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와 불합리한 계약을 했다는 문제제기를 한 김상수씨는 문화기획자이자 사회문화비평가이기도 하다. 그가 프레시안과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에 정명훈 재계약 문제를 모두 6편의 칼럼으로 연속 게재한 이후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주말 박원순 시장이 나서서 연봉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김상수씨는 “지휘자 정명훈씨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변칙계약’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의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 때문”이라며 “이제 서울시 예술행정도 정당성과 투명성을 지녀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씨와 일문일답.

- 박원순 시장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연봉 일부를 줄이는 대신 고용계약을 3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정 감독의 연봉은 내년부터 7억~5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있다. 이번 박 시장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박 시장도 판단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재개발 문제 등, 산적한 전임시장 적폐(積弊)로 시름하는 박 시장한테 어려운 과제를 던진 것 같다.”

- 박 시장의 결정을 받아들이는가.

“서울시민의 시장으로 한 결정이지만, 재계약 이전에 ‘과정으로의 사실조사’가 생략된 점은 큰 문제다. 그리고 연봉의 삭감으로 보도됐지만, 연봉을 ‘보수’라는 표현으로 2억2천만원, 지휘료를 따로 받는, ‘변칙계약’ 문제는 전혀 바로 잡히지 않았다. 상임 지휘자라면 지휘 몇 회에 연 얼마씩으로 통괄 계약을 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고 상식이다. 더구나 예술감독까지 겸임하면서 연봉은 유럽 수준으로 ‘보수’라는 명목으로 2억2천만원 챙기고, 지휘료를 객원지휘자 국제 최고수준인 4400만원으로 따로 책정하는 건 ‘변칙계약’이다. 요즘 말로 전형적인 꼼수다. 그동안 햇수로 7년 동안 공금 유용에 해당하는 사항들만 삭제됐다. 공금 유용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조사도 안 됐다. 계약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과정으로의 사실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재계약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 어떤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문제의 근본적 치유가 안 됐다. 내가 처음 프레시안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 이 문제에 관한 글을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에 계속 썼다. 그런데 서울시는 ‘연봉삭감’이라는 표현으로 호도, 재계약에 곧 사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건 ‘연봉삭감’이 아니다. 불요불급의 공금유용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시민 의견수렴도 없이 재계약을 결정한 박 시장의 업무방식은 큰 문제다. 정 감독의 태도도 그렇다. 그는 공금 유용문제가 사회공론화 됐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재계약에 나섰고, 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예술한다는 이로써 자존심도 없나. 사회적 비난 여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어쨌든 나는 서울시 문화예술행정 지출에 대한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 근본 의도였고, 서울시는 그간의 부당 지출에 대해서 먼저 행정감사를 하고 배임한 직원은 엄벌에 처하고, 그리고 연봉책정에 따른 국제적인 조사도 하고, 이러저런 ‘과정으로의 사실조사’를 하고나서, 그 사실을 시민에게 보고하고, 그 다음에 재계약을 하는 게 순서다. 결국 돈만 수억원 깎고 끝내버리겠단 이야기 아닌가. 서울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서울시민들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해야하는 의무가 남아있다.”

세계 4대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 명단에 정명훈은 없다

- 정명훈 지휘자가 국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에스트로의 반열에 들지 못했으며 국제 기준으로 볼 때도 지나치게 많은 연봉과 특혜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그런 판단인가.

