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적 우세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식 한미 FTA법안 날치기 통과로 농업과 의약 분야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 농민들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통과는 농업과 산업 분야 뿐만아니라 영화와 방송 등 예술분야와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와 게임산업 분야 등 하이테크(High-Tech) 분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테크 분야의 지적 재산권 문제가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통제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끌고 있다. 텍사스주 출신의 미 하원의원인 라마 스미스(Lamar Smith) 의원은 최근 ‘온라인 해적 금지 법안(Stop Online Piracy Act, 이하 SOPA)’을 발의했다.

이번에 스미스 의원이 발의한 SOPA 법안은 인터넷망을 통해 자행되고 있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법적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특정 웹사이트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행해지는 지적 저작권 침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이 법안은 인터넷망을 통해 불법으로 복제, 유통되고 있는 미국의 지적 저작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미국의 지적 저작물을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되자마자 미국의 인터넷 관련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법안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관련 단체나 시민단체들은 SOPA 법안이 장기간의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미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을 억제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인터넷과 테크놀로지 산업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근간이 바로 미 의회가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검열과 관련된 법안을 제정하지 않고 인터넷 웹사이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매일 수백만 명에 이르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이들 사이트에 올리고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정부의 검열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SOPA 법안이 통과가 되면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포함해 인터넷이나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한 회사들은 정부로부터 이용자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 그리고 비디오 영상들을 다른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전에 미리 검열과 모니터를 하도록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글이나 사진, 또는 영상물을 올리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는 결국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포함해 인터넷과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스미스 의원이 발의한 SOPA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그동안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성공의 근간이 되었던 인터넷 산업의 기술혁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SOPA법안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미디어 재벌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지적 저작물들을 불법으로 유통했다는 이유로 인터넷과 하이테크 회사들을 법정에 고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힐 수 있는 길을 열어줘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다. 결국, SOPA 법안은 인터넷 회사나 하이테크 회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잘못된 판단으로 폐쇄되거나 이용자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이 법안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소유한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의 로비와 압력에 의해 발의가 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저작물의 보호를 위해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의회를 상대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수십년 전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가 처음 생겼을때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물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연방 대법원에 비디오 레코더의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을 냈던 사실이 생각나 쓴 웃음을 짓게 됐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언론 재벌들의 과욕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까지 위협하는 형국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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