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의 젊은 아들인 김정은이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안착이 향후 북한체제의 생존을 보장해줄 것인지 여부는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 탈냉전 이후 외부로부터는 거의 고립된 채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경험도 일천한 20대 약관의 젊은 지도자가 이 같은 난관을 돌파해낼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논평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권력 내부의 분열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그로 인한 쿠데타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자연스럽게 북한체제의 붕괴론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북한체제의 형성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구축된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북한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북한체제는 항상적인 위기 속에서 생존해 왔던 체제라 할 수 있다. 즉 북한체제는 항상적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고도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전 사회의 동원을 일상화 해왔던 체제인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의 김일성은 스탈린의 죽음으로 야기된 사회주의 체제의 균열 속에서 자주노선을 추구했고, 그것은 마침내 1970년대 초 주체사상을 앞세운 수령체제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1990년대에 들어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탈냉전 그리고 김일성 사망의 또 다른 위기가 닥쳐왔을 때, 김정일은 선군정치로서 이에 대처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군정치의 맥락에서 김정일의 북한체제는 자신의 체제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앞세운 강성대국 건설을 추구해나갔다. 

북한체제가 이처럼 항상적인 위기에 대한 대처가 일상화 된 체제라 한다면, 김정은의 북한체제 역시 김정일의 사망으로 야기된 또 한 번의 위기 상황에 있어 그 대처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체제 강화는,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의 권력승계가 유훈통치를 통해 그 정당성을 확보했던 것처럼, 김정은의 권력승계 역시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통치로부터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북한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기의 핵심이 심각한 경제난이고, 그 경제난은 수령체제나 선군정치의 연장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수령체제에 이어 선군정치를 강화해 왔을지라도 경제난의 심화로 인해 탈북민이 급속히 증가해왔던 것은 그 단적인 증거다. 따라서 김정일의 북한체제가 수령체제나 선군정치의 연장선 상에서 그 체제를 강화시킨다 할지라도, 그것은 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위기의 지연책 또는 회피책에 그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언젠가 북한의 등소평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난을 해결할 방책은 중국식의 개혁개방 노선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이 불안정한 현재의 상황에서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일단 과거의 정당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약관의 나이인 그는 곧 통치의 새로운 정당성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성은 결국 북한 경제난의 해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김정은이 언제 북한의 등소평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중장기적인 대북정책 역시 김정은으로 하여금 북한의 등소평이 되도록 유도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 통상 경제 발전은 그 발전의 결과 체제의 변화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의 경우도 그 예외가 아닐 것이다. 남북한의 평화 구축과 궁극적인 통일의 전망은 남북 공영의 바로 이 같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그 전망은 북한체제의 붕괴론 같은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관점에서 근시안적으로 고찰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