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폭로 당사자였던 유장호씨와 그의 직원(제보자)에게 국정원이 접촉했다는 증언을 방송한 MBC 손바닥TV의 폭로에 대해 국정원이 접촉한 일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국정원이 애초 방송 전에는 유씨의 직원(제보자)에게 문의만 했을 뿐 사건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했으나 방송 뒤인 6일엔 “유장호씨와 접촉한 일이 없다”고만 밝혔을 뿐 제보자에게 문의한 경위에 대한 설명은 없어 분명한 해명이 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6일 언론사에 이메일로 배포한 손바닥TV 보도에 대한 입장에서 “국정원 직원이 유장호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유장호씨가 경찰 조사에서 “그 사람이 국정원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른 상태입니다. 아무런 도움을 주거나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조서에 기재돼 있으나, 손바닥TV가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국정원은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등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난 5일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문의했다”는 사실은 시인했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과 인터뷰에서 “장자연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혹시 국정원 소속 직원이 연루돼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던 것일 뿐, 수사과정에 개입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내용을 이상호 기자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국정원 주장 대로 문의만 했다면, 어떤 국정원 직원이 누구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전화 또는 만남) 했는지 정도는 분명히 설명해야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해소된다. 당시 미디어오늘이 이에 대해 수차례 설명을 요구했지만 국정원 공보담당관은 ‘알아보겠다’고만 했을 뿐 아무런 답이 없었다. 또한 6일에 국정원이 발표한 해명자료에는 아예 ‘문의만 했을 뿐’이라는 대목조차 빠져있었다. 그저 유장호와 접촉한 사실만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6일에도 국정원 공보담당관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사건 당시 문의했다는) 직원을 찾을 수 없었으니 그렇게 자료가 나가지 않았겠느냐”는 답변만 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책임자였던 오지용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해당직원의 조서에 국정원 직원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언론보도를 보니) 모 기관(국정원)에서 (유씨의 직원-제보자)에 문의했다는 말은 (언론에) 한 것 같다”며 “손바닥 TV에 보도된 조서내용 외에 조서 뒷부분(다음 장)에 보면, 경찰이 제보자에게 ‘모 기관에서 도움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해당 제보자는 ‘모기관(국정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도움을 준 것도 없고 받은 것도 없다’고 답해 더 이상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대장은 ‘국정원 직원이라는 말이 나왔는데도 신상파악 등 추가조사를 안했느냐’는 질문에 “조서 받은자(유씨의 직원-제보자)가 조서를 받은 이후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람과 추가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실제 모기관 소속인지도 모르고, 모든 사람을 다 조사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경찰 수사과정에 관여하거나 문의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오 대장은 “기억도 안나고 확인해줄 수 없다. 40~50여 명의 수사팀이었는데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이상호 MBC 기자는 5일 저녁 인터넷방송 손바닥TV ‘X파일 텐트’에서 제보자(유씨의 직원)과 인터뷰를 통해 “유장호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제가 스케줄 끝내고 나서 매일같이 병원에 갔을 때마다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며 “처음에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받은 명함에 그냥 흰색 명함지에 한문으로 이름 세글자가 적혀 있었다. 국정원 직원이었다”고 방송했다.

이상호 기자는 “이 제보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분당서에 당시 사건 조서 입수해 살펴보니 경찰은 놀랍게도 이미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조서에 따르면, 제보자는 ‘(2009년) 3월 14일 방문한 모 국가기관 담당자와 언제부터 알았나’라는 질의에 ‘일주일 전’이라고 답한 뒤 ‘(그 직원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와서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고 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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