“그렇다. 그는 세계적인 거장이나 마에스트로가 아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말하는 ‘세계 4대 오케스트라’가 있다.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니크’가 있고 미국 ‘뉴욕필하모닉’ , 오스트리아 ‘비엔나필하모니크’, 그리고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있다. 이 4개의 오케스트라가 지난해와 올해, 내년 시즌 정례 연주회에 초청받아 지휘하는 지휘자 명단에 그는 없다. 세계적인 수준의 지휘자라면 이 4대 오케스트라 정례 지휘자 명단에 있어야 한다. 현대카드가 스폰서로 나선 내년 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서울 투어연주는 정명훈이 지휘를 한다. 앞으로 그의 행로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잘못된 표현인 중앙일보 기사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의 국제적인 “시장”, “수요”, “몸값”은 세계 4대 오케스트라 정례 지휘자로 초청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중앙일보 표현대로 “몸값”이 서울시로부터 받는 20억원이 아니란 말이다. 중앙일보는 다섯 차례나 정명훈을 옹호하는 기사를 썼다. 프레시안에 내 글이 나가고 곧 중앙일보는 11월24일자 기사에서 “서울시향과 지휘자 정명훈이 사인한 20억원짜리 계약서는 소위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썼다. 사실왜곡이다. “사인한 20억원짜리 계약서”는 어디에도 없다. 기초사실 확인 없이 기사를 쓴 것으로 기자의 자질부터 의심스런 내용이다. 계약서에는 “‘갑’(서울시향)이 ‘을’(정명훈)에게 제공하는 보수는 연간 2억2천만원의 보수를 지급한다.”고 되어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연봉’이다. 이후 중앙일보는 계속해서 기사로 “결정은 시장(市場)이 한다”고 강조했지만, 시장논리에 비추어도 틀렸다. 다시 또 직접적으로 말한다. 정명훈이 현재 한국 말고, 미국이나 일본, 또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나 유럽 어느 도시에서 연 20억원 이상의 돈을 한 도시가 운영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겸 예술감독 1년 보수 및 경비로 정명훈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해외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정명훈은 그 위치에 있지 않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다. 다시 말하지만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예술의 거장(巨匠)”이라는 표현은 한국 언론에서만 볼 수 있는 평가다.” 

- 정명훈 지휘자에게 너무 많은 돈을 서울시가 계속 지출하고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자본주의 극단을 달리는 미국의 10대 규모의 오케스트라 10명 음악감독의 세전(稅前) 수입표를 일전에 프레시안 글에서 제시했는데, 그걸 보면 알겠지만, 정명훈이 서울시로부터 받는 급료나 수입금은 미국 10대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연봉 10위에서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번에 서울시가 정명훈 지휘자에게 지출을 ‘삭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거품’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문제는 변칙계약을 정상계약으로 고쳐야 한다“

- 정명훈의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뭔가?

“오래전부터 내가 파리에 있을 때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계속 느꼈다. 이번에 계약서를 입수해서 확인하고 나는 시민으로 모욕을 느꼈다. 이건 계약서가 아니고 정명훈의 일방적인 주문서에 서울시가 사인을 한 것이다. 나도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이다. 정명훈 지휘자가 특권과 반칙을 요구하는 것을 서울시가 전부 받아들였다. 잘못된 것이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겠다는 이명박의 강박으로 인한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의 폐단이다. 그리고 서양클래식 음악 오케스트라의 완성이 갑자기 한 사람 지휘자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없다.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서울시립오케스트라가 자기 정체성을 지니려면, 서울시향의 과거, 현재, 미래, 전체를 보는 시야에서 준비해야만 한다. 지난 7년 동안 서울시향은 정명훈 지휘 때 외국인 연주자들을 불러와 공연했던 비정상적인 오케스트라다.”

- 정명훈 문제를 지적하기 바로 직전에는 건축가 김수근을 비판했다. 예술을 통한 개인의 욕망이 한 사회를 망치고 그르친다는 문제제기였다.

“건축인 김수근이야말로 철저하게 반민주주의 반인권의 독재정권에 협력하면서 독재자의 사고를 건축에 구현하여 그의 건축적 성과물을 이룬 건축인이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88올림픽 주경기장, 훨씬 이전인 김종필 초대 중앙정보부 부장을 만나 지은 워커힐 호텔의 힐탑바, 서울 남산의 반공연맹(현 한국자유총영맹)의 본부인 자유센터와 타워호텔, 청계천 3.1고가도로, 국립청주박물관, 서울의 종합문예회관(현 아르코 공연장 및 미술관), 세운상가,  대법원 종합청사, 치안본부청사 등, 그가 설계 건축한 대형건축과 공사흔적들은 곳곳에 있다. 급기야는 대규모 국가 건설기획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개발독재정권의 ‘한국기술개발공사’의 대표이사까지 맡아 여의도 개발, 한강개발, 남산개발, 서울 도심개발 등 무수한 개발공사를 하게 된 것은, 독재정권과의 유착으로 개발독재시대 대표 건축인으로 그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던 것을 뜻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반인권 반문명의 건축인으로 그의 정체성을 드러낸 건축이 바로 서울 용산구 갈월동 88번지, 치안본부 대공보안분실,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고문전용 건물이다.”

- 이번 정명훈 문제제기와는 실체는 전혀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과 사회의 상관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은 비슷해 보인다.

