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책자문위원회’(이하 정책자문위)를 구성하면서 망중립성 논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스마트TV, N스크린 등의 인터넷 서비스 동영상 등 트래픽 유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정책자문위가 시장 분석, 해외사례 연구 등을 통해 트래픽 관리방침 공개 기준 및 합리적 트래픽 관리의 세부기준,  신규서비스에 대한 정책방향 등을 검토하고 제안하는 활동을 벌인다고 했지만 바람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당장 정책자문위원회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회의체의 성격과 의사결정 방법 등 기본적인 회의 구조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망중립성 논쟁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탓은 업체 간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N스크린 서비스의 경우 트래픽 발생이 클 것으로 예상돼 통신업체와 콘텐츠 제공자(방송사)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N스크린 서비스는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을 고선명 화질(HD)로 제공되기 때문에 높은 트래픽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TV의 트래픽 발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스마트TV는 고화질 비디오를 내보내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트래픽 중 비디오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0%였는데 2015년에는 62%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통신업체는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도해 추가 투자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망 구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가전 업체는 망중립성 논쟁을 이용해 통신업체들이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며 다른 나라 사례를 비춰봐도 가전업체들이 망 부하 대가를 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망중립성 논쟁 중 하나인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 허용 문제도 과도한 트래픽 차단하기 위해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통신업체와 트래픽 발생은 미미하고 음성통화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통신업체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신규 인터넷 서비스 업체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mVoIP는 이동통신에서 음성을 전송할 수 있는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로 SK텔레콤과 KT는 과도한 트래픽 차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mVoIP 사용을 3G 망에서 금지,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체는 인터넷 전화를 허용하게 되면 현재의 요금 체계에서 통신사들의 음성 매출이 감소되고 결국 투자 재원이 고갈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위해 요금제에 따라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방식 또는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오는 2015년 전체 모바일 데이터 가운데 mVoIP 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0.4%할 뿐이며 망 대가를 바라는 것은 음성통화 매출 감소분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망중립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통신망 사업자

이 인위적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려고 했기 때문에 나온 논의"라면서 "정책자문위원회에서는 선제적으로 인터넷 전화를 통신 사업자들이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정책자문위원회 활동과 별개로 데이터 트래픽 지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과도한' 트래픽 발생의 기준을 합의해 망중립성 논쟁을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국내 통신망(초고속인터넷망, 2G, 3G, WiBro, LTE 등)이 각각 실시간 음성·영상통신(카톡, 스카이프, 페이스타임 등), 실시간 엔터테인먼트(유튜브, IPTV, VoD 등), 이메일, 게임(워크래프트, 닌텐도, 피씨 게임 등) 등의 용도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실어 나르고 있는지에 대한 ‘트래픽지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 트래픽 급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려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네트워크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정부정책이나 사업자의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자문위에 들어가 있는 관계자는 "트래픽 유발 문제를 따지면 유튜브 문제까지 들어가 있는 광범위한 문제"라며 "스마트 TV 등 특정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난해 해결을 못했던 모바일 인터넷 문제 등을 별도로 논의한다고 해왔고, 트래픽 유발에 대한 정도에 따른 대가를 부과하는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계를 대표해 정책자문위에 들어간 박재천 인하대 교수도 "가장 큰 쟁점은 트래픽 관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고, 당장 인터넷 전화 문제 해결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트래픽이라는 개념은 장기적이냐 단기적이냐의 따라 과도하다는 개념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기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자문위원회는 전문성 및 다양성을 고려해 학계 및 연구기관, 업계, 소비자 분야 전문가 등 총 26명으로 구성하고 오는 2월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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