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과정에서 만난 스위스 방송사의 기자도 ‘왜 한국같은 나라가 그(뉴세븐원더스의 세계 7대경관 선정) 캠페인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만이 선정된 과정과 경위에 각종 모순과 거짓 사례를 폭로한 강윤기 KBS <추적60분> PD는 27일 ‘7대경관 의혹’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KBS 추적60분은 지난 25일 밤 7대경관 의혹과 관련해 △취리히 있다는 뉴세븐원더스재단(7대경관 선정 주관단체)의 사무실이 없었으며 △선정후보지였던 몰디브와 인도네시아(코모도섬) 아일랜드 정부가 선정사업 동참을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몰디브 정부는 재단으로부터 거액을 요구받았다는 사실 등을 폭로했다.

이 방송이 나간 직후인 26일 버나드 웨버 뉴세븐원더스 재단 이사장과 일행이 방한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적60분에 대해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 “한쪽으로 편향된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화투표수, 계약내용, 우리 정부의 비용 내역 등 핵심 의혹 사항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아 되레 기자회견을 계기로 더욱 의혹이 증폭됐다.

추적60분 ‘7대경관’ 편을 제작한 강윤기 KBS <추적60분> PD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면서도 그동안 언론이 제 기능을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며, 추적60분팀 스스로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강 PD는 ‘약속없이 스위스에 취재하러온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재단의 주장에 대해 “약속을 깬 것은 그 쪽”이라며 “지난해 12월 30일 재단 관계자는 ‘오늘 안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아 연락주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두절됐고, 그래서 현지를 찾아간 것이다. 이는 약속 이행 여부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강 PD는 또 ‘자신들의 반박 의견을 방송하지 않은 이유로 비전문적’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재단의 주장을 상세히 반영했고, 서면답변도 대부분 소개했다”면서 재단이 제작직전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재단측에서 25일 방송 당일에 생방송으로 출연하겠다고 했다는 것. 추적60분은 녹화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그래서 방송 전날이라도 영상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계속 생방 출연을 요구했다고 강 PD는 설명했다. 그는 “녹화프로그램에 생방송 출연하겠다는 것”이라며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있는 것만 찍었다’는 재단 주장에 강 PD는 “이 프로그램은 7대 경관 선정 사업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한 것”이라며 “재단은 우리 나라에서 이 문제가 왜 논란이 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단에 대해 “중복 투표해놓고 투표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7개 경관을 선정한다면서 한군데만 선정했다”며 “과연 누가 더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가”라고 되물었다.

7대 경관 선정 및 검증 과정, 전화 수익금 배분 구조 등 핵심 의혹사항을 공개거부한 데 대해 강 PD는 ‘철학과 비즈니스 기밀’이라는 주장에 앞서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7대 경관을 선정하면 모두 같은 날 뽑아야지 왜 제주도만 먼저 확정했는지, ‘사무실도 없는’ 21세기 조직이라면서 왜 투표수도 검증을 못하는지, 전 세계 문화유산을 선정하겠다면서 왜 그 과정을 투명하게 내놓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사무실이 없다는 사실을 21세기형 조직이라고 설명한 재단에 대해 강 PD는 “그렇다면 재단이 처음부터 그렇게 밝혔어야 했다”며 “다른 언론사가 취재했을 때나 지난해 4월 웨버 이사장이 방한했을 때, 심지어 우리가 취재할 때도 재단 대변인은 ‘취리히에 사무실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주소지로 가보니 그 사무실은 박물관이었고, 박물관 근무자는 ‘재단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 대변인은 또 뮌헨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강 PD는 “재단이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들의 설명은) 모순 투성이”라며 “무엇보다 이런 사실에 대해 혈세 수백억을 쏟아붓게된 제주도는 충분히 확인했어야 했다”며 “간판도 없는 재단이라는 건데, 재단과 제주도측은 ‘문화의 차이’라고만 되풀이했다. 서구의 관광청 관계자 역시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강 PD는 “캠페인이 비영리(non-profit) 프로젝트라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는 재단 설명을 두고는 “논박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문제는 수백억의 혈세가 들어갈 판에 우리 국민들은 여지껏 그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런 얘기를 이제와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재단이 돈을 요구했다는 추적60분 방송이 거짓말이라면서도 스폰서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재단의 주장에 대해 강 PD는 “모든 의혹을 스스로 다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만 7대경관에 우선 확정된 이유가 “한국이 검증에 굉장히 효율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웨버 재단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 PD는 모순이라고 강하게 논박했다.

그는 “웨버 이사장 말과 달리 양원찬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은 우리 방송에서 ‘이사장과 전화에서 제주도가 자꾸 논란이 있으니 한국이라도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다”며 “무엇보다 7대 경관 투표가 공정하려면 동시에 선정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다 검증이 안됐는데 한국만 검증됐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을 낳는다. 다른 6개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점수가 더 높게 나오게 되면 순위변동이 생길 수 있고 제주도도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강 PD는 이번 ‘제주 7대 경관’ 의혹을 취재하면서 “제주도측은 추적 60분을 두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방송하는 것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 신뢰성에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저 여론몰이식으로 7개 경관 선정을 홍보하는 것이 더 국익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PD는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 대해 “선정예정지를 보면, 유럽이나 북미, 호주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 위주”라며 “그런데 우리는 맹목적으로 따랐을 뿐 검증하지 않은채 문제제기나 검증하려는 곳에 대해 ‘비애국적’, ‘비애향적’이라고 몰아붙이며, 신문엔 광고도 안주고 탄압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강 PD는 “재단이 불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데에 있다”며 “스위스 방송사의 기자도 ‘왜 한국같은 나라가 그 캠페인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 PD는 언론의 책임방기가 가져온 사례라면서도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으니 이렇게 문제가 커졌다. 지난해 7월 우리도 취재를 하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회의에서 ‘전 국민적 사업이고, 관광을 중심으로 사는 제주도에서 할 뿐 아니라 자치단체가 하는 사업을 두고 중앙정부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자’는 논의에 따라 며칠 취재하다 중단했다. 나 역시 방송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온 것처럼 언론이 제 기능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돼버렸다. 우리 추적 60분부터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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