“우리는 아직도 개발독재시대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 김영상 문민정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시대 때 민주주의는 착근시키지 못했고, 신자유주의 기업독재 시대로 바로 접어들었다. ‘무조건 돈이면 다 된다’가 일상을 지배하다시피하게 됐다. 정명훈의 서울시 계약서를 보면서 바로 천박한 상업주의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까지 밀고 들어왔단 인상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클래식 음악계의 계약과 거래방식이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양상을 반영한다고 해서, 그런 방식으로 서울시민의 영역까지 침범당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소위 말하는 중앙일보식의 ‘시장의 논리’로 보더라도, 외국에서는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국의 서울시민들에겐 그 이상의 대우와 특권을 반칙으로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바로 개발독재의 망령을 보는 것 같았다. 또 지휘자 정명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음악계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을 많이 받았지만 하나같이 자기 이름을 공표하고 발언하는 '음악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해는 되지만 납득은 어려웠다. 정명훈은 이미 거대한 음악계 권력이었다.”

- 트위터에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나는 트위터를 잘 못한다. 시스템도 잘 모르겠고. 가끔 들여다보니까, 나더러 보라고, 진중권씨가 내 트위터 주소로 자기가 쓴 글이라고 바짝 의도적으로 들이대고 있더라. 그건 글이라고 할 수 없었다. 요설(饒舌)이었고 분열증상(分裂症狀) 그대로였다. 그의 누나인 작곡자 진은숙씨가 서울시향에서 현대음악 행사를 코디네이팅하면서 1년에 1억씩, 다년간 수억을 받아가고 있다. 나는 서울시향에서 적극적으로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에 진은숙씨 문제는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동생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나에 대한 험담을 하고, 비논리적으로 또 결사적으로 정명훈을 옹호하는 문자를 트윗으로 나에게 들이대는 걸 보면서,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다. 서울시향에서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회를 혼자서 연 1억씩, 몇 년 동안이나 수억씩 계속 가지고 나가는 건 안 된다. 현대음악의 지층도 아주 넓고, 재능 있는 작곡자도 더 있다. 현대음악의 소개와 작곡의 기회가 1인에게 계속 몇 해에 걸쳐서 편중되는 건 시민의 서울시향의 운영방식으론 틀렸다.” 

- ‘예술의 영역까지 정치논리로 재단한다’는 일부 언론의 비판도 있었다.

“중앙일보나 조선일보가 그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이들 신문은 하나같이 틀린 팩트를 전제로 나의 문제제기를 ‘좌파’ 주장 운운하고 있다. 조선일보 12월17일자 기사를 보면 ”정 감독 취임 이후 서울시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5년 재단법인 출범 이전 시향의 평균 유료 관객은 회당 466명이었으나, 올 정기공연(17회)에선 1800명으로 늘었다. 자체수입도 1억3700만원에서 53억7000만원으로 급증했다“고 중앙일보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 중앙일보의 주장이 뭐가 문제라고 보나. 

“정명훈 영입이후 관객은 분명 늘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시장논리’나 ‘경제논리’로 보자면, 정명훈 영입 이전과 영입 이후 서울시로부터 서울시향에 투입된 연간 예산은 평균 4.3배 이상 불어났다. 연간 30억~4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31억원 넘게 투입됐다. 또 서울시 산하 전문예술단체들, 극단과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뮤지컬단, 합창단, 오페라단 등 6개 단체의 올해 총예산이 103억원 안팎이었다. 서울시 1개 산하단체로 법인화한 서울시향 올해 예산은 6개 단체를 다 합한 예산보다 훨씬 많다. 전형적인 불균형 예산이고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시향 특화정책의 결과다. 이것에 비해 오늘의 서울시향의 관객수익의 증가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그렇게 큰 증가수치가 아니다. 작년 한 해 관객수입은 딱 11억원이다. 50억원이 아니다. 39억은 기업 등으로부터 스폰서 받은 돈이다. 예산으로 7년 동안 사용했던 그 많은 돈을 지출하고도 회당 유료관객이 7년 동안 그 수준이란 말이다. 내용적으로도 서울시향 전체 운영을 정명훈에게 내맡기다시피 한 특권적 지위를 부여했음에도 이 같은 수준의 유료입장이라면, 이건 정상적인 운영체제라 할 수 없으며 경영평가로는 어떤 시뮬레이션을 동원해도 정상경영이라 할 수 없다.“

