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고문을 맡은 업체가 납품 비리를 저지른 것을 알면서도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계철 후보자 인사청문준비전담팀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2008년 ‘KTF 납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도, “당시 횡령 및 배임사건에 대해서도 추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명하면서 부적절한 처신을 인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요청안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통신장비 납품업체인 ‘BCNe글로발’, ‘글로발테크’에서 고문을 맡으면서 3억여 원을 받았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매년 약 7900만 원을 받았고, 2009년에는 약 7000만 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고문료를 받은 이 두 업체의 실소유자는 통신사에 납품하면서 뇌물을 줘 처벌까지 받은 인사인 점이다.

‘글로발테크’의 전신인 ‘BCNe글로발’의 전용곤 회장은 지난 2006년~2007년에 당시 KTF 조영주 사장에게 24억여 원의 뇌물을 주는 등 횡령·배임 혐의가 지난 2008년에 드러나 같은 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KTF 납품 비리 사건이 터지자 ‘BCNe글로발’은 ‘글로발테크’로 이름을 바꿔 KTF에 통신장비를 납품했다. ‘글로발테크’의 실소유주도 전용곤 회장이었다.

결국 이 후보자측 해명대로라면 이 후보자는 2008년 비리에 연루된 통신장비 납품업체 회장이 징역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2009년까지 계속 고문료를 받은 셈이다. 이 후보자가 비리를 저지른 회사의 고문을 계속 맡은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병헌 의원은 “신생회사에 불과한 ‘글로발테크’가 KTF 사장을 회사 인근 식당으로 불러 차명통장을 건네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는 KTF 사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중계인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계철 후보자가 글로발테크에서 돈을 받아가면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서 활동하지 않았냐’는 의혹”이 있다고 밝혀, KT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가 KTF 납품 비리에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로서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인사검증 실무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전병헌 의원측이 “2009년까지 고문료를 받은 것은 도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거기에 대해서는 직접 답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계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내달 5일 열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