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노조 김제연 사무처장
한국통신 노조 김제연 사무처장
“언론`‘마녀사냥’식`보도에`분노
시시비비`따져`중재자`입장에`서야”`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권익보호를 위해선 회사측이나 정부보다도 언론과 먼저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설명 없는 언론의 보도로 노조가 완전히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회사측이 노동조합 간부 64명에 대해 파면 등 중징계를 하겠다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한국통신 사태’. 이 과정에 대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두고 이 회사 노조 김제연 사무처장(37)이 거침없이 쏟아놓은 일성이다.

“최소한 회사측이 주장하는 ‘불법행동’에 대한 노조의 설명이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합원들은 언론에 대해 불만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김처장은 회사측과 정부가 주장하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언론이 그 배경을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책임방기’라고 지적한다.

김처장은 ‘폭언·폭행’ ‘장관실 점거’ ‘이사회장 난입’ 등 정부 강경대응의 근거가 되고있는 일들에 대해 언론의 차분하고 깊이있는 배경 설명이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실망스런 대목이라고 말한다.

김처장은 “이사회장 ‘난입’은 한국통신 소유의 이동통신주 매각대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던중 이사회의 날치기 처리를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말에 일어났던 이 사안은 결국 회사측이 ‘문화센터’ 건립기금을 지원키로 노조와 합의함으로써 이미 마무리된 일이라고 덧붙인다.

이즈음에 있었던 정보통신부(당시 체신부) 간부들과의 마찰도 정보통신부 간부가 부당하게 노조의 대자보를 뜯어냄으로써 빚어졌던 일”이라고 했다. 장관실 ‘점거’도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장관실에 들어간 사실을 두고 점거니 업무방해니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18일 밤, 12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노조사무실에 나타난 한 방송사기자가 한국통신 보도와 관련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털어놨어요. 담당 데스크가 ‘균형잡힌’ 기사를 아예 수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요.”

김처장이 전하는 이 얘기는 최근 언론의 보도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김처장은 이 기자에게 “당신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냐”고 되묻고 “데스크의 요구가 부당하다면 항의를 해서라도 균형있는 보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전한다. 김처장은 “솔직히 기자들이 그리웠다”고 털어놓는다.

노조가 지난해부터 제기해 온 ‘통신시장 개방’ 문제나 ‘재벌을 위한 민영화 논의’ 등 정부의 정책에 검토를 촉구하는 노조의 활동이 거의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될 법한 사안들이 언론의 ‘침묵’으로 없는 일이 돼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에도 몇번씩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과 종로서 출입기자들이 다녀가지만 “노조가 설명한 얘기는 보도되지 않는다”며 그리웠던 기자들이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노조는 이성적으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회사측은 강경일변도로 오히려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김처장은 언론이 정부의 무책임한 강경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지않고 있는 지금의 추세라면 사태는 예상외로 심각한 양상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극한대립을 부추킬 게 아니라 중재자로 나서야 합니다” 김처장은 언론이 노조의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가 얘기하듯 ‘통신대란’이 생길 수도 있는데 만약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언론에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처장과 얘기를 나누는 도중 한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노조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는 “농성장면이 필요하니 여기있는 간부들이 ‘연출’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얘기를 듣고있던 노조간부들이 여기저기서 고성을 터뜨렸다.

“하지도 않는 농성을 어떻게 연출하라는 것이냐” “당신네 신문은 정부입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는데 노조사진을 찍어서 뭐하냐” 이 기자는 민망스런 표정을 짓고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노조원들이 언론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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