- 조선일보는 정명훈 지휘자의 "성과를 외면한 채 '고액 연봉'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좌파 정치인들의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한다", "해마다 1명씩 잘라내는 시향 오디션에 반발하는 단원들이 외부 인사와 손잡고 정 감독 개인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분명히 하자.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 나의 문제제기는 ‘고액연봉’의 시비는 차라리 부차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지적은 공공예산 지출의 정당성과 투명성 문제가 핵심이다. 그리고 “좌파” 운운은 정확하게 진중권씨가 트위터에서 “정명훈이 나가야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노려볼 수 있는데, 시장도 바뀌었겠다, 분위기도 진보로 넘어왔겠다, 정명훈=이명박이라고 슬쩍 한 자락 깔아놓으면, 문화예술에 무지한 진보진영과 진보언론들이 떡밥을 덥썩 물 거라 생각한 거죠”와 같은 수준의 연장이다. 이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논조다. 그리고 “오디션에 반발하는 단원들이 외부 인사와 손잡고”란 표현은 너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시향 단원들은 이번 문제제기가 있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자기들이 1회 연주 수당으로 6만원을 받을 때, 그 700배인 4200만원을 정명훈 지휘자가 1회 지휘수당으로 가지고 간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완전히 밀실계약에서 밀실행정으로 일관했는데, “외부 인사와 손잡고 정 감독 개인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린” 전 단원의 ‘정보’를 접한 사실조차 난 없다. 내가 만난 퇴직 단원들로부터 ‘정명훈 지휘자의 인간적인 결격사항’에 대해서는 무수하게 많은 얘길 들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문제를 제기하는 중심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얘기는 들었지만 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외부 인사와 손잡고 정 감독 개인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린” 식의 표현은 한심한 작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단원은 1회 연주 수당 6만원, 정명훈 지휘자는 1회 지휘 4200만원, 700배 차이라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향 직원이 반발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나도 그 글을 봤다. 내 팩트는 정확하다. 그 직원은 단원들이 5천만원 이상 월급을 받는데, 마치 내가 팩트로 제시한 돈 6만원 연주료만 단원들이 받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내가 썼다고 주장한다. 어처구니없다. 1회 연주에 단원들은 6만원 받는다. 틀리지 않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쓴 사실이 난 없다. 자, 그럼 이렇게 쓸까? 6개 서울시립 예술단체들 단원들은 시향단원들 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다. 차이가 너무 크다. 같은 서울시 산하 예술 단원들인데 왜? 서울시향 단원들은 5천만원 이상씩 받고(블로거에 글을 쓴 서울시향 직원의 주장) 다른 단체는 거의 터무니없는 돈을 급료로 받을까? 서양 클래식 음악은 특별한 지위인가? 서울시 산하 다른 예술단체 단원들이 알면 분노할 얘기를 시향직원은 지금 말하고 있다.”   

과공(過恭)하면 비례(非禮)다

- 항간에서는 서울시향을 발전시킨 정명훈 지휘자에게 돈 20억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있고, 그 이상의 돈을 줘야 한단 얘기도 있다.

“나도 그런 글을 봤다. 중앙일보도 그런 논조였다. 소방관이 불을 끄기 위해서 불속으로 뛰어들면 위험수당 5만원이다. 과연 불을 끄고 살아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목숨 건 소방관의 목숨 걸린 위험수당 5만원과 정명훈 1회 지휘료 4200만원의 차이란 무엇인가. 이건 예술의 특수성 당위성을 떠나서 한 사회의 시민공동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시민의 세금이니까 더 그렇다. 그리고 그런 식의 자본에 끌려 다니는 음악을 우리도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그럴려면 재벌이나 민간 기업이 오케스트라 운영하는 데로 가서 지휘하면 된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만들어야 한다고? 돈 20억원이 아깝지 않다고? 정명훈 영입 이전에 20년 이상 연주한 나이 많은 단원들은 오디션이란 이름으로 잘려나갔다, 가정이 파괴됐다. 그 좋은 소리를 꼭 들어야 하나. 어떤 예술이든 좋은 예술이라면? 그 사회에 뿌리내려야 하고 그 사회의 사람들 삶에 천착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누구든, 정명훈도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시민이며 나름대로 삶을 산다. 따라서 자유사회에서 예술가가 상식적인 시민의식을 결여했다면, 결격사유를 갖는다고 봐야한다. 자기 아들이나 며느리가 외국 가는 비행기 삯까지 시민들이 내주면서 그가 지휘하는 음악을 시민들이 들어야 하는 이유란 없다. 음악이든 어떤 예술이든,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타인의 삶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더구나 시민들이 노동한 돈을 수입으로 한다면, 그의 예술의 중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의 삶을 존경할 줄 아는 사람이 음악가고 예술가다. 자기 나라를 멸시하고 경멸하게 하는 과공의 대우를 하면서까지 좋은 음악소리를 꼭 들어야 하나. 자기 나라를 존경하는 그런 기본적인 태도도 없는데 과연 무엇이 예술인가. 무엇이 음악인가. 도대체 문화란, 예술이란 무엇인가.”  

