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진짜 사망 원인은 따로 있다?”

19일 오후 네이버 첫 화면에 뜬 경향신문의 톱 뉴스 제목이다. 본문을 보면 “한파가 김정일을 살해? 사망원인 관심”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뜬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따로 있다는 사망 원인이 뭔지 알 수 없다. 이 기사의 유일한 새로운 팩트는 김 위원장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17일 오전 8시30분 평양의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였다는 사실 뿐이다. 이 신문은 “북한의 추위가 심근 경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김정일 사망, 부검해 보니”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역시 새로운 내용은 없다. 부검 결과 급성 심근경색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한줄 걸쳤을 뿐이다. 이날 오후 대부분 언론사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에 편승해 신나게 제목 장사를 했다. 김정일의 진짜 사망원인이 따로 있다거나 삼성은 미리 알고 있었다거나, 역술인들은 알고 있었다는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정작 클릭해 보면 아무 내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기사도 쏟아졌다. 조선비즈는 “심상찮은 증시 급락, 김일성 사망 때와 달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체제가 17년 전보다 훨씬 불안한 상황이고,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작용하고 있어 증시 낙폭이 큰 것이라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북한 붕괴 가능성 가장 높다… 한반도 최악 상황”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매일경제는 20일 오후 “김정일 이미 8년 전에 죽었다… 그동안 대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 뉴스로 내걸었는데 정작 출처는 트위터에서 떠도는 농담이었다. 동아일보가 낸 “김정은 사망 전 여 아나운서 사라진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는 “확실히 파악된 것은 없으나 나이가 많아서 은퇴하거나 건강상 이유가 아닌가 한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 세계일보는 “‘쿠데타로 2달전 사망’ 루머”라는 제목의 시라를 내보냈지만 역시 인터넷 루머를 인용한 기사였다.

   
 
 
21일에도 낚시질은 계속됐다. 중앙일보는 “김정은 뒤에서 눈물 흘리는 20대녀, 혹시 부인?”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내걸었는데 “김정은 부위원장 바로 뒤에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검정색 상복 차림으로 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는 내용이 한 줄 있을 뿐 아무런 팩트가 없다. 한국경제는 같은 기사를 “김정은 숨겨져 왔던 부인 모습 드러내”라는 제목으로 내걸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인 제목으로 쓴 셈이다.

경향신문도 낚시질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신문은 “북, 김정일 장례식에 여 마술사 초대… 왜?”라는 눈길을 끄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정작 본문에는 여성 마술사를 왜 초대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김 위원장과 생전에 친분이 있어서 초청을 받았다는 내용 뿐이다. 오마이뉴스도 “김정일 타살됐다? 만약에 그랬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독자들을 낚았다. 본문에는 “만약 그랬으면 이렇게 단시일 내에 사망 발표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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