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사’ 그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이 난도질당했다. 과거 대통령 출신이건 국무총리를 지냈건 관계없다. 살아 있는 권력에 눈엣가시로 지목된 이들은 ‘표적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썼다. 진실은 이미 뒷전이다. 죄의 유무는 법원으로 가기도 전에 결론이 났다. 바로 ‘인격살인’이다. 그렇게 당하면 이미 생명을 지닌 존재가 아닌지도 모른다. ‘범죄자’라는 낙인 속에 수많은 이들의 수군거림을 경험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만든 ‘정치검사’들은 출세의 기회, 승진의 기회가 제공됐다. 검찰 조직은 썩어 문드러져 고름이 터져 나와도 나만 출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검찰 조직에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다. 권력은 그렇게 ‘정치검사’들을 길들이고 누군가의 삶은 다시 난도질을 당한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국민이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황창화 전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이 쓴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책은 두 번의 인격살인을 경험하고도 두 번 모두 ‘무죄’를 받아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이야기다. ‘정치검사’와 ‘정치언론’들이 어떻게 인격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황창화 전 수석은 ‘한명숙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곽영욱 사건’과 ‘한만호 사건’의 전개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 많이 하셨지요? 안심하십시오. 언론에 보도된 내용, 진실이 아닙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09년 12월 7일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은 그의 삶을 걸고 결백을 주장한 것이었다.

2009년 12월 4일 조선일보 기사로 시작된 ‘곽영욱 사건’은 2010년 4월 9일 법원의 무죄 판결로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루 전날 동아일보는 ‘한만호 사건’이라는 새로운 혐의를 보도했다. 2011년 10월 31일 한만호 사건마저 무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검찰의 주장과 언론의 받아쓰기, 그로 인한 여론재판은 계속됐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담겨 있다. 검찰의 무리수가,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이 녹아 있다. 검찰은 ‘곽영욱 사건’ 무죄판결로 치명타를 입고서도 어떤 범죄혐의건 찾아내고 말겠다는 의지로 ‘한만호 사건’에 매진했다. 총력전과 다름없었다. 실제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0년 12월 20일 검찰측 핵심증인인 한만호씨가 법정에서 “나는 한명숙 전 총리님께 돈을 준 적이 없습니다. 한 총리님은 지금 누명을 쓰고 계신 겁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무리수는 이 양심선언으로 사실상 힘을 잃었다. 검찰이 무너진 순간이다.

황창화 전 수석은 책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법정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방청석에서는 박수소리와 함께, 검찰을 질타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말없이 증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한 총리는 그 순간 오히려 긴장의 맥이 풀린 듯 더욱 창백해진 안색으로 의자에 깊숙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는 눈물을 훔쳤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 등도 손수건을 꺼내 눈시울을 닦았다. 혼비백산한 검사들은…”

저자는 한만호씨 양심선언 이후 거의 1년 가까이 계속됐던 법정 공방 과정에서 검찰이 얼마나 집요하게 공격을 이어왔는지, 심지어 평정심을 잃게 됐는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생히 전했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의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정치검사’라는 독버섯을 해결하지 않으면 검찰이라는 조직은 국민에게 ‘흉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검찰이 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사람을 표적으로 수사하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 책으로 한명숙 전 총리가 겪었던 고초와 역경 그리고 검찰과 권력이 저지른 만행을 좀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좀 더 많은 분이 분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은 검찰의 추악한 단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받아쓰기 언론들의 부끄러운 기록이기도 하다. 언론인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의 216페이지에는 언론인이라면, 특히 검찰 출입기자라면 가슴에 새겨둬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공표되는 피의사실은 ‘사실’이 아니라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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