- 정명훈 비판에 너무 날이 선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방향으로 가야하고, 민주주의로 간다는 건,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이 보장돼야 함을 뜻한다. 시민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 기구들의 역할에 있어서 투명성 원칙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명훈 문제는 밀실계약에 의한, 이명박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시성 보여주기, 성과주의가 적절히 결합한 산물이기 때문에 걷어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정명훈이 오고 나서 서울시향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20억원이 큰 돈이라면 큰 돈이지만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다.

“지휘자 1인에게 몰아서 돈을 많이 준다고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서울시향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서 더 살펴야 한다. 연주자의 안정적인 연주에의 몰두, 연주자 양성, 지휘자 양성, 영재 육성 등은 서울시향의 또 다른 과제이기도 하고, 서울시의 서울시향에 대한 지원과 주문이면서 시향과 서울시의 의무이기도 하다. 돈을 퍼부어 넘어설 수 있다면 이미 세계의 재벌인 아랍의 왕자들이 오일머니로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악단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돈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역사, 민주적인 운영방식, 단원의 자질과 자긍심, 앙상블, 시민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기획 등 총체적인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의 대대적인 혁신이 서울시향에 있어야 할 때다. 지휘자와 예술감독을 한 사람이 겸임하게 하고 1인으로 하여금 무거운 책임을 떠맡기는 지금의 방식은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의 폐해이다. 돈을 많이 투자해서 퀄리티가 높아진다면 세계의 재벌인 아랍의 왕자들이 오일머니로 오케스트라 100개를 만들었을 거다. 재원은 한계가 있다. 시민의 재원은 반드시 투명하게 써야 하고 한 사람한테 편식시키면 안 된다. 비정상적인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명훈의 명성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연주로 2등을 했을 때부터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갑작스러운 매스컴의 흥분에 덩달아 들떴다. 그때 정명훈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했다. 오색 종이가 흩날리는 길가엔 수만 명의 시민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대적 환영행사에 이어 은관문화훈장 수여가 결정됐다. 그때 나이 22세였다. 오늘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든 어디 유명 콩쿠르든 한국인이 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거나 오색 종이를뿌리는 카 퍼레이드를 하진 않는다. 이후 40~50년 동안 정명훈은 계속 미화된 채로 오늘에 이르렀다.”

- 정명훈이 아니면 누구를 데려올 수 있나.

“당장 정명훈이 없으면 오케스트라가 없어지나. 물론 정명훈이 떠나면 큰 타격을 받는다. 그건 바로 정명훈 체제가 그만큼 불안정한 오케스트라 체제로 지난 7년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외국인 연주자들을 데려다가 주요 포스트에 앉히고 연주시키니, 정명훈이 떠나면 그들도 떠나겠지.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소리의 질이 떨어지겠지. 바로 그게 문제다. 오케스트라의 장래에 대한 준비를 이렇게 만 6년 동안 하지 않는 음악감독과 계속 계약을 한단 말인가? 지금 국제 음악시장 경기가 어려워서 정당하게 대우해주면 최고 수준의 지휘자들 불러올 수 있다. 지휘료만 연간 18억 내외 정도라면 정명훈 1인에게 지휘료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휘자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오케스트라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는 사람을 상임 지휘자로 앉혀야 한다.”
 
- 논란이 있었지만 박원순 시장은 연봉삭감을 조건으로 정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연봉삭감’은 잘못된 언론보도 표현이다. 연봉인 보수와 지휘료를 따로 챙기는 ‘변칙계약’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또 거품이 많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드러난 대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예술가라도 세금 유용은 별개의 문제다. 정명훈의 지휘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그의 잘못된 태도까지 옹호하는 일부 정명훈 옹호론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 정명훈을 문화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기회에 음악계를 바꿔야 한다"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휘자 정명훈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뿌리 깊고 큰 것도 나는 놀랐다. 더 놀라운 건, 음악 하는 사람들이 '왜 뒤에서만 얘기할까' 하는 거다. 평론하는 사람들은 뭐하나. 브람스의 바이얼린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가락 끝의 튕김이 어쩌고, 음악성 운운 할게 아니고, 한 사회가 음악이라는 예술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연줄과 뒤틀린 인간관계를 따지면서 선후배 줄 세우기 식의 예술권력 사슬은 무너트려야 한다. 이런 식이면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불행한 일이다.”

