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기업을 뽑는 ‘퍼블릭 아이 어워드’(the Public Eye Awards)에서 브라질의 광산·건설업체 발레가 선정됐다. 이 투표에서 국내 기업 삼성이 3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27일 그린피스 스위스 지부와 시민단체 베른선언(Berne Declaration) 발표에 따르면, 연인원 8만8천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삼성은 1만9014표를 받아 브라질 광산·건설업체 발레,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주범 텝코에 이어 나쁜 기업 3위에 올랐다. 이들 주최 단체는 지난 5일부터 전 세계 누리꾼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왔다.

심사 결과 퍼블릭 아이즈 피플즈 어워즈에서는 2만5042표를 얻은 발레가,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글로벌 어워즈에서는 투표에서 4위에 오른 바클레이즈가 각각 선정됐다.

투표에 앞서 주최측은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40여 개의 초국적 기업들을 심의한 뒤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일본의 에너지기업 텝코, 미국의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 스위스 농약회사 신젠타, 브라질에 본부를 두고 광산·건설업을 하는 발레와 더불어 삼성 등 6개 기업을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삼성은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고, 50년 간 노동조합을 탄압한 역사가 있다는 이유로 후보에 오르게 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의하면 삼성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한 뒤 백혈병이나 암 등 치료가 힘든 병에 걸렸다는 사례는 작년 기준 130여 건에 달하며, 지난해 6월에는 이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주최측은 “노동자의 등골 위에서 만든 첨단기술 전자제품"이라는 제목의 삼성 소개글에서 "한국의 최고 부자 재벌은 공장에서 금지된 극독성물질을 노동자에게 알리지 않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고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주최측은 "그 결과 노동자 140명 이상이 암을 진단 받았고, 적어도 50명 이상의 젊은 노동자가 죽었다"며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그 책임을 부정하고, 환자와 사망자 및 그들의 친지들의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는 50년 이상 환경오염, 노동조합 탄압, 부패와 세금 탈루의 역사가 있다"며 "한국에서 삼성의 힘은 굉장히 거대해 많은 시민이 ‘삼성공화국’으로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은 13일 후보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주최 측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26일 삼성이 보낸 항의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삼성은 브렌던 고어 삼성전자 유럽본부 PR 책임자 이름으로 보낸 서한에서 “삼성은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유지하고 있다”며 “극도로 부정확한 주장들과 잘못된 묘사”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항의했다. 삼성은 이어 “삼성은 노동자의 복지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 전 세계에 있는 시설들에서 엄격한 기준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환경, 안전, 건강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퍼블릭 아이 어워드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행사 중 하나다. 전체 결과와 이유는 홈페이지(www.publiceye.ch)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위를 차지한 발레는 아마존에 벨루몬테 댐을 지으면서 4만 명을 쫓아내며 자연을 파괴했고, 2위를 차지한 텝코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조적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핵발전을 해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초래한 이유가 순위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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