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과 이를 선정한 단체의 실체에 대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단체는 제주도 이외의 지역이 속한 국가에 추가비용이나 스폰서십을 요구했으며, 이 단체는 사무실도 없는 곳인 것으로 밝혀져 ‘7대 경관 미스테리’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유력 후보지였다가 스스로 자진철회한 몰디브의 관계자는 7대 경관을 “한마디로 사기”라고까지 비판했다.

KBS는 25일 밤 방송된 <추적 60분>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에서 스위스와 독일,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 7대 경관 대상지 및 이 행사를 주도한 뉴세븐원더스(이사장 버나드 웨버)가 소재한 국가 등에 해외취재를 다녀와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뉴세븐원더스 재단이라는 단체의 실체에 대한 의혹. 취재진이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주소지로 기재된 곳에도 사무실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윤기 KBS PD는 재단 관계자와 연락을 통해 인터뷰 날짜를 잡으려 하던 중 연락이 두절돼 재단 본부가 있다는 스위스 취리히로 직접 방문했다. 재단은 스위스 취리히 전화번호부에도 등록돼있지 않았고, 취리히 시민들도 존재 자체를 몰랐다. 심지어 취리히 관광청도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취리히 상업등기소에서 찾아본 결과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소재지가 취리히의 ‘회쉬가쎄’였다. 그곳에 가보니 역시 문은 닫혀있었을 뿐 아니라 건물 어디에도 재단과 관련된 간판이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건물 소유주는 ‘하이디 웨버’로 이사장 버나드 웨버의 어머니였다. 건물명도 ‘하이디 웨버 박물관(르꼬르뷔제 하우스)’이었다. 휴가중이던 이 박물관 직원이 잠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제작진은 다시 박물관으로 찾아갔으나 이 직원은 “재단 사무실은 독일 뮌헨에 있다”고 했다.

전직 재단 직원도 인터뷰에서 “재단 사무실은 없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고 버나드 웨버 이사장이 뮌헨에 집을 가지고 있는데 그 집을 사무실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재단을 취재한 적이 있는 SRF(스위스 공영방송)의 발터 기자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신세계7대불가사의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재단 관계자를 만나고자 했으나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었으나 방송 직전에야 재단측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재단이 리스본에서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방송해준다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요구해 결국 인터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무실이 없는 문제에 대해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추적60분 ‘7대 경관 의혹’ 편이 방송되기 하루 전인 지난 24일 서면 답변서를 보내와 “전통적인 관료체제나 조직들과는 달리 진보된 21세기형 컨셉을 지녔고, 책상이나 서류더미가 있는 사무실은 없다”며 “스위스 취리히의 하이디 웨버 박물관으로 등록된 사무실의 주소는 행정상의 주소”라고 밝혔다.

7대 자연경관에 유일하게 확정발표된 제주도의 도청과 범국민추진위원회측 역시 사무실 문제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무실 문제를 제외하고는 재단의 공신력 등 다른 것에 대해 의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양원찬 제주 7대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은 “캠페인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라며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 준 게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세계 7대 경관 선정과정에서의 의혹도 터져나왔다. 유력한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몰디브는 7대 경관 선정을 위해 전화와 인터넷 투표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정부가 나서서 후보지에서 자진 철회했다. 몰디브 홍보공사의 사이먼 호킨스 상무는 추적60분 제작진과 만나 7대경관 선정에 대해 “한 단어로 사기”라며 “그들(재단)이 투명하지 않았고, 정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이라 하겠다”고 혹평했다.

그 이유에 대해 몰디브 홍보공사 관계자들은 계약서 내용을 제시했다. 애초에 몰디브는 계약당시 참가비로 199달러를 냈으나 시간이 갈수록 재단이 더 큰돈을 요구했다는 것. 모하메드 아담스씨는 “재단에서는 월드투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모든 경쟁자들이 바로 이 플래티넘 패키지(후원 계약)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것은 35만달러(약 4억 원)다. 계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월드투어를 한다는 명목으로 몰디브가 비용일체를 지불하도록 요구했고, 일명 스폰서십으로 후원금 지급을 요구했는데, 이른바 골드 패키지는 21만달러(약 2억4000만 원), 플래티넘 패키지는 35만달러(약 4억 원) 등이었다. ㅤㄸㅗㅎ나 후원금 모집이 어려울 경우 ‘통신회사’, ‘호텔’, ‘리조트’, ‘여행사’ 등 개별 기업을 접촉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KBS는 전했다.

사이먼 호킨스 상무는 방송에서 “우리가 지불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이들은 ‘지난 경쟁 참가자들이 모두 이 제안에 참여했고 우리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탈퇴 당하지는 않겠지만 승자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이밖에도 몰디브의 한 통신회사에도 ‘전화투표’ 자격을 주며 후원사가 돼줄 것을 제안하면서 비용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모하메드 아담스씨는 말했다.

이에 대해 뉴세븐원더스는 서면답변에서 “참가시 199달러는 관리를 위한 비용이며, 월드투어나 스폰서십 비용은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섬의 경우도 추가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인니의 문화예술부 관계자는 “그들은 7대 자연경관 발표식을 개최할 것을 우리에게 요청했고, 그 대가로 비용을 3500달러(400억원)를 요구했다”며 “현재 인니 정부는 7대 자연경관 캠페인에 더 이상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답변은 “다 좋아했는데, 인도네시아의 한 부처가 캠페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서 생긴 내부 갈등”이라고 밝혔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제주도의 월드 투어 비용 마련에 대해 양원찬 범추위 사무총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해준 것”이라며 “나랏돈이나 제주도 예산을 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용납 못하겠다고 보고, 제가 밥값과 그것(지원비용 일부)을 사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주도청과 전화투표 업체로 선정된 KT 등은 정확한 계약내용과 전화요금에 대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사 자체가 재단의 상업적 목적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양원찬 사무총장은 “(재단이) 상업적 표방을 미리 했고, 제가 인정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기부금, 라이센스 사용료, 전화(투표)비, 중계권료에 우리가 응하고 동의한 것으로, 비판하겠다면 받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무원들이 행정전화로 전화투표에 들인 비용도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이 사용됐다. 추적60분 제작진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해 9월 말까지 1억800만 통에 행정전화 요금 약 210억 원(한통당 198원)이 들었고, 이 투표가 11월 11일까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통화량과 통화요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임기범 전공노 제주지역본부장은 방송에서 “(전화투표가) 강제적으로 됐죠. 부서별 목표량과 1일 투표량이 정해졌고, (목표량을) 해야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확보한 내부문서를 보면, 각국별로 목표량이 정해져있었고, 하루 한 사람 당 500통이 넘는 전화를 한 부서도 있었다. 임기범 본부장은 “창피한 일”이라며 “세금을 가지고, 한마디로 돈 주고 산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정전화가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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