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은 과거 몇십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끈질긴 연속성’을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든 대통령이 ‘정신 분열증 증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미국의 전략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인 이익을 불러올 때만 그것을 지지합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증진은 단지 말로만 필요한 것이고, 실천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이죠.”(노엄 촘스키)

“시리아 정권에 관한 온갖 끔찍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죠. 하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비난하는 이유가 그 때문은 아닙니다. 미국은 그 비슷한 정권이나 더 악랄한 정권도 지지했거든요. 진짜 이유는 시리아가 미구긔 권력에 종속되지 않은 중동의 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시리아가 미국 경제 프로그램을 수용하지 않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중동 지역의 정세와 분쟁에 대해 잘 보도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수천수만의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할 때도 우리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40만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한 레바논이 두 나라의 관계에 끼어 어떤 지난한 역사를 겪어왔는지 아는 이도 많지 않다. 그저 중동은 근본주의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종교 분쟁을 벌이는 위험한 땅으로 여겨진다. 중동의 위기는 누가 조장하고 유포하는가? 바로 미국과 그를 따르는 동맹국들이다. 물론 그중에 한국 역시 포함된다.

중동과 미국의 관계를 비롯한 중동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미국의 제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미국의 저명한 지식인 노엄 촘스키가 2006년 5월 레바논을 직접 방문했다. 이 책은 촘스키 부부가 레바논을 방문한 기록이다. 촘스키의 강의록과 인터뷰, 캐롤(촘스키 부인)이 찍은 사진과, 그와 동행했던 여러 레바논 관계자들의 생생한 기록이 실려 있다.

촘스키는 모든 문제는 내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그 나라 국민에게 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에 대중매체가 주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미국 정부는 2002년 9월에 이라크 침공을 발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사담 후세인이 뉴욕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뉴욕 상공을 버섯구름으로 덮어버릴 거라고 연설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담 후세인이 알 카에다를 지원하고 있고, 그가 9·11에 책임이 있다는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언론과 방송에서는 한 달 안에 그 선전을 선택했고, 미국인은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의견에는 완전히 귀를 닫아버렸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믿음이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과 매우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은 미국 정부가 늘 쓰는 수법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 천년시대의 마지막 시기는 지식인의 참담한 역사에서도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였다. 미국과 유럽에서, 명망 있는 인물들이 눈앞에 펼쳐진 ‘규범적 혁명’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성스런 빛’을 번뜩이며 ‘고결한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마침내 ‘계몽된 국가’가 ‘반인도적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신세계’를 건설하고자, 세계 곳곳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책무를 ‘스스로’ 떠안았다.

“자화자찬이 세상을 울리는 동안, 이상적인 신세계와 유럽 동맹국들은 그 추악한 시기에 가장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규율대로 움직이는 지식인 문화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짜증스런 사실로 기록을 더럽히는 사람들은 곧바로 ‘반미주의자’로 버림받을 수 있었다.”

촘스키에 의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의 현재의 위기들을 완화하고 종식할 방법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은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도록 재촉하는 실질적인 위협을 중지하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개발이나 테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에 대한 위협을 당장에 중지해야만 한다.

혹자는 중동의 현실이 우리와 무관하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독립국가 승인을 받는 데 기권표를 던지려 하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레바논에 한국 병사를 파병하고 있다. 우리의 무관심은 곧 저들에 동조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미국의 제국주의)은 결국 우리의 평화를 해치고 공격하는 화살로 돌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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