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1)이 일본 기자와 주고받았다는 이메일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썼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해당 일본 기자는 김정남과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언급도 주고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 1면 머리기사 <김정남 “천안함, 북의 필요로 이뤄진 것”>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었다. 일본 기자는 조선일보 보도를 완전한 오보라고 지적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경향신문 18일 온라인판에 따르면, 고미 요지(五味洋治·54)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1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남이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천안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의 지난 17일자 보도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이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서해5도에 관해 언급한 게 있어 조선일보가 나름대로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조선일보의 명백한 오보”라고 말했다고 경향은 전했다.

고미 위원은 2004년부터 올해 1월3일까지 김정남과 150여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고, 지난해 1월과 5월 두차례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쓴 <아버지 김정일과 나>(문예춘추)가 이날 일본에서 출간됐다.

책에 따르면 김정남은 고미 위원에게 2010년 11월 26일 보낸 이메일에서 연평도 포격사건을 “북한이 한국을 포격한 배경은 교전 지역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핵 보유나 군사 우선 정치의 정당성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김정남이 이렇게 말한 것을 보도한 것이다.

김정남은 실제로 천안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경향에 따르면, 고미 위원은 경향신문 도쿄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천안함은 내가 물어본 적도, 김정남의 답변을 받은 적도 없다”며 “한국 보도를 보고 놀라 내가 책을 잘못 썼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월간조선 기자가 작성한 것이다. 특히 더 황당한 것은 동아일보의 사설이다. 동아는 18일자 사설에서 김정남이 고미 위원과의 이메일 내용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핵무기 보유와 선군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꾸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고 단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국내 종북(從北)좌파 세력은 북한 권력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정남의 이런 폭로를 듣고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계속 주장할 것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한편, 고미 위원이 쓴 책에는 김정남이 2010년 11월 25일 “전 세계가 동생(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나쁘게 보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나는 동생이 민족의 덕망이 높은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생이 동족에게, 민간인에게 포격을 가해 악명 높은 지도자로서 묘사되지 않길 바란다. 이 얘기는 동생을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고 적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