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런 말을 했다.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하시면 이 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노무현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노무현 까기’가 국민 오락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을 욕하면 잡혀간다. 계정을 폐쇄 당하거나 접속을 차단당하거나 게시물이 삭제되고 비판의 정도에 따라 재판을 받고 벌금을 물거나 징역을 사는 일도 있었다.

‘명까교’ 대변인을 자처하는 송아무개씨.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표현의 자유에 맞서는 투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파란만장하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처음 불려갔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했다. 한 심의위원은 “아버지한테 18놈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면서 “어떻게 국가의 아버지한테 욕을 할 수 있느냐”고 꾸짓기도 했다.

송씨는 “김 전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을 욕하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고 계정을 차단시켰을까, 그 분들도 기분이 좋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숙명여대 진리관 중강당에서 열린 인터넷 주인찾기 컨퍼런스는 @2MB18nomA가 직접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송씨는 그야말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담배 사러 가다 마주치는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랄까. 방통심의위는 송씨의 트위터 계정이 유해정보라며 접속을 차단시켰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역설적으로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누리꾼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됐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 이처럼 커진 건 우연히 송씨의 계정이 SBS 뉴스 화면에 스쳐지나가면서 항의가 접수된 데서 비롯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팔로워가 급격히 늘어났고 송씨의 영향력도 확대됐다. 본보기를 보일 생각이었겠지만 송씨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송씨는 "처음에는 겁도 났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높으신 분들이 워낙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했고 내가 잘못한 게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게시물도 아니고 아이디를 문제 삼아 계정 자체를 접속 차단한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트위터 미국 본사에서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리는 없고 우리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통신회사들에게 요청해서 송씨의 계정에 접속이 안 되도록 URL을 차단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거나 ‘http://’ 대신에 ‘https://’로 시작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송씨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송씨의 트윗을 읽을 수 있다.

송씨는 트위터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유튜브, 블로그 등 18개 계정이 접속 차단된 상태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사 계정이 쏟아졌다. @Amon81BM2, @2MBILLHYHL(뒤집어서 보면 개새끼로 보인다), @2MBsee8nomA, @see8nomMB, @18nomMB, @18nomA2MB, @2MBshefollowMe, @2MB2SD18nomA, @Fucking2MB, @2MB2c8nom, @mb18jogatnnom, @2MBDog18nomA, @MBnagara, @mb2c8nom, @MB2c8nomA, @MB18nomA, @2MB18nimA 등의 욕설 계정을 모두 처벌할 수 있을까.

송씨는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2MB18nomA 계정은 그렇다 치고 18놈이 아니라는 의미의 @2MB18nomX까지 차단시킨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송씨는 선거법 위반 재판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고 항소했다. 검찰 역시 송씨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맞항소를 했지만 지난달 27일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상태라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2MB18nomA 계정의 경우 접속 차단 이외의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명예훼손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대통령이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모욕죄를 적용할 수도 없다.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욕설 자체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걸 국가 권력이 처벌하는 방식이다.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인에 대한 욕설에 대해서는 봐주고, 공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호를 하는 것은 온전히 국민 정서하고는 반대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의 행복과 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인에 대한 비판과 욕설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

송씨는 “@2MB18nomA는 사실 2MB가 18놈이라고 생각해서 만든 계정이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시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송씨는 “홍길동의 심정으로 18놈을 18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에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해 열띤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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