- 예술에 정치적 잣대를 갖다 대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 이분법적 구분이란 근거 없다. 예술이란 게 현실과 동떨어져 무관하게 둥둥 떠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예술가의 세계관은 그 시대와 바로 연결돼 있다. 예술은 자신이 선택하는 주제에 의해, 그리고 언어와 예술의 관계에 의해, 사회와 정치 문제에 참여하게 된다. 이미 음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인 행위인 것이다. 정치 판도에 기웃거리는 의미에서의 ‘정치적’이란 의미가 아니라, 예술행위 자체가 이미 인간에 대한 정치다. 예술은 바로 그 한 가운데에 정면에 위치하고 존재한다. 저항하는 예술가의 참여는 가장 본질적인 사회 문제에 관한 것이다. 정치적 세력이나 기웃거리고 정치판도와 관계하는 태도와는 다르다. 반대로 아무리 예술은 정치와 무관하고 순수하다고 주장해도 이미 정치적이다. 정명훈은 왜 8·15 건국 60년 행사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지휘했나. 이명박 취임식에서 베토벤 9번은 왜 지휘했나. 이명박이 시키니까? 이명박이 멘토라서? 음악은 순수하니까 무관하다고? 이명박과는 관계없다고? 바로 음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당사가가 누군가.”

- 단원 경쟁체제가 아니고 지휘자 경쟁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뜻인가.

“상임 지휘자 한 사람의 허명에 기대기보다는 정명훈 수준의 지휘자를 여럿 선임해 연 2∼3회 지휘를 맡기고, 평소에는 좀 더 책임감 있는 상임 지휘자를 두거나 여러 객원 지휘자들이 경쟁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서울시향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 해 서울시향이 지휘료만으로 18억 지출한다. 거의 정명훈 혼자 차지다. 지휘료 지출만으로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지휘료 지출과 거의 맞먹는다. 이런 지출의 규모라면 지금과 같은 정명훈 1인에게 지휘료를 몰아주는 식이 아니라, 젊고 패기 있는 한국인 지휘자를 상임으로 두고, 수 명의 국내외 객원 지휘자를 선정해 교향악단이 과거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단원 경쟁체제보다 지휘자 경쟁체제로 가는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 세계적인 실력의 지휘자 3~4명을 위촉해서 연주지휘를 객원으로 시키는 방식이 훨씬 더 다양한 연주지휘를 시민들은 경험하고, 오케스트라 단원 역시 세계 수준의 기량을 지닌 지휘자들과 연주를 함께 할 수 있고, 당연히 유료 관객은 훨씬 많을 테고, 청중은 지속적으로 서울시향 연주를 찾아올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클래식음악계는 경제사정이 어렵다.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그렇다. 지휘 부탁하면 올 사람 많다. 물론 일정을 잘 짜야 하겠지. 진짜 세계적인 지휘자는 일정이 빠듯하니까.”   

- 클래식 음악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고급문화니까 정명훈 돈 주는 거 안 아깝다는 식으로, 기묘한 문화 사대주의와 엘리티즘이 결합되면서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될까?

“문화적으로 아직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 박 시장도 재계약 이외의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예술 이전에 정명훈은 강호동에게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배움이 없는 사람은 절대 공인(公人)이 되면 안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원칙을 세워서 시정을 해야 한다. 시민들은 왜 박원순 시장을 새 시장으로 뽑았을까. 개혁을 제대로 하고 시정을 혁신하란 주문이었다. 그럼 개혁이란 무엇인가. 살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행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꾸란 얘기다. 살가죽을 벗기면 아프다. 피도 뚝뚝 떨어지고. 박 시장은 왜 자신을 시민들이 뽑아줬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정말로 자기 역할을 잘 알아야만 한다. ” 

- 박 시장의 행보에 문제를 느끼는가?

“이번 정명훈 논란을 계기로 박 시장은 자신의 시정방식을 빨리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실천하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시정을 집행하고, 사리(事理)에 원칙을 세우라고 그를 시장시켰다. 이번 정명훈 건 처리는 원칙에서 크게 어긋났다. 원칙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만사가 무너진다. 듣기 싫은 얘기고 아픈 얘기지만, 박 시장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박 시장은 실패하면 안 된다. 너무나 중요한 시기에 그는 원칙을 지키는 바른 시민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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