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최소 5년 동안 시대를 풍미할 기술을 꼽으라고 한다면 클라우드, SNS, 모바일, 그리고 빅데이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에 열린 IT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가트너 IT 심포지움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IT업계의 기본 속성상 5년이란 시간은 거의 영원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위의 네 가지 기술은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SNS가 가장 위 정점에 있고 이는 빅데이터를 생산하며, 이들 지지하고 있는 인프라 측면 클라우드 기술과 개인화 측면의 모바일 기술이다.

SNS은 이러한 기술 변화를 추구하게 하고 유도하는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SNS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금까지 서로 만나고 전화로 통화하여 맺는 인간관계는 수십 명, 많아야 200~300 명 정도였지만, SNS는 수 천명까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 비록 느슨한 관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도 활용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몇 년 후 만나면 서로 서먹서먹하기 조차 했던 관계가 SNS를 통해서 계속 소통을 한다면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이미 파악을 하고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SNS는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고, 기존의 인간관계로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SNS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 맺기는 기업 조직 운영을 할 때 매우 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느슨하게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하는 기업에는 정확하게 맞는 소통기법이다. 따라서, 현재의 SNS은 필연적으로 기업 조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최근, 기업에서 SNS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직원과 직원과의 소통, 직원과 고객간의 소통, 직원과 협력사의 소통이다. 이 소통을 잘 하는 기업은 성공한다. SNS이 이러한 소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전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9억 명이라고 한다. 거의 2 개월에 1억 명 씩 증가한다고 한다. SNS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모바일 때문이다. 모바일은 스마트폰, 패드, 태블릿과 같은 디바이스를 활용한 기술이다. 모바일이 단어가 주는 의미인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만 강조했다면 SNS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의 스마트폰을 만들 때,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 노키아 등 세계적인 회사들은 모두 스마트폰의 ‘모바일’ 기능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PC에 집착했고, 블랙베리는 가지고 다니면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폰에 집착했고, 노키아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기능이 많은 휴대폰에 집착했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기능만 강조했고 이들은 실패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PC처럼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이메일을 받고 보내는 것은 훌륭한 기능이었으나 사람들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기존의 ‘모바일’ 폰도 아니고 PC도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바로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그리고 나의 위치를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오픈했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앱들이 쏟아졌다. 책 한 권에 해당하는 매뉴얼 없이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3G 네트워크는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소비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 열광했고 당연히 이들의 성공은 SN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로운 시대는 기존의 컨셉을 빠져 나왔을 때 열리는 것이다.

모바일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컨셉이 있다. 모바일은 개인이 들고 다닌다. 모바일은 남과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바일은 특정한 개인의 정보를 양산할 수 있는 기계이다. 모바일은 개인의 현재 위치, 개인이 전화/문자한 내용과 시간, 각종 어플들을 사용할 때 입력한 데이터, 개인이 구매하고 소비한 결과등 개인에 대한 거의 모든 족적을 남기고 다니는 기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위치정보, 개인의 통화정보는 법적으로 노출을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필요시에는 개인의 위치정보나 통화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현재 위치정보는 개인의 동의하에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고객의 정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고객이 매달 카드사용료 낼 때나 콜센터에 전화를 할 때, 데이터가 생기는 정도이다. 고객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양산하는 모바일 덕분에 그 고객이 자주 다닌 곳을 통해서 고객이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고객이 SNS에서 그 기업 대한 불만을 잔뜩 써놓은 경우, 기업이 원한다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카드 값을 내는 것은 데이터 1 건을 만들지만 자신의 위치정보는 한 달에도 수백 건이 될 수 있다. SNS에서 기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수 십 건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이다. 아마도 기존 데이터의 수백 배 이상 규모일 것이며 데이터의 형태도 일반 데이터와는 아주 다르게 사진정보, 위치정보, 우리가 사용하는 평상 언어 (자연어)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초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전문용어로 ‘빅데이터’ 라고 한다. 빅데이터가 떠오르는 이유는 과거에는 이러한 초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었다. 분석할 수 없었다는 것 보다는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해야 맞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을 저렴하게 할 수 있게 했다.

왜 빅데이터를 분석할까? 그것은 고객이 현재 이 순간의 요구하는 바를 기업이 정확하게 파악해서 필요한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강남역 근처에 있다고 하면 과거 소비성향을 분석해서 시간대를 맞추어 카드사의 가맹점을 스마트폰에 추천해 줄 수 있다. 이것은 아주 기초적인 활용이지만 아이디어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누군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하게 다 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쾌한 일일 수 있다. 반대로, 백화점에 가면 나를 우수고객으로 인정해주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주기를 바란다. 고객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습성도 다 기억해서 그때그때 맞춤 서비스를 해 준다면 어떨까? 정말 고마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진짜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향후 5년 이상을 지배할 기술이 클라우드, SNS, 모바일, 빅데이터라고 했다. 이것은 서로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돌아간다. 그것은 인간의 광범위하고 대규모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바일 혁명과 그것이 양산하는 빅데이터에 의해 그러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되는 빅브라더 같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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