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못 받게 하면 셧다운은 어떻게?
주민등록번호 못 받게 하면 셧다운은 어떻게?
방통위 오락가락 행정에 게임업계 불만 폭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고 주민번호 이용 수집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게임 셧다운제의 폐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실시간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게임업체는 청소년의 접속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통위의 발표와의 정반대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방통위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정책까지 발표하면서 게임업체로서는 셧다운제를 어떻게 운용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번호 수집 제한하면서 셧다운제?

셧다운제는 지난해 4월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제도 시행을 법으로 강제할 때부터 논란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실제 시행되고 난 후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법 제재 대상인 청소년들은 심야 시간대 부모들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셧다운제를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입법학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주민등록 번호 도용 등으로 게임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한 청소년은 무려 94.4%에 달했다. 또한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스타크래프트 등 CD 패키지 게임은 셧다운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소년이 CD를 이용해 직접 설치해 게임을 접속하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의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인터넷 실명제 재검토와 주민번호 이용 수집 제한 금지를 발표하면서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을 넘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주민번호 이용, 수집을 전면 제한한 취지 역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인데 개인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셧다운제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모순된 정책 때문에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제한해 수집해야 할지 난감한 처지에 빠져있다.

셧다운제 주무기관인 여성가족부는 방통위의 발표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청소년 매체환경과 관계자는 "은행에서 거래할 때 주민번호를 쓰지 않는 것 아니지 않느냐. 셧다운제의 연령확인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지금은 주민번호를 이용해 연령 확인을 하고 있는데 문화관광부와 협의해 다른 방안을 통해 본인인증제도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방통위도 이번 발표와 셧다운제 시행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이번 발표로 원칙상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개별 법령(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진흥법)에서 주민등록 번호를 수집 허용하는 경우는 제외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큰 상충은 없다"면서 "지금까지 편의상 주민번호를 수집해 활용한 것인데 셧다운제 시행을 위해 연령대를 확인해야 하는 게임업체에서는 아이핀 제도와 같은 방법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적 셧다운제 본인인증 절차 강화

'강제적 셧다운제'에 더해 '선택적 셧다운제'도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행보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7월 통과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1월 22일 선택적 셧다운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시행 중인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가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강제적으로 게임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만 18세 미만 게임 이용자의 친권자가 특정 시간대에 자녀의 게임접속제한을 요청하면 게임사가 요청을 수락해 게임을 제한하는 형식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이용자들의 친권자가 요청할 경우 게임 사용내역과 이용료 등의 세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문광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매출을 따져 중소기업의 게임업체의 경우에는 예외로 두는 조항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광부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실효성이 떨어진 만큼 선택적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개인정보를 이용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본인인증 절차에 대해 "주요 게임사들의 경우 이미 법안에 규제하는 내용의 절차를 밟고 있어 큰 부담은 없다"고 밝혔지만 휴대폰,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반드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중간에 낀 게임업체...어떻게 하란 말이냐?

게임업체는 정부 기관들의 정책 사이 중간에 끼어있는 형국이다. 실제 한 게임업체는 개인정보 수집과 셧다운제 정책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이미 해당업체는 오는 4월부터 주민번호를 이용 수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셧다운제 시행을 위해서는 일정 범위의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개인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제도인 게 사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면서 유출사고 등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라고 하면서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것은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셧다운제 시행을 위해서는 16세 미만이라는 나이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고서도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아이핀 제도와 같은 경우 인지도가 낮고 사용률이 낮아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서도 전혀 무리가 없는 대안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도 "방통위가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는데 셧다운제는 개인정보 수집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불멘소리를 냈다.

시민사회단체, 정부 정책은 '오락가락'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 기업의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을 전면 제한한다면서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 정보센터는 방통위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정부 전체적으로 실명제 폐지에 대한 일관성과 의지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장 내년 1월 22일부터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게임 실명제를 어찌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본인인증 대안으로 꼽히는 아이핀 제도에 대해서도 “아이핀은 기존에 개별 기업이 주민번호를 수집하던 것에서 5개 민간 신용정보회사에 주민번호 수집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더 나쁜 정책”이라며 “인터넷 실명제가 설령 폐지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기업에 아이핀 사용을 지도한다면 이는 사실상 정부가 시장을 통한 실명제 확대를 촉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셧다운제는 연령제한이 없는 게임에 대해 성인들이 가입할 때 인증할 필요가 없었는데 적극적으로 본인임을 인증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런만큼 셧다운제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확장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이사는 방통위의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이 주민번호를 수집 보관하지 못하도록 한 것뿐이지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된 아이핀과 같은 본인인증 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존치시키겠다는 발표와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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