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같은 돌발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은 양날의 칼과 같다. 언론은 상황 전개에 긍정적으로, 아니면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한 뒤 언론 보도와 논평이 그런 경우다.

남측 언론은 대북 관련 보도에서는 항상 국가보안법을 의식한다. 어떻게 하면 고무 찬양 등의 법망을 피하면서 주변에서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를 살피게 된다. 이는 국보법이 반세기 넘게 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굳어진 언론 체질의 하나다. 김 위원장 사망과 향후 북의 체제 안정 문제 등에 대한 보도·논평에 언론은 부지불식간에 국보법을 의식하면서 기사를 작성하기 마련이다.

사상의 자유가 제한받고 언론의 자유도 위축된 지 반 세기 이상이 지나면서 모든 언론은 국보법을 당연한 제약으로 받아들이는 기형적 체질을 지니고 있다. 이런 체질이 최근의 북한 사태에 대한 보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언론 스스로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돌발 사태에 대해, 일부 언론은 성숙한 자세로 보도를 하면서 향후 국내외 정세에 미칠 영향 등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도 다수가 있다. ‘이념은 민족에 우선 한다’는 식의 냉전논리에 젖어 대북 공세적 보도 논평을 쏟아놓는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과 부검 결과를 밝혔는데도 음모론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의혹제기 기사를 보도한다.

북이 향후 권력 투쟁 등으로 급변 사태를 맞을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런 보도 논평은 언론 자유에 속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기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보도 되어야 한다.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적 매체라 할 수 없다. 대북 관련 보도는 ‘카더라’식의 유언비어성 기사가 범람해온 것이 언론의 현실이다. 이번에도 그런 체질이 작동해서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날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움직임 등이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친다. 보수, 중도, 진보적 정치 집단이 김 위원장 사망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크다. 언론은 그런 차이를 액면 그대로 보도할 것이냐, 아니면 언론의 독자적 시각으로 그것을 거를 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시민 사회단체는 북에 대해 엄청난 증오를 감추지 않는 단체부터 이른바 ‘종북’의 비판을 받는 단체까지 다양하다. 이들 단체의 다양한 주의·주장 속에서 언론은 제 4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이 어떤 식으로 보도하느냐는 너무 중요하다. 향후 남북관계와 평화통일 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하는 것이 언론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으로 권력이 승계되는 것에 대해 ‘3대 세습’으로 비아냥대면서 조롱꺼리로 삼는 언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남북은 박정희·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 상호체제 인정 비방 중단 등에 합의한 결과물을 남겼다.

남북의 체제 차이를 절대시 하고 상대를 격멸할 적으로만 여기는 ‘광기’는 박정희, 노태우 보수 정권도 적절치 않은 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정권이 그런 사실을 언급치 않으면서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 연합군의 대북 진격 군사훈련 등에 공을 들인 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언론은 주시해야 한다. 청와대가 조문 문제를 놓고 눈치를 살피거나 군사대응 태세 강화 등을 외칠 뿐 ‘국장’을 당한 상대를 전혀 배려치 않는 조치만을 내놓는 것을 언론이 경계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