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밤새 죽어 쓰러져 있다가도 아침만 되면
 꿈틀꿈틀 일어나 앉아 눈을 빛내던 방이란다
 
인재근의 고운 얼굴 아른거리지 않았더라면
 해파리처럼 풀어지고 말았을 몸
 죽음을 깔아뭉개며 아침마다 되살아나던
 근태의 방이란다
 
동댕이쳐진 신념 손톱 끝에만은 남아 있어
 곤두박히는 나락을 쥐어뜯으며 기어오르던
 서울구치소 병사 9호실
 근태의 방이란다
 
1986년 5월 31일 토요일 근태를 이감시키고
 그의 흔적을 지우려고 새로 말끔히 페인트칠을 했다지만
 
어쩌리오 창문 틈에 남아 있는 근태의 손톱자죽을
 철창에서 풍겨오는 그의 입김을
 철창 너머 푸른 하늘에서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의 두 눈을
 
눈만 감으면 나는
 바람으로 풀어져 울며 울며 펄럭인다
 근태가 휘두르던 깃발로
 민중의 깃발로
 
문익환 목사 시집 <두 하늘 한 하늘> 중에서
 
● 민주화운동의 대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별세했네.

향년 64세. 김근태 상임고문은 수년째 파킨슨병을 앓아온 데 이어 지난달 29일 뇌정맥혈전증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2차 합병증이 겹치면서 병세가 악화돼 결국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문제는 이 죽음이 젊은 시절 혹독한 고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
 
군사정권 시절인 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기술자'로 불린 이근안 경감을 비롯한 수사관에게 무려 10차례의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받는 등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투병한 파킨슨병은 고문 후유증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이근안 씨는 요즘 뭐하지?
 
11년간 도피생활 끝에 자수해 7년간 수감생활을 했지? 지난해 2월 시사주간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고문 기술자가 아니라 심문 기술자가 맞을 것 같다”며 ”심문도 하나의 예술이다. 비록 나는 그 예술을 아름답게 장식하지 못했지만”라고 했다고. 그러면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일을 하겠다고 밝혔단다.
 
이근안 씨는 김근태 고문에 대해 ‘고문은 하지 않고 겁만 줬다’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근안 씨는 현재 목사다.

● 성적에 비관한 아이들, 이런 선택을 하다니...
 
중학생 2명이 성적을 비관해 비슷한 시간대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 입학을 고민하던 고교생 1명은 아파트 10층에서 뛰어내려 중태다.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모방 자살’이 우려되고 있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이런 흔한 말을 다시 알려주고 싶다. <경향신문> 1면 보도.

● 왕따 피해 학생을 가해 학생이 만났다고.
 
피해 학생 사후에 말이다. 숨진 중학생의 유골이 안치된 유리벽에 쪽지 하나가 붙었다. '아무개야, 여기 못난 친구가 왔어. 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꼭 넌 좋은 곳에 갈 거야. 평생 동안 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게. 아무개야, 정말 미안하다. 못난 친구.' 가해학생이 붙인 거다. <조선일보> 11면 보도.

○ 붙잡힌 당일에는 키득키득 웃었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유서에서 가해자로 꼽힌 2명에 대해 경찰이 상습상해와 공갈, 강요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 명은 불구속 입건됐고. 이들은 친구가 자살한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샘한테 혼나면 뭐라고 하지” “몰라, 그냥 인정하지 뭐 ㅋㅋㅋ” “감방 가게?” “안 간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2면 보도.
 
● 왕따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현실도 짚어야 할 것 같다.

<동아일보>가 학교폭력 가해자 상담 기관인 ‘사랑의 교실’ 수강생들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로 변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담기관 측은 “교실의 강자에게 붙어 호가호위하는 걸 생존 전략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심리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고. 1면 보도.

● '쇄신 퍼레이드‘를 벌이던 한나라당,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리네.
 
쇄신대상으로 꼽힌 홍준표 전 대표, 자신에게 물러나라고 한 이상돈 위원을 지목하며 "천안함 폭침을 부정했던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종인 위원에 대해서도 "검사였던 나에게 (뇌물 받았다고) 자백한 사람"이라며 "도덕적이고 깨끗한 사람이 들어와 당을 쇄신하랬더니 뇌물 받았던 사람이 들어와서… 어이가 없다"고 했다.

범친이계로 거론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비대위가 무슨 5공화국 국보위냐"며 "결국 박근혜 1인 체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5면 보도.
 
● <한겨레> 여론조사가 있지?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월, 화 이틀 동안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조사결과, 박근혜 지지율 44.7, 안철수 지지율 49.3%로 나타났다고.

흥미로운 부분은 ‘만약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출마하지 않고 야당 대선주자를 지지할 경우’를 가정한 가상대결에서는 야당 주자 39.5%, 박근혜 45.4%로 접전을 벌였다고.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오차 한계는 ±3.1%포인트다. 1면 보도.

● 어제 그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던데.

소방관과 입씨름 벌인 이후, 이틀 뒤, 소방재난본부는 경기도 내 34개 소방서 소방관 5000여명에게 김문수 지사 목소리가 담긴 통화 내용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며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경기도의 한 소방관은 “직원들은 도지사 목소리를 익히라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파문이 커지자 소방재난본부는 일선 소방서에 다시 긴급전화를 걸어 “직원들은 전자우편은 물론 컴퓨터에 저장한 김 지사 통화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일선 소방관들은 밝혔다고. <한겨레> 1면 보도.

● 다주택자의 족쇄가 다 풀린 모양이지?
 
다주택자에 대한 족쇄가 또 하나 풀렸다. 내년 말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경우 임대사업자라면 3주택까지 가능하게 된다고. 또 정비구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새 아파트를 2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고. 집 많이 사시라는 뜻일까. <매일경제> 보도.

● “치료받던 우리 병원에서 장례 해라” 운구차를 막은 병원이 있다고?
 
문제는 A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진 아버지의 장례를 한 아들이 인근의 B장례식장에서 치르기로 하면서 발생했다. 그러자 병원 측의 태도가 돌변했다. 장례식장 직원이 운구 차량을 못 나가게 차량으로 30여 분간 막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장례식장이 장례를 서로 유치하려다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고. <동아일보> 14면 보도.
 
● 결국 도청 논란의 당사자인 한선교 의원과 KBS 기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과 KBS 장 모  기자를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의혹을 철저히 밝히겠다던 검찰도 결국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해, 이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한겨레> 13면 보도.
 
● 오늘 날씨는?
 
기상청은 오늘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낮 기온은 서울 2도 등 전국이 1도에서 9도로 어제와 비슷해 일교차가 크겠다.
 
기상청은 내일 오후 늦게부터 새해 첫날인 모레 새벽 사이 서울·경기와 충남서해안에 산발적으로 눈이 내리면서 내륙지방에서는 해돋이를 보기 어렵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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