 시킬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