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질러 본 경험이 있는 10대 청소년중 3분의 2를 넘는 숫자가 TV화면에 나타난 폭력장면과 현실을 착각했으며 역시 비슷한 비율의 청소년들이 모방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나 TV폭력 장면에 대한 재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어린이 청소년 방송 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강지원검사(사법연수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범죄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TV폭력장면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한 정도로 나타났다며 이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검사는 조사대상 1백35명 가운데 ‘TV 폭력장면이 다른 장면보다 재미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88.1%였으며 ‘<모래시계>에서 박태수가 이종도에 반격을 가해 물속에 빠져 죽게 했을때 시원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76.3%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TV폭력장면이 현실생활에서 실제 있었거나 있을 수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72.6%, ‘모방충동을 느껴봤다’가 63.7%, ‘폭력장면을 자주 보면 무감각해질 것 같다’가 68.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실제 TV장면과 관련, 서울분류심사원(전 서울감별소)에 수용중인 청소년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찰청사람들>을 보고 범죄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청소년이 25%였으며, 심지어 그대로 해본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있었다(2.3% ― 5명)고 밝혔다.

이같은 조사결과와 관련, 강검사는 방송사 PD등 제작진에게 시청자심리 관련 전문교육제도 및 사전 자문제도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시청자들도 폭력장면 퇴치를 위한 노력을 하면서 좋은 장면을 발굴,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강검사에 앞서 주제발표를 한 김재은교수(이화여대 교육심리학)는 어린이 청소년 관련 TV프로가 오락성에 치우쳐 있고 폭력 비윤리적인 만화 영화로 채워져 있다며 교양 및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프로 개발과 함께 선진국처럼 제작팀에 전문인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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